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을 읽어보려 여러 번 도전했었다. 유명한 책이라 꼭 읽고 싶었지만, 나의 문해력 한계 때문인지 좀처럼 읽히지 않아 몇 년 동안 책장에 묵혀두고 있었다.
올해부터는 의식적으로 책을 읽어보자고 다짐했고 읽은 김에 기록까지 해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다시 꺼내든 『데미안』이 이번엔 이상하리만큼 잘 읽혔다. 독해력이 그사이에 오른 걸까, 아니면 나이가 들며 자연스레 이해의 폭이 넓어진 걸까? 아무튼 책이 ‘읽힌다’라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물론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 문장은 여러 번 되돌아가 읽어야 했고,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날도 있어 읽는데 속도가 나진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새는 알에서 깨어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만의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내가 이 책의 내용을 100% 이해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개인 한 사람의 깨어남, 살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왜 고전을 읽으라고 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마침, 나 역시 ‘마흔을 앞두고, 나이만 먹어가는구나’하는 불안감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황을 느끼던 중이라 책의 문장이 더 깊숙이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20대와 30대를 열정적으로 살아온 것 같지 않아 더 두려운 요즘, 젊음에 대한 아쉬움도 스며 있는 이 복잡한 마음들 속에서 나는 여전히 ‘알’ 밖으로 완전히 나오지 못한 채 안주하며 살아왔다는 걸 책을 통해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나이에 구속받지 않고 늦었다는 생각에 자신을 묶어두지 않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차분히 찾아보고 싶다.
늦게라도 내 안의 알을 스스로 깨고 나올 수 있다면, 그 순간이 곧 나의 새로운 시작이 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