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에 더욱 특별한 곰소 천일염
서울에서 차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부안군 진서면 진서리. 봄볕 아래 반짝반짝 빛나는 곰소염전이 이방인을 반긴다. 곰소염전은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천일염전
중 하나다. 천일염은 자연환경과 생산방법에 따라 맛과 질이 다르다. 청정한 바닷물, 풍부한 일조량과 바람, 소나무 숲 등 최적의 소금 생산 조건을 갖춘 곰소염전에서 만들어지는 소금은 단연 으뜸이다.특히, 매년 이맘때가 되면 곰소 천일염은 더욱 귀한 대접을 받는다. 소금은 보통 3월에서 10월 사이에 생산되는데, 5~6월에 염부들은 더욱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한 해 중 오직 이때만 내변산 해송숲에서 송홧가루가 날아와 소금 결정에 내려앉기 때문이다. 송홧가루가 앉은 소금은 은은한 향이 날 뿐 아니라 혈액순환을 돕고 노화를 방지하는 등 건강에도 좋아 명품 중의 명품으로 손꼽힌다.
곰소 천일염은 달짝지근한 맛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예부터 소금 결정을 한번 뺀 바닷물인 간수를 재활용하지 않는 걸 고수하는데, 간수에는 쓴맛을 내는 염화마그네슘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수확한 소금을 바로 팔지 않고 창고에 묵히는 이유도 간수를 쫙, 빼기 위해서다.
곰소젓갈이 이름난 것도 바로 이 질 좋은 소금 덕이다. 곰소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생선과 어패류를 곰소 천일염에 절인 후, 변산반도 해풍에 저온으로 숙성시켜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리신, 글루타민산, 글라이신 등 필수아미노산과 핵산이 풍부해 건강식으로도 손색없다.
부안 대표 감칠맛, 젓갈정식
곰소항 입구에 들어서자 곰삭은 젓갈 냄새가 코에 훅 끼친다. 곰소젓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젓갈단지는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명소다. 한 곳을 골라 들어가니 고운 때깔의 젓갈들이 먹음직스럽게 줄지어있다. 새우젓, 멸치액젓, 까나리액젓 같은 김장용부터 오징어젓, 순태젓, 황석어젓, 토하젓 등의 밑반찬용까지. 맛보기는 무제한. 상인들이 건네는 이쑤시개로 새우젓을 찍어 먹으니 입안에 짭조름한 맛이 알싸하게 퍼진다.젓갈단지에서 곰소염전 방향으로 나오면 늘어선 음식점들을 볼 수 있다. 각양각색의 간판마다 ‘젓갈정식’이란 큼지막한 글자가 빠지지 않는다.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8~13가지 젓갈이 다양한 찬과 함께 나오는 젓갈정식을 맛볼 수 있다. 숙성도와 손맛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지만, 곰소 천일염으로 만들기 때문에 어딜 가나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푸짐하고 정갈한 상차림으로 소문난 ‘곰소쉼터’로 향했다. 판매대에 수북이 쌓인 빨간 젓갈들이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니 서둘러 젓갈정식부터 주문한다.
“곰소젓갈은 곰소항과 격포항에서 공수한 싱싱한 해산물을 송홧가루가 가미된 곰소 천일염으로 삭힙니다. 말하자면, 부안의 바다와 숲이 만들어낸 맛이지요.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백반과 함께 지역 음식을 선보이면 어떨까, 해서 다양한 젓갈을 내놓은 것이 바로 이 젓갈정식입니다.”
곰소쉼터의 주인장 박선희 씨는 14년 전, 젓갈정식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점차 여행객들 사이에서 곰소젓갈의 감칠맛이 입소문을 탔고, 젓갈정식은 부안에서 꼭 한번 맛봐야 하는 대표 메뉴로 자리매김했다. 자리를 잡고 앉자 어느새 젓갈 9종 세트가 조붓하게 차려진다. 오징어젓, 바지락젓, 낙지젓, 꼴뚜기젓, 토하젓, 창난젓, 갈치속젓, 황석어젓, 어리굴젓. 윤기가 좔좔 흐르는 선명한 빨간색의 젓갈을 마주하니 절로 식욕이 동한다.
