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문화
전체글 407재료의 발견한우 맛이 좋은 것은
국도를 지날 때마다 구제역 소독약을 분무하면 이내 하얗게 얼어 버렸던 기억. 매서운 한파로 몸도 마음도 얼어버린 지난겨울은 여전히 기억의 시야를 벗어나지 못했고, 그 생채기가 아물지 않은 채 맞은 또 다른 겨울이 지나고 있다. 축산농가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우리 소. 한우를 찾아 나섰다.
재료의 발견김 맛이 바다처럼 깊구나
찬바람이 이니 겨울 다사항이 더욱 쓸쓸하다. 얼어붙은 항구에는 김 양식장에서 원초를 싣고 들어온 배와 원초를 퍼 나르는 손길만이 분주히 움직였다. 배 위에는 짙푸른 김이 수북하고 그 위로 입김이 하얗게 부서져 대비를 이뤘다. 배에서 인부들이 자루에 원초를 담으면 대형 크레인이 15톤 트럭에 옮겨 싣는 작업이 이어졌다. 원초는 인근 김 공장으로 향했다.
korean tradition전통과 가족을 잇다, 매듭
전통 매듭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노리개 같은 장신구를 먼저 떠올리지만 100여 년 전만 해도 매듭은 우리 생활 곳곳에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매 순간을 함께했다. 이제는 화려한 액세서리며 장신구에 밀려 매듭은 전통 공예품으로 남게 되었지만, 적어도 이들에게는 아직도 계속되는 가족들 삶의 모습이요, 우리 전통 그대로의 역사이자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될 생활이다. 100년 넘는 세월 동안 매듭으로 우리 전통과 가족을 지켜내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 정봉섭 장인과 그의 딸 전수교육조교 박선경 선생을 만났다.
korean tradition신선의 길을 찾다 만난 연과 사람 - 민속연
비행기로 하루 만에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우주에는 우주정류장이 세워지는 요즘, 하늘을 나는 것이 그리 놀랍거나, 신기한 일이 아니다. 허나, 불과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하늘은 인간이 범접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신들의 공간인 동시에 구름과 바람이 다니는 길목이며, 새들이 비상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인간이 하늘로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은 연을 띄우는 것이었다.
korean tradition조선시대 풍속화를 만나다
풍속화는 그 시대의 철학과 해학을 담고 있다. 오늘날 풍속화는 옛것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풍속화는 비단 오래된 그림이 아닌 우리 선인들 삶의 그 자체이자 역사를 간직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하나하나 두고 살펴보면 그것이 곧 우리, 지금의 모습인 것이다. 조선시대 풍속화를 만나본다.
korean tradition오색 찬란한 역사의 색, 단청
붉은 단(丹) 푸른 청(靑)의 단청(丹靑). 붉고 푸른 그것은 수천 년의 세월에도 그 색을 잃지 않은 채 현재의 사람들과 한시대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비록 낡고 흐릿하나 오래된 시간의 역사를 간직해 고고한 색이 더 아름답다. 단청장 양용호 선생은 그런 낡고 흐릿한 우리 색, 우리 그림인 단청을 복원해 옛것과 현재 것을 한데 어울리게 해 새로운 건축미술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korean tradition우리의 또 다른 얼굴 탈 이야기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탈을 써왔다. 종교적 의식을 다할 때도 탈을 썼고 유희적 놀이를 할 때도 탈을 썼다. 또 누군가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일을 꾸미기 위해서도 탈을 썼다. 탈은 때론 종교적 신앙적 의미로 때론 유희적 놀이로 가늠할 수 없는 시간부터 이어져 내려오며 우리와 함께했다. 인간 본연의 감성을 대변했던 그것, 우리 전통 탈에 대해 알아본다.
korean tradition한(恨)에서 환희(歡喜)로의 탈춤
마당 한가득 사람들이 모여 어깨춤을 춘다. 노랫가락에, 연희자의 구성진 대사 한마디에 ‘얼쑤’ 장단이 절로 나오고 그렇게 사람들은 한데 어우러져 한바탕 신나게 논다. 그러고 나면 고달픈 삶이 위로를 받는 듯했고 마음속에 쌓였던 응어리가 툭 하고 풀어지는 듯했다. 그런 신명의 에너지를 주는 것, 탈춤이었으니 가을이 깊어지는 계절, 신명의 전통춤 만나본다.
korean tradition장삼 자락에 실린 삶과 사색의 고귀한 몸짓
조지훈의 시 ‘승무’는 잠시 잊도록 하자. 전통춤에 대한 편견도 접어두자. 장엄한 고요 속에서 시작해 허공 위에 흩뿌려지는 장삼자락의 곡선과 몸 전체로 표현되는 묵중한 동작의 멋은 시가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모두 설명되지 않으며, 지루하다는 편견을 잊게 한다. 섬세한 동시에 호방하고, 정적인 동시에 역동적인 매력을 모두 품은 한국 전통춤의 백미, 승무. 슬픔과 번뇌, 기쁨과 환희, 인생의 심오한 깊이를 모두 느낄 수 있는 승무의 춤사위는 몸짓으로 전하는 삶의 이야기다.
korean tradition그대로가 자연이자 나무인 우리 목가구
단정하고 아름다운 기품, 오래 곁에 두어도 질리지 않고 멋스러움의 깊이를 더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전통 목가구이다. 어떤 기계의 힘도 빌리지 않고 온전히 장인의 손으로, 자연의 것들로 만들어진 전통 목가구는 시간이 더해질수록 그 단아한 격조에 넋을 놓게 한다. 우리 전통 가구 그리고 그 전통가구 를 만드는 소목장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박명배 선생을 만났다.
