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귀뚜르르 가느단 소리,달님도 추워서 파랗습니다.
울밑에과꽃이네밤만자면,눈 오는 겨울이 찾아온다고,귀뚜라미 귀뚜르르 가느단 소리,달밤에 오동잎이 떨어집니다.
— 소파 방정환《귀뚜라미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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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오케스트라의 가을 악기
지구에는 많은 생명이 살고 있다. 정말 헤아리기도 어려울정도로 많은 생물이 살아간다. 그 중 가장 재미있는 생물은 사람이다. 그 다음으로 재미있는 생물은 곤충이라는 녀석이다. 곤충은 진정한 지구의 주인이다. 물론 사람들은 인간이 가장 위대한 지구의 주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곤충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
사람은 종종 지구에 얼마나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인구조사를 한다. 대략 60억 명이란다. 그 중에 12억 명은 중국인이다. 그런데 곤충은 아직 얼마나 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대략 80만 종쯤 사람들에게 발견됐고, 300만 종쯤 될 거라고 생각한다.그러니 지구에서 사는 동물 가운데 4분의 3을 차지한다고들 한다. 이쯤 되면 지구의 주인이 인간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것같다.
곤충은 재미있는 소리를 낸다. 귓가를 앵앵 거리는 모기는 날개를 심하게 흔들어서 소리를 낸다. 280~350㎐의 고음이다. 물론 사람도 팔다리를 심하게 흔들면 소리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소리 이전에 먼지가 더 많이 날 것 같다. 소리를 내는 가을 곤충의 으뜸은 뭐니 뭐니 해도 귀뚜라미다. 아름다운 소리는 주로날개와 날개 또는 다리와 몸통을 비벼서 소리를 낸다. 줄과 마찰편이라고 부르는 기관인데, 마치 빨래판을 긁어서 소리를 내는 원리와 같다. 짝을 부를 때는 4㎑ 정도 소리를 낸다. 짝을 유혹할 때는 그보다 높은 고음을 낸다. 귀뚜라미, 여치, 방울벌레같은 녀석들은 비슷한 부비부비 선수들이다.
울음소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곤충은 매미다. 찬바람을 맞으면서 한 순간에 그 소리가 줄어들지만 여름에는 매미 소리가 없으면 왠지 허전하다. 물론 여름 내내 귀가 따가워 잠들지 못할정도긴 하지만. 매미는 다른 곤충들과는 조금 다른 몸 구조로소리를 낸다. 몸에 진동막이라는 얇은 막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막은 근육에 연결돼 있어서 근육이 줄어들었다 늘어났다하면서 진동막을 울린다. 만들어낸 진동은 몸통을 확성기 삼아서 큰 소리를 낸다. 역시 긁어서 내는 소리와 진동하고 증폭시키는 소리는 차이가 난다.
특이하게도 소리는 주로 수컷 곤충이 낸다. 소리는 짝을 찾거나 유혹할 때 쓰이는데, 곤충은 수컷이 훨씬 적극적이다. 소리로 사랑을 부르고 그리고 생명을 이어간다. 곤충은 그렇게 3억년이 넘도록 지구를 지켜왔다. 가을 소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지구에 남아서 사랑을 속삭여서가 아닐까. 찬바람이 부는 겨울 문턱을 넘어서기 전에 나를 불러줄 그런 사랑의소리는 없을까. ![](/upload/post_content_logo[122].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