다채로운 젓갈이 선사하는 식도락의 기쁨
아홉 가지 젓갈 사이로 젓가락이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한 젓가락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자 짭조름한 감칠맛이 혀에 착착 감긴다. 이내 매콤하고 쿰쿰한 맛이 몸으로 쭉 퍼져 나간다. 젓갈이란 본디 강하고 짠맛이 특징인데, 속이 쓰리지 않고 도리어 개운하니 계속 먹게 된다. 밥에 쓱쓱 비벼 먹어도 좋고, 아삭한 봄동이나 상추에 싸먹으면 또 그것대로 맛이 기가 막히다. 오랜 시간 푹 삭힌 젓갈들은 숨이 살아있다. 탱글탱글, 쫄깃쫄깃, 흐물흐물. 빛깔이나 모양새는 어슷비슷한데, 저마다 다른 염도와 식감으로 입안에서 춤을 추는 듯하다. 밥 한 끼로 아홉 가지 맛의 감각을 만끽할 수 있다니, 젓가락이 오갈수록 식도락의 기쁨은 배가 된다.
젓갈을 한껏 즐기고 나니 그제야 찬이 눈에 들어온다. 집된장으로 국물을 낸 말간 된장찌개와 삼삼하게 간을 한 조기구이, 더덕장아찌, 무장아찌, 간재미무침을 곁들여 먹는다. 젓갈의 짭조름함과 찬의 담백함이 맛의 균형을 선사한다. 식당 뒤편 텃밭에서 공수한 식재료로 만들어 밥상에 올린 갓김치도 일품이다. 그때그때 좋은 식재료에 따라 준비되는 찬이라니 배가 이미 부른데도 젓가락질은 멈출 줄 모른다. 비로소 그릇이 밑바닥을 보이자 미련 없이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나른한 몸이 번뜩, 깨이고 허기진 배가 두둑하게 채워진 순간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손에는 꾹꾹 눌러 담은 젓갈 한 통이 들려있다. 이제 와 고백하건대, 젓갈을 조미료에 불과한 ‘밥상의 조연’ 쯤으로 생각했더랬다. 예상은 명쾌하게 뒤집혔고, 젓갈에 강력한 믿음이 생겼다. 그저 곰소젓갈과 흰쌀밥만 놓인 상차림이라면, 그 어떤 화려한 만찬 부럽지 않으리라.
곰소젓갈은 곰소염전의 천일염을 이용해 만든다. 곰소쉼터의 젓갈정식은 곰소젓갈에 갖가지 자연에서 나는 반찬을 곁들여내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부안 젓갈정식 맛집
+ 곰소쉼터
곰소염전 맞은편에 자리한 곰소쉼터는 젓갈정식으로 소문난 집이다.
9가지 젓갈과 된장찌개, 조기구이, 밑반찬이 함께 나온다. 식당 한쪽에 마련된 판매대에서 각종 양념 젓갈을 구입할 수 있다.
전화 063-584-8007
주소 전북 부안군 진서면 청자로 1086
+ 자매식당
가리비, 낙지, 오징어, 창난, 명란, 청어알, 전어, 호래기, 순태젓 등 9가지 젓갈이 정갈하게 차려져 나온다. 계절에 따라 꼬막무침, 파김치, 생선구이, 나물 등이 밑반찬으로 곁들여 나오고 밥맛도 좋다.
전화 063-584-1218
주소 전북 부안군 진서면 곰소항길 75-1
+ 곰소젓갈단지
곰소항 곰소염전의 천일염을 이용해 만드는 곰소젓갈은 변산반도 근해에서 어획되는 어류를 원료로 한다. 곰소염전에서 1년 이상 저장하여 간수를 제거한 깨끗한 소금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위생적이며
맛 또한 담백하다. 포구 바로 옆에 젓갈가게가 늘어서 있다. 여러 종류의 건어물과 팔팔한 생선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곰소항 인근에는 젓갈정식을 내는 식당들이 몰려있는데, 1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푸짐한 상을 받을 수 있다. 어리굴젓, 오징어젓, 창난젓, 낚지젓, 꼴뚜기젓, 갈치젓, 갈치속젓, 명란젓, 바지락젓 등 갖가지 젓갈이 상에 가득 오른다.
주소 전북 부안군 진서면 곰소리
믿을 수 있는 젓갈 구입하기
우체국쇼핑(mall.epost.go.kr) 1588-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