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양은지(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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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제집 드나들 듯이 다녔던 작은 우체국에는 직원이 딱 두 명이었습니다. 그중 한 분이 유달리 늘 밝은 얼굴로 저를 반겨주셨습니다. 그는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손님이 올 때도 마치 가족처럼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낯가림이 심한 저는 개미 같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로봇처럼 말하고 돌아갈 뿐이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된 저는 새로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책임져야 할 것이 더욱 많아져 자연스레 우체국에 가는 일이 적어졌습니다.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시던 직원도, 우체국도 서서히 제 기억 속에서 잊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에게 물건을 보낼 일이 생겨 오랜만에 우체국을 찾았습니다. 어린 시절, 항상 따뜻한 인사로 저를 반겨주셨던 그때 그 직원이 머리 스타일 하나 변하지 않고 예전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밝은 미소로 저를 반겨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그는 소심해서 도망치듯이 우체국을 빠져나가기 일쑤였던 저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맞이해 주셨습니다. 평소와 달랐던 그의 첫마디 덕분에 저는 물건을 보내러 왔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습니다.
지금 저는 그 작은 우체국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그곳은 제 소중한 추억이 깃들어 있는 특별하고 따뜻한 장소입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그 직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는데 이 자리를 빌려 전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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