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박태규(인천 연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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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온다. “000호 맞으시죠? 택배 경비실에 맡겨 두겠습니다.” 나는 발신인이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안다. 바로 우리 장모님이실 거다. 농사를 많이짓는 처가댁은 해마다 가을걷이를 마치고 나면 객지에 나가있는 아들딸들에게 하나라도 더 택배를 보내는 낙으로 사신다. 다들 여기서 사 먹으면 되니 두 분 조금이라도 팔아서 용돈 쓰시라고 해도 “어디 거기서 사 먹는 거와 여기 맛이 같아! 내가 직접 자식들 주려고, 약 안 치고 정성스럽게 키운 건데.” 하시며 역정을 내신다.
퇴근하고 집으로 가보니 일흔이 넘은 장모님이 어디서 이런 힘이 나셨는지 겨우내 먹을 쌀, 고춧가루, 갓 담근 김치, 알밤 등등을 보내와 경비실 가득 우리 집 택배로 장사진을 이룬 모습에 경비아저씨는 웃으시면서 “허허! 장모님께 잘해 드려야겠구먼!” 하신다. 나는 양가 부모님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많이 든다. 시장에서 일하느라 부모님께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아들딸 내외가 걱정스러우신 양가 부모님은 지금도 급할 때면 도와주곤 한다. 늘 두 어머님은 “우리는 괜찮으니 그저 너희들만 잘 살면 된다!” 하시면서, 자나 깨나 마흔이 넘은 자식들 걱정을 하며 헌신하시는 분이다. 언제쯤이면 이 큰 빚을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 아내 모르게 그간 용돈을 모은 것으로 정육점에 주문해서 장모님댁에 사골을 보내드렸다. 마음은 소 한 마리라도 보내드리고 싶었지만, 일 년 동안 농사짓느라 고생하셨으니 사골 드시면서 조금이나마 힘이 나셨으면 한다. 다음달이면 우리 장모님은 또 한 번 분주해지신다. 자식들이 맛있게 먹을 상상으로 행복과 사랑을 가득 담아 아들딸들이 겨우내 먹을 김장 김치를 몇 날 며칠 담그곤 택배로 부치신다. 이번 김장철엔 꼭 하루 쉬어서 장모님 일손도 돕고 보쌈을 삶아서 김장 김치에 맛있게 먹고 오려 한다.자식을 낳아 키워보니 이제야 조금씩 철이 드는 것 같다. 부모님의 소중함도 조금씩 알아가고, 내 자식들은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큰 재산이자 보물이다. 두 어머님이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셔서 오랫동안 우리 곁에 계시면 좋겠다. 아직 해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도 많은 아들이자 사위이기에. 사랑합니다, 어머님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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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에게
글. 권성경(경기 의정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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