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3월입니다. 어느새 새해도 두 달이 지났지요. 계획하신 일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요? 사람들은 대개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후회하면서 살아가지요. 그러나 후회하지 않는 삶도 있습니다. 우리네 삶의 속내를 섬세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시인은 노래합니다. 꽃피지 않는 삶의 내막과 찬란히 꽃피는 삶의 절정을!
이 달에 만날 정현종 시인은 1939년에 태어나 1965년《현대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왔습니다. 초기의 시는 관념적인 특징을 지니면서 사물의 존재 의의를 그려내는 데 치중한 반면, 1980년대 이후로는 구체적인 생명 현상에 대한 공감을 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주요 시집에《나는 별아저씨》《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사랑할 시간이많지 않다》등이 있지요.
시인의 약력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함께 여행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요. 시인은 세상의지도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세상에 없는 지도를 홀로 그리며 뚜벅뚜벅 낯선 길을 걸어가는 것이 시인입니다. 그길은 외롭고 쓸쓸한 길이지요. 새로운 길 위에서 시인은 삶의 오롯한 진실과 존재의 의미를 밝혀냅니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에서 시인은 먼저 후회와 반성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아주 쉽고 평이한 진술을하지요. 흔히 시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이 시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쉬운 시가 꼭 좋은 시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사람들은 뒤늦게 깨닫습니다. ‘더 열심히 말을 걸고 /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 더 열심히 사랑할 걸…’그러나순간순간의 삶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그냥 흘러갑니다. 오쇼 라즈니쉬는 말하지요. 인간은 같은 강물에 두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요. 그렇습니다. 삶은 순간순간 반짝이는 보석입니다. 매순간 전심전력 살아야지요. 결코쉬운 일은 아니지만 존재의 의의는 거기에 있습니다.
저 역시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산 적이 많습니다. 지금 뒤돌아보면 후회막급인 삶의 굽이굽이가 눈에가득 들어옵니다. 이미 다 흘러간 강물이지요. 흘깃흘깃 뒤돌아보며 흘러가는 강물의 회한 어린 눈빛이 가슴을적십니다.
여기서 잠깐‘노다지’에 대해서 말씀드려야겠네요. ‘노다지’는 손쉽게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일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황금을 뜻하기도 합니다. 구한말 외국 여러 나라들은 우리나라의 산야에 눈독을 들였지요. 그 중 외국 사람들이 개발한 광산에서 캐낸 금덩이가 해외로 운송되는 상자에는‘NO TOUCH’(손대지 마시오)라는 영어가 쓰여 있었지요. 이‘노터치’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지금의‘노다
지’가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우리네 삶의 순간순간은 모두 노다지지요. 오늘 아침에 만난 그 사람, 얼굴을 붉히며 다투었던그 친구, 나중에 하자고 미루어 두었던 일들은 모두 노다지랍니다. 시인은 다시 말합니다. ‘모든순간이 다아 / 꽃봉오리인 것을, /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 꽃봉오리인 것을!’
그렇습니다. 꽃봉오리는 분명 꽃봉오리인데, 활짝 개화하지 않고 그냥 모가지를 떨구는 꽃들도 많지요. 시인의 밝은 눈은 이렇듯 자연 속에서 삶의 진실을 읽어냅니다. 나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삶은 변화합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습니다. 꽃이 필때와 질 때가 있지요. 과거와 미래는 길이 아닙니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꽃을 피워야지요.
구차하게 또 설명을 늘어놓았네요. 시는 그냥 가슴으로 느끼면 되는 것인데, 콩이니 팥이니 부질없는 얘기만 늘어놓았습니다. 이제 제 설명을 제쳐놓고 직접 시와 만나보세요. 가슴으로, 온몸으로 그냥 느끼세요. 시는 바로 그곳에 살아 있습니다. ![](/upload/logo_r[670][884].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