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희망을 충전하는 힘
하루의 일과를 마치면 누구나 스트레스, 고민, 자존심 파괴 등의 안 좋은 기억으로 지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족들이 하루 종일 얼마나 심한 스트레스에 쌓였는지 이해하고,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 투덜거리는 말을 들어주고, 하루 중 쌓인 고민을 없애려는 짜증을 이해해주고, 낮에 당한 자존심 파괴를 추스르기 위해 화내는 것까지 참아준다면, 그 모든 어려움이 희망으로 재생될 것이다.
소통을 막는 첫 번째 원인은 막연히 가족이라면 이런 것도 이해해 주어야 하고 저런 것도 받아들여 주어야 하며, 그런 것도 위로해 주어야 한다고 기대하는 데서온다. 가족 일원들의 임무가 분담되어 있을 때는 그런 기대가 가능했다. 그러나 맞벌이가 늘고 자녀교육과 재테크 등으로 아내들도 바깥 일이 많아지면서 남편의 분노와 짜증을 받아줄 형편이 안 된다. 두 번째 원인은 성에 따라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남녀가 이유와 방법을 전혀 모른 채 대화에 임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의 해결은 간단하다. 상대방도 자기 나름대로의 고민과 스트레스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지 의견을 묻고, 자기 고민을 말하기만 해도 된다. 그런데 두 번째 문제의 해결방법은 약간 복잡하다. 남녀가 하는 일이 비슷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화방식이 정반대여서 상대방의 대화방식을 모르면 외국어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언어의 이해방법
모든 생명체의 가장 고귀한 임무는 번식이다. 남자들은 원시시대부터 사냥으로 먹이를 구해 가족을 부양해왔다. 남자가 사냥하는 동안 여자는 아이를 잉태하고 양육하면서 가정을 돌보고 먹이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배분하는 일을 맡았다. 이처럼 서로 상반되는 일을 하다 보니 사고방식이 서로 반대로 굳어졌다. 언어 사용법도 달라졌다.
첫째, 사냥꾼은 꼭 필요한 말만 해야 사냥에 성공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남자들은 꼭 필요한 말 이외의 말은 쓸데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여자는 세세히 설명하는 파수꾼 노릇에 익숙해 세세히 설명하지 않으면 무례하거나 불친절하다고 생각한다. 이 두 차이가 큰 충돌을 만든다. 남자는 여자의 세세한 말을 참고 들어주어야 하고, 여자는 남자의 간단한 말을 이해해주어야 대화가 통한다.
둘째, 남자는 사냥하는 동안 자주 피를 보기 때문에 사소한 것을 금세 잊어버린다. 결혼기념일, 아내 생일 같은 것은 먹이 구하기 같은 생존 문제에 비해 사소한 일이어서 저절로 잊힌다. 그러나 아내는 그런 기념일만이 휴식을 취하고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을 면하는 거의 유일한 날이다. 이 역시 결과를 가지고 서로 싸울 것이 아니라 아내는 남편에게 기념일을 미리 알려주고 남편은 휴대폰 일정 관리 등에 미리 입력해 알려주는 시스템을 활용하는 성의를 가져야 문제를 해결할수있다.
셋째, 남자는 사냥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단번에 알아듣도록 말하는 사고가 굳어져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못 알아듣는다. 아내는 우회적으로 돌려서 말해야 자존심을 다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항상 우회적으로 말한다. 상대방의 특성에 따라 이해할 부분은 이해하고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만 가정이 하루 일과에서 쌓인 감정의 찌꺼기들을 정화할 수 있는 본래의 기능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