korean tradition세상의 모든 지혜를 담다
언어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우수한 발명품이다. 그림은 사람이 가진 원초적인 감각이며 직관이다. 그렇기에 언어의 도구인 문자와 그림이 만난 문자도는 사람들이 가장 쉽고, 명쾌하게 소통할 수 있는 민화이다. 또한 화려한 색채로 옷을 지어 입고, 전설과 민담, 고서의 풍부한 이야기를 엮은 문자도는 기호로서의 문자를 확장시켜 시대정신을 읽는 거대한 텍스트가 된다. 문자도는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던 재미난 이야기책이며, 인간에 대한 예의를 교과서인 동시에 우리의 뿌리를 깨닫게 하는 역사서이다.
korean tradition신비로운 형(形)과 색(色)의 매력
고고한 자태가 감히 탐하지 못할 것만 같다. 신비로운 비취색 빛깔은 천년세월을 지내오며 그 깊이를 더했다. 감히 허투루 하진 못하나 곁에 두고 감상하고 싶은 것. 오로지 흙과 불, 그것을 만들어낸 누군가의 열정으로 태어난 청자. 당대 최고라 하여 고유명사처럼 되어버린 고려청자 감상해본다.
korean tradition철과 불로 이루는 예술 고대제철도검
고대 전통방식으로 철을 제련하고 그 철을 이용해 도검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고대제철도검장 이은철 선생이 그 주인공. 한여름 땡볕이 내리쬐는 날에도 그는 전기 송풍기 대신 손풀무로 바람을 불어넣으며 숯불가마에서 달군, 아직 검이라고 할 수 없는 철괴를 두드리고 있었다.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했고, 지어 입은 지 오래되어 낡은 그의 무명옷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토록 더위와 씨름하며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 몹시도 궁금해졌다.
korean tradition천년을 이어온 나전칠기 예술로 빛나다
나전칠기는 천년의 시간 동안에도 변함이 없었다. 오로지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만으로 만들어진 나전칠기는 오히려 제 빛을 더욱 발하며 은은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옻나무 진액, 소라, 조개껍질 그리고 황토와 삼베 등의 자연 재료로 만들어지는 나전칠기는 이미 고려시대 그 화려한 꽃을 피웠고 한때는 주춤거리다 이제 다시 손대현 장인의 손에서 다시금 화려한 부활을 하고 있었다.
korean tradition자연의 고운 결을 입다.
기능성 화학섬유들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굳이 발품을 팔지 않더라도 방안에서 필요한 옷들을 구입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런 시점에 옷 한 벌 만들기 위해서 수십 일 공력을 들여야 하는 모시 이야기를 슬그머니 꺼낸다. 계절은 마침 모시옷 촘촘한 구멍으로 바람이 제집처럼 드나드는 여름이다.
korean tradition아이올로스에게 고함 전통부채 합죽선
바람은 늘 부족하거나 넘치거나 했다. 그 뜨겁던 여름날 논산 훈련소에 바람이 불어만 주었어도 신은 우릴 보살핀다고 믿었을 거라던 어린 훈련병의 메마른 입술이 떠올랐다. 바람 한 점 없는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시멘트 종이를 접어 부채질하던 때의 바람 맛을 아직 잊지 못한다던 노신사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바람은 이렇게 기억을 실어 나르고 있었고, 그건 여름이 왔다는 신호였다. 그렇게 부채를 찾아 전주로 향했다.
korean tradition자연이 내는 소리, 국악기
국악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분야 관계자들이 장인의 공방에 쉴 새 없이 찾아왔다. 연주하고 있는 가야금의 소리에 대해 의논하러 온 한 학생과 자연스레 주고받는 대화는 무척 다정했지만 또 넘치지 않고 발라서 보기 좋았다. 학교의 음악교육 정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 듯 커지기도 했고, 공방 제자들에게 지시할 때는 또 마냥 부드러웠다. 고흥곤 장인의 부드러운 풍모는 과연 국악기의 기품을 닮은 것일까?
korean tradition옛 여인의 화장을 탐닉하다
발그레한 복숭앗빛 볼, 곱게 빗어 쪽찐 머리, 단정히 여민 옷고름… 사뿐사뿐 저기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여인에게서 은은한 향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여인들은 언제부터 단장하기 시작했을까. 그 옛날에도 지금까지도 몸을 치장하고 단장하는 것은 여인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특권 같은 것. 가꾸어 더 빛이 나는 여인들의 모습에는 기품이 가득했다. 외면의 아름다움을 위해서만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을 위해 단장했던 우리 여인들의 화장문화 그 이야기.
korean tradition하늘빛 닮은 쪽염색 마음에 들어오다
북촌문화센터 뒤뜰에서 만난 홍루까 선생은 곧 있을 염색수업을 준비 중이었다. 봄볕이 화사했던 주말 오후 나른한 기운이 흘렀지만 그도 잠깐 햇살이 한바탕 마당으로 쏟아지더니 염색물 담은 대야 위로 갈래갈래 부서졌다. 색과 빛이 만들어낸 마당놀이가 시작됐다.
korean tradition자투리의 기억, 자투리의 역사
색색이 조각을 한땀한땀 기워 조각보를 만든다. 곱디고운 천에 색실로 곱게 수를 놓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수보를 만든다. 그것들은 우리 삶의 새로운 무엇이 되어 지난 시간 속에서 현재의 일상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아름답다’, ‘곱다’라는 수식어로 한정하기엔 부족한 그것, 우리 조각보와 수보를 만들어 온 김현희 선생을 만났다. 선생의 손에서 다시 태어나는 보자기는 한 점의 작품이 되었고, 우리는 요즘 가재도구가 아닌 작품으로 보자기를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