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이 맛있는 순창
무학대사가 이성계를 임금의 자리에 오르게 하고자 만 일 동안 기도한데서 유래되었다는 만일사, 이성계가 이 절에 있는 무학대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인근의 한 농가에 들렀다고 한다. 변변한 반찬이 없었던 농가에서 내놓은 것이 고추장(당시 고초장(苦椒醬), 고추가 전래되기 전 후추나 산초 등 신초(辛椒)를 이용해 만든 것)이었는데, 궁으로 들어온 이성계가 이 맛을 잊지 못해 진상하도록 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1740년 <소문사설>에 순창 고추장 담그는 법이 기록되어 있고, 1800년대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고추장 이야기가 나오는데, 순창과 천안의 고추장이 유명한 것으로 쓰여 있다. 여러 기록과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조선시대 순창 고추장은 이미 특산품으로 인정을 받았을 만큼 그 맛이 뛰어났다. 고추장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이를 띄워 소금물을 첨가하여 숙성, 잘 말린 고추를 빻아 만든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다. 여기에 단맛을 더하기 위해 쌀, 보리 등의 곡물이 들어간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된장, 고추장, 간장을 비롯한 젓갈 등의 장(醬) 문화가 발달했다. 순창은 특히 장이 발효하기에 적합한 일조량과 기온차로 발효 미생물이 생존하기 좋은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다. 또한 섬진강 상류의 오염되지 않은 지하수를 사용하는데다, 다른 지역과 달리 겨울에 고추장을 담가 서서히 숙성되어 단맛이 깊고 신맛이 없다. 고추장은 최소한 8개월 이상 발효를 거쳐야 제 맛이 나는데 순창의 고추장은 전통방식대로 고추장을 담그고 발효해 깊고 풍부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각 가정에서 고추장을 담가 아는 사람들끼리 나눠먹다 택배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전국적으로 순창 고추장이 유명해지게 되었다. 순창은 이 명성을 이어가고자 1997년 고추장민속마을을 조성, 오랜 손맛을 가진 마을 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전통방식 그대로 고추장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순창고추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판매되는 고추장은 많지만 이곳 고추장마을의 고추장과는 맛의 깊이가 다르다. 이 순창 고추장은 특별한 조리 없이 마른 멸치를 찍어 먹어도 맛있고, 뜨거운 밥에 쓱쓱 비벼 먹어도 그만이다. 여러 가지 재료들과 어우러져 조리되면 그 맛은 더욱 일품. 순창에서 3대째 고추장을 만들고 있는 ‘동백고추장’에서 지난해 ‘명가원’이라는 음식점을 내고 고추장 양념을 한 돼지갈비를 선보이고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맛은 단연 엄지손가락이 바로 올라갈 만큼이다.
순창 지역 대표 음식으로 거듭나도록 맛의 정성을 기울이는 명가원
매콤하면서도 뒷맛은 달콤한 명가원 고추장 갈비
화끈한 맛 명가원 고추장 갈비
‘명가원’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딱 맞는 고추장 양념 갈비를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 중 고추장의 매콤하고 달콤한 뒷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명가원 고추장 갈비는 한번 먹고 나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기분 좋은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조부 때부터 20년 넘게 고추장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 집안의 고추장을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순창식 양념 돼지갈비를 아버지와 함께 개발하게 되었다는 한상우 사장.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어머니로 이어지는 고추장에 국내산 토종 돼지고기를 재어 특유의 매콤한 감칠맛을 자랑하는 고추장 갈비를 내놓았다. 아버지, 어머니의 손맛 조력이 이 집 맛의 막강한 힘이라고.
“순창이 고추장으로 유명하지만 정작 손님들이 찾아오면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장아찌류 밖에 없었어요. 순창만의 특화된 음식이 별로 없어 아쉽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때마침 담양의 숯불고기가 생각나더라고요. 고추장을 이용해 갈비를 만들면 어떨까, 거기서부터 출발했죠. 담양 숯불고기처럼 순창의 대표 음식이 되도록 지역에서 나는 좋은 재료로 맛을 내고 있습니다”라는 한상우 사장.
‘명가원’은 문을 연 지 몇 해되지 않았지만 그 맛에서는 단연코 최고다. 메인 메뉴인 고추장 갈비는 냄새만으로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매콤한 양념이 깊게 배어 감칠맛이 좋고 육즙은 그대로 살아 있어 부드럽다. 신선한 채소에 쌈을 싸 먹어도, 그냥 먹어도 맛있다. 함께 차려지는 반찬류는 한정식의 고장 전라도답게 맛에서나 종류에서나 부족함이 없다. 연어샐러드, 잡채, 버섯구이, 생선조림, 부침개와 밑반찬이 한상 떡하니 차려진다. 어디에 젓가락을 올려야할지 마음부터 바쁘다.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
“맛있게 드시고 오래도록 순창 고추장, 순창의 음식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부모님의 손맛 그대로, 될 수 있는 한 푸짐하게 대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는 한상우 사장의 손이 초벌구이를 하느라 바삐 움직인다. ‘명가원’에는 고추장 갈비 외에도 일반 돼지갈비를 비롯해 갈비찜, 묵은지갈비찜도 오래된 손맛을 자랑하기에 손색이 없다. 마무리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들깨수제비로 하면 더 좋다. ‘명가원’의 이유 있는 노력이 계속되길 바란다.
순창 둘러보기
+ 순창고추장마을
우뚝 솟은 아미산 아래 위치한 순창고추장민속마을에 가면 내로라하는 고추장 명인들이 모여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데, 고추장 만들기를 비롯해 고추장을 이용한 간단한 요리와 인절미 만들기, 쌀튀밥 등을 체험하며 배울 수 있다. 믿을 수 있는 고추장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
주소 전라북도 순창군 순창읍 민속마을길 5-13.
전화 063-653-0703
+ 순창 피순대
순창에서 또 한가지 유명한 것이 피순대. 이를 맛보고 싶다면 순창시장에 위치한 ‘2대째 순대’를 가면 된다. 애기보와 암뽕, 선지만 가득 채워 넣은 순대로 끓여낸 순대국이 보기와 달리 부드럽고 칼칼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자랑한다.
주소 전라북도 순창군 순창읍 남계로 58.
전화 063-653-0456
+ 순창 매운탕
고추장으로 양념을 한 순창의 매운탕도 맛이 좋기로 알려졌다. 순창 장군목 요강바위 입구에 ‘장구목가든’의 민물새우탕이 유명하다. 식당 앞 적성강에서 잡아올린 신선한 민물고기와 민물새우로 끓여낸다.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주소 전라북도 순창군 동계면 장군목길 706-4.
전화 063-653-3917
믿을 수 있는 순창 고추장 구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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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8-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