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트버튼
“내가 니덜 땜시로 산다. 이 고마운 맘을 다 우자쓰까”로 시작된 어머님의 손글씨 크리스마스카드. 결혼 13년째였던 재작년 겨울. 칠순의 시골 노인이 보내신 이 황송한 크리스마스카드를 붙잡고 읽고 또 읽고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그렇잖아도 스마트폰과 컴퓨터 이메일이 모든 통신수단을 대체한 터라 크리스마스카드는 고사하고 편지조차 쓰지 않는 세상에 며느리에게 이런 걸 보내주시다니…. 그저 볼펜으로 꾹꾹 눌러 맞춤법도 신경 안 쓰신(?) 그 꼬부랑 글씨는 볼수록 신기하고 정겨웠다. 나도 써본 지 십 년도 넘은 손글씨 크리스마스카드를 시어머님으로부터 받았으니 황송하기까지 했다.
내용은 구구절절 아들 며느리에게 고맙다는 것이 전부여서 며느리로서 읽어 내려가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당시에 남편이 회사에서 준 보너스라며 눈먼(?) 돈을 받아왔기에 기왕이면 좋은 데 쓰자고 해서 시부모님 두 분께 찾아가 정기건강검진을 받으시라고 드렸었다. 그러자 그 얼마 후에 이렇게 고맙다는 말씀을 적은 카드를 보내신 것이었다.
두 분은 농사지으시며 6남매를 키우셨다. 그중 넷째 아들에게 내가 시집갈 때부터 딸 같은 며느리가 들어왔다 하시며 극진히 대해주시던 시부모님. 나는 그동안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행복할 것이다. 어머님의 카드 내용은 이어졌다.
“마을잔치에서 너희들을 자랑하고 싶지만, 부모에게 종합검진을 해드리지 못하는 다른 아들딸들이 민망해 할까봐 너희 둘의 효심을 조금밖에 자랑하지 못했단다. 너희들의 효심 때문인지 검진 결과 특별히 나쁜 곳은 없고, 나는 노인들에게 많은 골다공증, 네 아버지는 지방간, 노안 같은 정도여서 참으로 다행스러웠단다. 고맙구나! 며늘아가야”
이렇게 끝을 맺은 당신의 편지. 모르긴 해도 한나절은 쓰셨을 법한 장문의 글, 자식사랑과 가정의 화목을 지켜내시려는 마음이 절절히 묻어난다. 효도하고 싶어도 사정이 여의치 못해 그럴 수 없는 다른 아들딸들을 위한 배려의 마음까지… 감동의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주신 시어머님, 지금도 건강하시고 정정하시다. “어머님, 만수무강 장수하소서!”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