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소리
안동(安東)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동네 이름들이 낯설었다. 안동에서 가장 크다는 태화 동, 우리 우체국이 있는 당북동, 새로운 주택단지로 바뀌어가고 있는 용상동 등 안동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그런 곳을 내가 몰랐다는 것이다. 동네뿐 아니라 가만히 생각하니 내 가 가지고 있는 안동이라는 곳의 이미지는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그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동댐, 하회마을, 도산서원 등등…. 그래서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이 고장에 관한 그다지 어렵지 않은 자료가 어디 없을까 싶어 찾고 있었는데, 어느 날 뉴스 시간에 지역 연구의 일환으로 우리 안동에 관한 학술 잡지가 처음으로 발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무래도 국학연구원이 참여했으리라고 생각해 도산우체국장에게 부탁을 드렸더니, 바로 다음날 〈안동학연구〉라는 소담스런 책자가 배달돼 왔다. 여러 논문들을 일별한 후, 그 중 가장 눈길을 끌기도 하고 또 내가 좋아하는 조동걸 선생의 글을 읽기로 작정했다.
양반 중심 사회였던 안동
고려를 세운 왕건과의 밀접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조선 건국에서도 중요한 역할(예 : 정도전 과 권근)을 하면서 역사상에서 안동이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하게 됐다. 계급제를 근간으로 하는 봉건사회에서 양반문화가 다른 어느 지방보다도 발달해 있고, 향약과 서원이 이를 뒷받침 하는 중요한 제도로 발전돼 왔으며, 이는 아직까지도 안동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경제를 보면, 산지가 많아 예로부터 부자들이 별로 없는 곳으로 근검 절약이 생활습관으로 남아 있는데, 이는 안동에서는 '만석군' 대신 '천석군'이 부호를 의미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하회의 풍산 류씨들이 거둬들이는 나락이 3천석으로, 아마 이 일대에서는 가장 큰 부호로 손꼽혔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전라도 광주 지역처럼 판소리나 서예 등 예술이 발전 하지는 못했는데, 이는 바로 의식주가 풍부하지 못해 그렇다는 것을 이 글을 통해 알게 됐다.
안동이 양반 중심 사회라는 것은 조선 중기 이후 유교윤리를 둘러싼 각종 논쟁에 휘말리면서 더욱 굳어져 갔다. 안동이 4색당파 중에서 유교윤리를 중시하는 퇴계문인들로 구성된 '남인당'의 본거지가 되면서 정치에서 멀어져 벼슬길이 막히고, 이에 따라 당시 떠오르는 계층이 었던 상공인들을 중시했던 노론이나 소론파들과는 달리 이상적인 농업 개혁에 머물게 됐다는 지적은 아마도 오늘날 안동 지역의 경제가 여타 지역보다 낙후하게 된 원인으로 생각된다.
안동은 의병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고장이고, 또 일제하에서는 독립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 곳이기도 하다고 조동걸 교수는 밝히고 있다. 독립을 위해 교육계몽운동을 전개하고, 사회주의도 도입했으며, 기독교도 활발하게 번져 나갔다. 지금도 안동이 교육의 도시요, 교회와 성당을 중심으로 기독교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고 하겠다.
안동우체국을 안동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이러한 지역 문화를 어떻게 우체국 사업과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 우선 내 생각으로는 우체국이 안동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외형적으로 우체국 로고나 집배원들이 입고 다니는 의복류, 각종 차량들, 우체국 건물, 공중실 등 누구나 보게 되는 것들을 안동 문화에 조화되게 해 나가자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다. 전체 우체국 CI의 틀을 넘어서지 않는 범위에서 선비 문화가 느껴지게 색상이나 도안을 새롭게 하고, 차량에도 안동 상징물을 넣으며, 창구에도 안동을 대표하는 것(하회탈이나 선비 문양)을 중심 으로 설계해 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지역 출신 예술가의 작품도 전시해 나갈 것이다(육사의 시 등). 그리고 당북동의 우체국 입구 벽에 설치된 거대한 하회 전경 전광판도 공중실로 옮겨, 고객들이 들어오면서 바로 볼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지역 소재 대학의 디자인학과와 자매결연을 맺어 학계의 도움을 청할 생각이다. 이렇게 된다면 어느 정도 외형적으로는 안동 문화에 우체국이 조화를 이뤄 나갈 것으로 생각되지만, 기실 이렇게 한다고 하여 사업에는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사업 매출 증대에 안동 문화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앞으로 강구할 것이다. 얼마 전에 시도해 지금 서울의 우정사업본부와 협의중인 풍산한지를 활용한 항공서간 제작이나 우편엽서 및 연하장 제작 노력도 이의 일환이다. 지금 유교문화권 관광개발사업이 한창 진행중인데, 2010년까지 2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사업으로, 어떻게 우리 우체국이 여기에 참여할 것인가를 고민중이다.
예컨대, 인터넷 시대에 대응한 관광DB구축사업이 큰 프로젝트의 하나인데, 현재 전국에서 호평 받고 있는 우체국쇼핑몰을 링크시키거나 포함시켜 지역 생산품을 직거래토록 하는 것이 하나이고, 안동댐 주변에 건설될 종합휴양단지 안에 우체국 시설을 미리 포함시킨다면 관광객의 편의를 도모함과 아울러 매출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외에도 도산서원 옆에 있는 청소년야영장을 찾는 청소년들에게 안동을 소재로 한 카드 제작도구를 판매해 카드 제작 시간도 갖게 하고, 우체국 입장에서는 카드 판매 수입을 올리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굳이 프랑스나 미국 디즈니회사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문화가 경제적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들을 어떻게 사업화하느냐는 것인데,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며 실패와 성공 사례가 쌓여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느끼기로는 이러한 사업화를 위한 내부 조직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마케팅' 이란 창구 관리나 물류 배달과 같은 '영업'과는 그 뜻하는 바가 명백히 다르며, 고객 분석과 이를 통한 상품 개발 중심으로 이해돼야 한다. 그런 뜻에서 현재 택배 중심의 역할을 새로운 마케팅 개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지금의 조직 구조로는 이러한 넘쳐나는 마케팅 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조직을 마케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해 우리 안동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문화자원을 사업 수익 증대에 활용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