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가에서
김재석
얼음장에
돌멩이 함부로 던지지 마라
江물이 풀린 뒤
물수제비 뜨지 마라
누군가의 유희로돌멩이들이,
일생을
어둠 속에 지내고 있으니
남의 설움에
기러기가 지금 울고 가느니
시는 영감의 언어입니다. 아무렇게나 내뱉은 잡설이 아니지요. 다시 말하면 시는 언어의 성지입니다. 사금처럼 반짝이는 시어들이 아름다운 화원을 이룬 것입니다. 성지 순례하듯 조심조심 발을 내딛어 보시지요. 비교적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시를 찾아 길을 떠날 것입니다.
동행하시다 보면 간혹 걸음새가 서툴 수도 있겠지만 가는 길이 매끄럽지 못해도 일단 길을 떠나보도록 하지요.
먼저 남도에서부터 시작할까요. 김재석 시인이 기다리고 있네요. 많이 낯선 이름이지요. 유명 시인은 아니지만 현역 시인으로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이랍니다. 1955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1990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지요. 그 동안 <까마귀> <샤롯데모텔에서 달과 자고 싶다> 등의시집을 펴냈지요.
김재석 시인의 시 중 아주 쉬운 시를 하나 골랐습니다. <겨울 강가에서>라는 시는 한 번만 읽어도 금방 가슴에 와 닿는 시지요. 물수제비에 대한 기억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입니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분이라면 오며가며 매끈한 돌멩이를 주워 강물에 또는 저수지에 던져본 경험들이 있을 겁니다. 누가 더 멀리 던지나 시합도 했겠지요. 특별히 놀이거리가 없던 옛날에 물수제비 던지는 놀이는 아주 신나는 일이었지요. 멀리던진 아이는 어깨에 힘을 주고 으스대기도 했지요.
시인은 겨울 강가에 서서 그 돌멩이를 떠올립니다. 재미로 던진 돌멩이에 대해 명상합니다. 그 순간 시인의포충망에 걸린 돌멩이는 단순한 사물에서 하나의‘의미’로 발돋움합니다. 경이의 순간, 각성의 순간이지요.상투적인 관념의 껍질을 벗고 싱싱한 날개를 퍼덕이는 순간이지요. 여기서 시는 태어납니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는 이제 더 이상 돌멩이가 아닙니다. ‘일생을 / 어둠 속에 지내고’있는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깊은 강물 속에 가라앉아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어둠에 묶여 있는 돌멩이는 바로 내 이웃입니다.친구요, 어머니요, 동생이지요. 나로 인하여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는 아픈 존재들입니다. 시인은 그 존재에대해 따듯한 눈길을 보내고 있는 거지요.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돌멩이는 얼마나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까요.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돌멩이를 던지고 돌아서면 그뿐이었습니다. 나와 무관한 무생물일 뿐이었습니다.그러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돌멩이는 뼈아픈 아픔의 시간을 숨죽이며 견디고 있었던 겁니다. 우리는 그 아픔을 모른 체 했던 거구요.
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남의 설움에 기러기가 울고 가네요. 기러기는 물속에 갇힌 돌멩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던 것일까요. 시에 비로소 날개가 돋았네요. 돌멩이와 기러기, 이 둘은 남남이 아니지요. 기러기처럼 밝은 눈과 귀를 갖지 못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아픔들을 그냥 지나치고 있는지요.
세심한 관찰을 바탕으로 자연이 주는 전언에 귀를 기울이고, 이러한 자연의 메시지와 소통하면서 자신의삶을 성찰하는 시인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의 아름다운 삶을 가슴에 오롯이 담습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무자년 쥐띠 해입니다. 쥐띠 생들은 넉넉한 식복과 좋은 운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지요. 옛날 하늘의 대왕이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착한 짐승에게 그 지위를 주겠다고 했습니다.이 소식을 들은 동물들은 저마다 빨리 도착하기 위한 훈련을 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쥐는 작고 미약한자기가 제일 먼저 도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그 중 제일 열심인 소의 등에 붙어 있었습니다. 드디어 결전의 날, 가장 많은 노력을 한 소가 1등으로 도착한 순간에 등에 붙어 있던 쥐가 날름 뛰어내려 소를 앞질렀습니다. 순위를 빼앗긴 소는 분하고 억울했지만 두 번째가 될 수밖에 없었지요.
새해에는 2등과 꼴찌의 삶에도 귀를 기울여야겠지요. 우리의 무관심과 외면으로 캄캄한 어둠 속에서 울고있는 누군가는 또 다른 나이기 때문입니다. ![](/upload/logo_r[670][882].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