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한 아이가 나온다. 아이는 부모가 없고 지금껏 할머니와 둘이서 살았다. 그 아이는 울고 있고 아이를 울린 사람은 이날 함께하기로 한 출연자다. 출연자는 “엄마가 언제 제일 보고 싶어?” 물었고, 아이는 엄마생각에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TV에 또 다른 아이가 나온다. 아이는 부모가 없고 지금껏 할머니와 둘이서 살았다. 그 아이가 웃고 있고 여느 평범한 아이와 다를 바 없이 밝다. 출연자도 아이에게 곤란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시청자는 어떤 아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까?
아이들에게 왜 그런 질문을 하나요?
나눔방송을 만드는 모든 PD들의 고민은 한결같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시청자들에게 이들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는가?’ 우울한 모습? 삶에 찌들어 있는 슬픈 모습을 보여주면 많은 이들의 마음이 열릴까? 아니면 밝고 명랑한 모습?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욱 안쓰러운 마음에 가슴을 열까? 미안하지만 이 고민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접근하는 방식이 어떤 것이든, 수많은 고민 속에서 결정한 방식임을 믿어주었으면 한다. 더 많은 이들의 참여로 이웃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누구보다 절절하다는 것을. 보는 이를 안타깝게 만드는 질문에 아이가 눈물을 쏟는다 하여도 궁극적으로는 괴롭히기 위한 게 아님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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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방송도 서로 경쟁을 하나요?
어느새 10여 년을 훌쩍 넘어선 ‘사랑의 리퀘스트’는 공중파방송 최초의 ARS 기부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전화 한통으로 TV에 나오는 저 가엾은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시도는 획기적이고 놀라웠다. 나눔의 진화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러나 2009년 지금은 각 방송사마다 나눔을 전파하며 다양한 모습의 이웃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ARS 전화번호도 한두 개가 아니다.
자, 그럼 여기서 또 하나의 고민. PD는 타 나눔방송을 견제해야 할 것인가? 10여 년 전에도 방송 한번에 1~2억을 웃돌던 모금액이 나눔방송의 증가로 분산되면서, 이제는 1억 원 넘기가 힘들어졌다고 타 방송들을 원망해야 할까? 아니면, 그래도 나눔이 확산되었다는 의미니까 기뻐해야 할까? 다행히도 이번 고민에는 해답이 있다.
나눔의 분산을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차별화를 통해 이슈 만들기, 즉 특집방송을 제작하면 된다. 스타들의 참여를 통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 처음에는 스타의 참여에 관심을 쏟겠지만 그들의 선행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자연스레 나눔에 참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리퀘스트는 ‘빅스타 도네이션 쇼’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한 달에 한 번씩, 도움 받는 이가 아닌 도움 주는 이들을 소개하는 색다른 방식의 프로그램을 특집으로 내보내고 있지만, 스타들의 참여는 더 큰 파급효과가 있다.나눔방송이 진화한 만큼 기부자들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주머니 속 돈을 꺼내 돕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직접 자신의 재능을 기부한다. 한 다이어트센터는 고객이 살을 1kg 뺄 때마다 일정액을 기부하는 방법으로 윈윈방식의 나눔을 제안하기도 했다. ![](/upload/post_content_logo[301].png)
<프로그램 소개>
사랑의 리퀘스트는 한 통화(060-700-0600)에 1,000원으로 따뜻한 사랑을 전하기 위해, 그리고 이웃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희망찬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기부프로그램이다. 김경란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 6시에 KBS1에서 방송하며, 한국어린이재단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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