우체국에 입사했을 때부터 20년 넘게 막내였던 내가 최근 몇 년 사이 최고참이 되었다. 고참이 되어 내 자녀 또래의 직원들과 손바닥만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서로의 다른 가치관과 생각, 행동으로 비롯된 당황스러운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특히 나이나 지위로 좀 더 우월한 위치에 있는 형편이라 원인 제공자에 가깝다는 인식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가 있어 때론 눈치마저 보인다. 상사의 열정과 가르침이 갑질과 꼰대로 변형될 수 있기에 늘 절제해야 하고 오해의 소지가 없는지 몇 차례 검열을 거친 후에야 행동한다. 직장에서는 일뿐만 아니라 구성원 간의 존중과 원활한 소통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입견 없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MZ 세대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장점도 많다. 순수하고 성실하고 능력도 출중하다. 한 번 가르쳐 주면 복잡하고 어려운 일도 척척해내는 모습을 보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럼 뭐지? 우리 꼰대스러운 열정과 오지랖이 문제인가?’라고도 생각해 봤으나 이 또한 아니다. 우리 세대는 조직을 공동체로 생각하고 함께라고 여기지만 MZ 세대에게 근무지는 직장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이다.
그런데 N 직원은 달랐다. MZ 세대로서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배려, 공동체 의식, 열정을 갖고 있었다. 내 작은 충고로 태도를 개선하고, 조심스러운 권유에 용기를 내고, 힘찬 응원에 본인의 열정을 더하니 N 직원의 장점이 하나둘씩 빛을 발했다. N 직원의 긍정 에너지는 점차 모든 직원에게 퍼져 나갔고, 사업 또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조직 선배가 좋은 역할을 해준다면 젊은 직원들이 본인이 가진 능력 그 이상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후배 간 부족한 것들을 채워주고 성실히 노력하는 습관을 기르는 일은 좋은 시너지가 된다. 가장 좋은 점은 좁쌀만 한 좋은 일이라도 서로 기뻐해 주며, 슬럼프가 올 때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격려해 준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내 조그마한 일에도 늘 귀 기울이고 힘을 준다는 일은 정말 큰 행복이 아닐까? 개인의 목표는 다르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 같이 성장하고 이루는 일은 그 에너지가 배가 된다는 것을 느낀다.
자녀의 가르침이 부모에게 있듯이 후배를 잘 가르치고 장점을 찾아내고 역량을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 선배들의 몫이다. 더 고민하고 배워서 후배들과 함께 개인과 직장 모두에게 꿈과 미래가 있는 일터로 만들어야겠다.
우리 내면에 간직한 불은 그냥 쓰러질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 의해 불꽃으로 피어오르기도 한다.
-알베르트 슈바이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