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김혜선(부산 사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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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있었다. 그건 매일 빼먹지 않고 일기를 쓰는 것이다. 매일 일기를 쓰며 하루를 정리했던 나의 습관들은 꾸준히 무언가를 계속하게 만들었고, 문학과 음악에 대한 막연한 열망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매일 책을 읽고 음악을 듣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습관들이 쌓여 약 10년 전부터는 아침에 일어나 매일 2시간씩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을 듣고 있다. 한때 지루하게 생각했던 클래식에 빠져든 이유는 이자벨 위페르가 나오는 영화 <피아니스트>를 보고 난 이후인 것 같다. 우울한 분위기의 이 영화 속에서 흐르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3중주 D.929 2악장이 유독 가슴에 와닿았고 그때부터 클래식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매일 라디오를 통해 클래식을 듣게 되었다.
4개의 악기로만 연주하는 4중주부터 누구나 들으면 알법한 유명한 아리아가 나오는 오페라까지, 클래식의 영역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다양했다. 폭넓은 음역과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소리, 규칙과 불규칙이 공존하는 다양한 분위기의 클래식은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예술, 영화나 소설에도 많은 영감을 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씩 라디오에서 교향곡 연주회를 라이브로 들려줄 때면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들으며 깊은 황홀경에 빠져들기도 한다.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9번처럼 나에게 신세계를 열어준 클래식에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을 통해 쌓인 나의 풍부한 감성이 언젠간 빛을 발할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라디오 켜고 클래식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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