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 속 사람들
글. 조석(경기도 의정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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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이 되면 해마다 우리 동네 골목길 담장 밑 구석구석을 유심히 살펴보곤 합니다.
그곳엔 매년 이맘때면 잊지 않고 찾아와 나를 반기는 이름 모를 작고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얗고 노란, 또 어떤 녀석은 보랏빛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모습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담장 밑에 쪼그리고 앉아 있노라면 어느 유명 휴양지라도 온 듯 지친 일상을 잊고 깊이 힐링하게 됩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그저 쓰레기가 나뒹굴고 사람들의 눈길도 닿지 않는 골목 담장 구석에 있는 게 안타까워 올해는 예쁜 화분에 옮겨 심고 양지바른 거실 창문에 두고서‘ 고맙지?’ 하는 뿌듯한 마음으로 녀석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금세 꽃이 떨어지고 줄기와 잎이 축 늘어져 메말라 생명을 다한 야생화를 보고 ‘아차!’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습니다.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외진 구석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남을 위한 것이 아닌 나만을 위한 아름다운 향기를 뿜어내는 녀석들의 자존심을 제가 미처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남들에게는 보이진 않는 구석구석에서 본연의 가치를 지키고 살아가는 모든 삶이야말로 있는 그 모습 그대로 소중한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보이고, 오래 보아야 예쁘고 아름답다는 진실을 새삼 깨닫는 2025년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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