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잠든 사이에
글. 정문섭(고양우편집중국)
은어 떼다. 2008년 9월 10일 새벽 두 시. 세상 사람들이 지친몸을 뉘이고 잠들었을 시간, 거대한 은어 떼가 은지느러미를 흔들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밀려온다. 밤새 눈 한번 붙이지 못하고 바람 길을 거침없이 헤쳐온 불야의 눈을 깜박이며 거친 숨을뿜어낸다.
이곳 고양우편집중국 새벽 발착장에 도착한 우편차의 문이열리면 안에는 각지에서 실어온 소포가 가득이다. 이때부터 소통 현장의 사람들은 활기차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먼저, 발착장에 커다란 이동식 컨베이어를 장착한다. 윙~ 하는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하면 저마다의 사연과 안부와 감사를 담은 소포우편물들이 쏟아지듯 내려온다.
쌀쌀한 가을 새벽녘이건만 소통요원의 이마와 억센 팔뚝엔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소포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흐르면 땀방울도 작업장 사람들의 넓은 가슴과 구릿빛 등허리를 타고 흐른다. 여기저기서 구령소리와 소포우편물의 행선지를 외치는고함소리가 들리고 팔을 쭉 뻗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통을 지휘하는 사람, 팔로 원을 그리며 무언가를 표시하는사람들, 잠시라도 우편기계가 멈춰 설까하여 정비도구를 쥐고긴장된 표정으로 우편기계를 손보는 사람들, 파렛을 쉴 새 없이 운반하는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의 열기로 추석우편물 소통 현장은 점점 뜨겁게 달아오른다. 소포구분기는 마법가루를 뿌린듯이 하위 벨트를 통해 우편물을 각 지역별로 척척 구분해낸다.
구분된 소포우편물이 차곡차곡 쌓인 무거운 파렛은 사람의손으로 하나씩 밀고 가기도 하지만, 때로 파렛과 파렛을 굵은끈으로 연결하여 육중한 전동견인차처럼 한꺼번에 끌고 가기도한다. 이렇게 구분된 파렛들을 우편차에 실어 최종도착국으로보내면 비로소 한 단위의 작업이 끝나는 것이다.
이처럼 거칠고 숨 가쁜 추석 소통의 현장이건만 쏟아지는 소포우편물들은 그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그리움이며 정성이고,때론 멀리 찾아가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담은 것이므로 작은 것 하나라도 소홀히 다룰 수 없다.
올해 추석에도 우리국은 전 직원이 한마음이 되어 특별소통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하지만 가장 큰 결실은 전년 대비몇 퍼센트 늘어난 물량을 처리했다는 숫자에 있지 않을 것이다.쏟아지는 물량 속에서 함께 흘린 땀방울, 손에 묵직하게 전해오던 소포들의 중량감, 두 발과 두 손이 기억하는 특별소통의 경험과 자신감이야 말로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달을 띄워 올린다, 정을 담아 보낸다
글. 박영식(남울산우체국)
올해는 여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성큼 추석이 다가 왔다. 매년 연례행사나 다름없는‘우편물류대란’을 치르게 되는 추석. 이때가 되면 우편 물류의 흐름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우정사업에 종사하는 모든 직원은 초긴장 상태가 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특별소통 업무지침서가 하달되고 10여일에 걸쳐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작전 개시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사불란하다. 창구 접수에서 운송, 분류, 배달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한바탕 전쟁이다. 매 시간마다 접수된 택배는 우편집중국 자동시스템 컨베이어에서 분류작업을 거치기 위해 우편운송차량에 실려 나간다. 우편집중국에서 다시 행선지 별로 파렛에 적재된 우편물은 우편 물류의 총집결지인 대전교환센터에 몰려가 교환작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배달될 전국 각지 우체국으로 밤을 새워 달려온다.
현업에서 지금까지의 과정이 준비태세라면 실전은 지금부터다. 새벽 3시 반. 만차된 우편운송차가 속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몰려들어하역이 시작되면 순식간에 우체국의 공간이란 공간은 온통 선물 꾸러미 천지다.?우편원들의 손에 의해 1차 분류작업이 끝나면 벌떼처럼 덮친 수 백 명의 집배원과 위탁요원, 알바생도 가세해 우체국은 일대 자리다툼으로 북새통이 아닐 수 없다.
“파이팅! 파이팅!”마치 태권도장에서“얍! 얍!”기합 넣는 외침처럼파이팅 소리가 아직 곤한 잠에 빠진 세상의 푸른 새벽을 깨워준다. 조기 출근한 국장님은 수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직원들의 무사안녕과 건강을 챙기느라 청사 구석구석을 돌며 일대일 파이팅으로 기(氣)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잠시도 부르릉 거리는 엔진 소리가 멈춰지지 않는 하치장. 오토바이를 비롯해 작고 큰 택배전용차는 물론 민간 용달차까지 동원되어 최종 목적지인 배달처를 향해 달려 나간다. 고양이의 손이라도 빌렸으면하는 심정으로 하루 몇 차례씩 배달해 날라도 돌아와 보면 또 원래대로 쌓여있는 택배 산더미.
짙은 어둠이 내린 늦은 저녁까지 지치도록 배달을 하다보면 어느덧둥실한 추석 보름달이 저만치 떠올라 있다. 시대적으로 경기가 나쁘다고들 하지만 어디 우리의 추석 대명절이 한 번도 인색함을 내보였던가. 작열하는 태양을 흠뻑 마시고 살이 탱글탱글하게 오른 햇과일을비롯하여 차례 상에 올려질 햇곡식, 산야에서 생산된 지역 특산품뿐아니라 공산품, 특히 영해(海)에서 잡아 올린 펄떡이는 수산물까지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정성이 듬뿍 담긴 선물들이 오고 가기에 그리운 이의 가슴 한켠에서 한가위의 큰 달은 떠오르게 되는 것이리라. ![](/upload/post_content_logo[243].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