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길 - 서울
58년 만에 열린 고종황제가 걸었던 길
덕수궁은 서울시 중구 정동에 있는 조선 시대 궁궐이다. 덕수궁 돌담길은 덕수궁 대한문에서 정동극장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말한다. 유행 가요와 드라마 속 소재로 잘 알려진 덕수궁 돌담길이 요즘 주목을 받았다. 오랫동안 숨겨진 길이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덕수궁 돌담길 중에는 1884년 이래 130년 동안 우리에게 잊힌 길이 있었다. 그 길은 1884년 영국대사관이 덕수궁 북측에 자리 잡고, 1959년 점유하기 시작하면서 통제되었다. 이 통제되었던 길이 2017년 8월 30일, 58년 만에 일부 개방이 된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에 개방된 구간은 덕수궁 돌담길 170m 중 서울시 소유의 100m 구간이며, 영국이 매입한 70m 구간의 개방에 대해서도 영국대사관과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에서 복원 추진 중인 ‘고종의 길’까지 개방되면, 덕수궁 돌담길을 거쳐 정동공원과 정동길까지 길이 이어지게 된다고 한다. 이번 가을엔 고종 황제가 걸었던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역사 속 가을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횡성대교 - 강원도
하늘 아래 첫 다리를 바람처럼
횡성대교는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상대리에 있는 영동고속도로 상의 교량이다. 1995년 12월에 착공하여 1999년 7월에 개통되었으며, 길이 705m에 높이 92m에 달한다. 개통 당시에는 국내 최고의 높은 다리로 ‘하늘 아래 첫 다리’라고 불렸다. 아찔하게 높은 횡성대교를 지나가면 하늘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바람이 계곡과 계곡 사이를 지나가는 느낌이 그러할까? 2006년 건설교통부(지금의 국토교통부)에서는 횡성대교를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의 하나로 선정하였다.
곡교천변 은행나무길 - 충청도
충무공의 얼을 따라 걷는 은행 길
곡교천변 은행나무 길은 현충사 입구의 곡교천 충무교에서 현충사 입구까지 2.2km의 길을 말한다. 이 길은 ‘전국의 아름다운 10대 가로수길’로 선정될 정도로 충남 아산의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곡교천변 길에는 35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있는데, 가을이면 은행잎이 마치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주변이 온통 노란색이다. 오래된 은행나무 사이를 걸으면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차량 진입을 통제하여 마음 놓고 편히 걸을 수 있는 곡교천변 은행나무길. 비록 사람이 많을지라도 가을에는 한 번쯤, 온통 노란 세상인 이곳에서 인생 사진 한 장 찍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장산 단풍길 - 전라도
가을의 추억, 손편지에 담긴 단풍잎 하나
가을 하면 울긋불긋 단풍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 자랑할 만한 단풍길이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내장산은 단풍산으로 유명하다. 전북 정읍, 순창군과 전남 장성군에 걸쳐 있는 내장산은 단풍 빛깔이 곱고 아름다워 가을산이라고 불린다. 내장산의 단풍은 잎이 얇고 작아 그 모양이 갓난아기의 손바닥 같다고 하여 ‘아기 단풍’이라는 애칭이 있다. 내장산국립공원 백양탐방지원센터에서 백양사까지 이어지는 1.8km 구간에 백양계곡을 따라 단풍이 물들어 있어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이번 가을에는 내장산에서 주운 단풍잎을 정성스럽게 쓴 손편지와 함께 동봉하여 아름다운 가을을 추억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안재 - 경상도
굽이굽이 돌고 돌아 다시 만난 가을
지안재는 경남 함양군 함양읍에 위치한 고갯길로, 함양에서 지리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급경사를 S자 코스로 만들어진 이 길은 가을에는 자전거 주행 장소로 각광받으며, 그 모양이 뱀처럼 특이하여 사진작가들이나 영화, 드라마 캐스팅 관계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실제로 지안재는 광고 촬영지로 이미 알려졌다. 지안재 꼭대기에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는데 ‘어느 누가 찍어도 작품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색적이고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굽이굽이 휜 길이 마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지안재. 그 길을 돌고 돌면 저 멀리 누렇게 익은 들녘이 보인다.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 풍족한 추석을 보낼 생각에 괜한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지리산 쪽으로 여행을 간다면, 한 번쯤 지안재를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이색적인 풍경과 가을이 익어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제주 오름 - 제주도
순수한 자연에서 만난 짙은 가을바람
제주도 오름은 화산 분화구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산’이다. 이 야트막한 산을 제주에서는 ‘오름’이라고 부른다. 제주도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다고 전해진다. 제주도 오름은 한라산에 딸린 기생화산이라고도 하는데, 한라산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생화산을 거느린 화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날이 좋은 날 오름에 오르면 제주도의 수많은 오름과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빌딩숲을 떠나 오름에 오르면 때 묻지 않은 제주의 아름다움에 반하게 된다. 특히 제주도 동쪽에 있는 용눈이오름은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잘 정비된 산책로를 1시간 정도 오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볼 수 있어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바람이 불면 갈색으로 물든 풀잎들이 움직이고, 풀잎들의 소리는 걷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치유한다. 순수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오름, 오름의 정상에서 짙은 가을바람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