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계절 중 여름을 제일 좋아한다.
왜냐고 물으면 제일 먼저 이글거리는 태양과 바닷가라는 단어를 좋아해서고 또 하나는 언제나 영혼을 맑게 하는 강가의 푸른 경치를 볼 수 있어서 그렇다.
구름 한 점 없는 투명한 하늘 아래서 햇살에 커튼을 치고서 정갈한 언어를 다듬으며 人生(인생)의 깊은 고뇌에 빠져보는 그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모른다.
장미꽃, 해바라기, 수국 등 여름철 꽃들은 시원한 생명수처럼 편안해서 좋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여름날 샐비어(사르비아) 꽃잎도 아름답고 하늘을 훨훨 날아가는 고추잠자리의 자유분방함도 너무나 부럽다.
그렇다. ‘나의 인생이 정녕, 여름 하늘만큼이나 아름다우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편안하게 잠자고 싶은 날, 휴가 때면 멀리멀리 산으로 바다로 떠나고 싶은 여행, 전국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어보는 일, 돈이나 사랑의 유혹에 넘어가는 일.
현실에 반해 가끔 생기는 이런 지나친 욕심을 뿌리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도 나는 문득 샘솟는 충동을 다스리고, 이겨낼 큰 힘을 길러본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푸른 숲속에서 말이다.
나의 뒤안길을 더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인생이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깊이 관조(觀照)해 보면서 말이다.
아름다운 여름날 한 통의 편지를 쓰며 새로운 다짐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