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은 제17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다. 각 정당에서는 대통령선거 후보자를 선출하고 본선에 대비하고 있다. 후보자는 득표를 위해 공약을 제시하고 감성에도 호소할 것이다. 우리 유권자는 누구를 리더로 선출해야 하나. 고르기가 쉽지 않다. 인물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 정당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 리더십 요소에는 정직, 성실, 끈기, 지혜, 지식, 건강, 판단력, 포용력 등 무수히 많다. 후보자가 어떠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가? 후보자의 리더십도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비전 제시하고, 전략 실행은 아랫사람에게 위임
제환공(齊桓公)은 춘추전국시대에 맹활약한 5명의 패자 중 한 사람으로서, 집권 후 수많은 인재를 양성하고 개혁 조치를 적극 실시하여 제나라를 가장 부강한 나라로 만들었으며, 여러 차례에 걸쳐 제후 연합을 실시하는 등 외교활동에도 뛰어나 패주의 위치를 차지함으로써‘춘추오패에서 환공이 으뜸이다’는 칭송을 받은 명군이다.
우리가 잘 아는 관중과 포숙아는 절친한 친구 사이였지만 모시는 주군이 틀렸고, 치열한 정권 다툼에서 각각의 주군인 규와 소백을 보호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망명을 했다. 제양공이 죽자, 누구든 빨리 입궐하는 사람이 왕위에 오르는 상황에서 관중은 공자 규의 등극을 위해 소백에게 화살을 날린다. 다행히 소백은 혁대 갈고리에 화살을 맞았다. 그러나 소백은 즉시 입술을 깨물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 주위를 속이고, 제나라로 돌아와 왕위에 오른다. 소백이 바로 제환공이다. 포숙아를 통해 관중의 뛰어난 재능을 알고 있던 제환공은 자신을 죽이려고 화살을 날렸던 관중의 지난 과오를 묻지 않고 재상으로 임명한다. 제환공이 경쟁자도 안을 수 있는 포용력과 인재를 볼 줄 아는 혜안, 그리고 정확한 판단력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제환공은 부하들의 능력을 정확히 분석한 후 습붕을 대사행, 영월을 대사전, 왕자 성보를 대사마, 빈수무를 대사리, 동곽아를 대간으로 임명하고 권한을 위임하여 각자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토록 한다. 인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적재적소 임명을 한 것이다. 모든 일은 이들을 거쳐 관중이 결재토록 하였다.
지금으로 보면 제환공은‘천하제패’란 비전을 제시하고, 전략 실행은 과감히 아랫사람에게 위임한 것이
다. 사람의 능력은 한계가 있다. 모두를 잘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의욕이 앞서 모두를 챙기려다 오히려 중요한 부분을 놓쳐 실패하는 사례를 우리는 종종 본다.
한 번 쓴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다
제환공은 특히 초, 역아, 개방을 총애했다. 초는 환관으로 궁중에 머무르면서 제환공을 섬겼고, 역아는 요리사로 환심을 사기 위해 임금께 충성하는 자는 가정을 돌보지 않는다며 자기 자식을 죽여 요리를 만들어 바치기도 하였다. 개방은 위나라 왕자로 그대로 있으면 군위에 오를 수 있었으나 제나라가 강하다 하여 위를 버리고 제환공을 섬긴 사람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제환공으로서는 이 세 사람이 얼마나 귀여웠겠는가?
불행히도 이들이 관중을 좋게 생각하지 않고 제환공에게“관중이 모든 일을 처리하니 제나라에는 임금이 없는 거나 다름없습니다.”라고 불평하자 제환공은“관중은 과인의 팔다리와 다름없다. 팔다리가 있어야 완전한 몸이 되듯이 관중이 있어야 과인도 임금이 될 수 있다. 그러하거늘 너희들 소인이 무엇을 안다고 함부로 말하느냐.”며 나무라자 이들은 두 말 못하고 물러났다.
자기가 쓴 인재에게 무한의 신뢰를 주면서 의심스런 사람은 쓰지 않고, 한 번 쓴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다(疑人勿用用人無疑)란 경구를 후세에 남겼다.
관중 없는 제환공, 제환공 없는 관중은 생각하기 힘들다. 이들은 서로의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보완하면서 강한 나라를 만들어 냈다. 시대에 따라 리더십의 덕목도 변한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금언도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고, 갈등이 있을 때는 설득으로 풀고, 대화와 타협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