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Les Nuits d’Été)
제목에 ‘여름’이 들어가는 음반을 가장 먼저 골라봤다. 베를리오즈의 ‘여름밤(Les Nuits d’Été)’이다. 마르크 민코프스키가 이끄는 루브르 음악가들의 연주다. 메조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가 노래를 불렀다. 고티에의 시 여섯 편에 베를리오즈가 곡을 붙인 ‘여름밤’은 베를리오즈의 가곡 가운데 가장 널리 연주된다. 세월이 흘러서 폰 오터의 목소리도 다소 굵고 거칠어진 감이 없지 않지만, 민코프스키가 리드하는 루브르 음악가들의 세심한 반주와 합쳐져서 곡의 완성도를 더해주고 있다. 첫곡 ‘빌라넬레’에서부터 폰 오터의 목소리에서는 풍부한 격조와 기품이 느껴진다. ‘장미의 유령’에서는 점차 수위를 높여가는 감정의 미묘함이 돋보이며, ‘호수에서’는 넘실거리는 관현악 속에서 폰 오터의 목소리에 우울함이 묻어난다. 멀리 떠난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부재’에서는 소슬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묘지에서’는 약간 밝은 분위기로 회복된 모습이며, 마지막곡인 ‘미지의 섬’에서 폰 오터는 큰 배를 타고 바다에 떠 있는 듯 넘실대는 관현악 속에서 가장 자신감 있는 가창을 들려주고 있다. 반주를 맡은 루브르의 음악가들의 연주는 투명하고 실내악적인 특성을 잘 드러내면서 종이에 그린 수채화의 물감처럼 감상자의 인상 속에 쾌적하게 스며든다.
30년대의 사운드
다음으로 ‘30년대의 사운드’를 소개한다. 리카르도 샤이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재즈 피아니스트 스테파노 볼라니와 녹음한 두번째 공동작업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에 작곡된, 재즈, 탱고, 폭스트롯 등 이웃 장르의 영향을 짙게 받은 작품들을 모았다. 사후 75주년을 맞은 작곡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는 미켈란젤리(EMI)나 상송 프랑수아(EMI), 크리스티안 침머만(DG) 등 탁월한 해석들이 즐비하다. 피아니즘이 아닌, 독주자와 오케스트라의 친밀도 면에서 바라본다면 볼라니의 연주는 맨 위에 올려놓을 만하다.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의 대극으로서가 아니라 그 일부로 하나의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은 전작의 거슈윈과 마찬가지이다. 2악장에 감도는 긍정적인 향기와 따스한 에너지를 만끽하고 나면, 예상외로 재즈 피아니스트의 연주라는 걸 전혀 의식하지 않게 된다. 스트라빈스키의 ‘탱고’는 피아노 버전과 펠릭스 귄터의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이 실려 있다. 쇼스타코비치의 ‘재즈모음곡’이 재즈적이지 않듯 스트라빈스키의 ‘탱고’는 정통 탱고에서 벗어나 있지만, 늘어뜨리고 당기는 리듬에서 30년대의 관능이 느껴진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협주곡 녹음 중에서는 이자벨 파우스트가 연주하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꼭 들어봐야 할 것이다. 숭고하면서 순수한 감정의 물결이 조용히 음향 공간을 채운다. 그동안 이 곡의 연주는 베토벤적인 위엄이 지나쳐 듣는 이를 억압하는 경향이 있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파우스트는 그 진입장벽을 낮추고 곡을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반복 감상 되는 명연의 공통점은 여백의 미가 있다는 점이다. 여백이 없는 연주는 듣는 이를 질식시킨다. 이른바 거장들은 곳곳에 자신만의 여백을 심어 놓는다. 아바도의 지휘에서 그 같은 경지가 느껴진다. 이자벨 파우스트가 연주하는 1702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잠자는 미녀’는 듣는 이의 마음을 홀딱 빼앗을 정도로 황홀한 고음을 자랑하고 있다. 날카롭지만 차갑지 않고 따뜻하다. 인간의 피가 돌고 있는 베토벤이다. 베토벤이 이 작품을 피아노 협주곡으로 편곡했을 때 베토벤이 쓴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카덴차도 인상적이다.
Requiem for a Pink Moon
조엘 프레데릭슨 & 앙상블 피닉스
뮌헨의 ‘Requiem for a Pink Moon’은 특이한 음반이다. 닉 드레이크의 음악을 르네상스식으로 해석했다. 닉 드레이크(1948~1974)는 목소리에 염세와 절망, 우울을 간직한 불세출의 영국 포크 싱어송라이터였다. 1974년 닉 드레이크가 요절하자 그의 팬들은 헤아릴 수 없이 늘어났다. 그로부터 8년 뒤 베이스 가수 조엘 프레데릭슨은 드레이크를 처음 듣고 그의 목소리에 매료되었다. 틈틈이 닉 드레이크의 노래들을 기타로 연주하며 불러오던 프레데릭슨은 과거와 현재를 닉 드레이크를 통해 조우하는 프로젝트 앨범을 만들었다. 그 결과 탄생한 ‘핑크 문을 위한 레퀴엠’ 앨범에는 프레데릭슨의 굵직한 베이스 음성과 티모시 레이 에반스의 테너 음성, 그리고 류트, 비올, 테오르보의 반주로 해석한 닉 드레이크의 작품들이 담겨 있다. 닉 드레이크의 앨범 ‘핑크 문’에서 6곡, ‘타임 오브 노 리플라이’에서 2곡, ‘파이브 리브스 레프트’와 ‘브라이터 레이터’에서 각각 한곡씩 수록됐고 다울랜드와 캠피언 등 르네상스 작곡가들과 프레데릭슨 본인의 작품 ‘Ocean’도 실려있다. 고즈넉한 옛 궁정에서 노래하던 음유시인의 전통이 가슴속을 지독히 파고드는 닉 드레이크의 목소리에 스미기까지 500년의 세월을 가로지르는 체험을 안겨준다.
실프라
끝으로 이색적인 클래식 음반 힐러리 한과 하우슈카의 ‘실프라’를 소개한다. ‘실프라’는 아이슬란드 근처의 지명으로 북미 판과 유라시아 판이 갈라지는 특별한 장소다.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과 프리페어드 피아노 전문 연주자 하우슈카(본명 폴커 베르텔만)는 이 장소에 영감을 얻어서 듀오 프로젝트 음반을 녹음했다. 힐러리 한의 반복되는 미니멀리즘적인 연주는 몽환적이다. 그 바이올린에 못지않게 프리페어드 피아노라는 악기의 매력이 음반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피아노의 현이나 해머에 이물질을 부착한 프리페어드 피아노는 ‘조작된 피아노’로도 번역된다. 인도 악기나 타악기, 그리고 전혀 생소한 음들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하우슈카의 연주는 오감으로 느끼는 들판에 부는 바람처럼 힐러리 한의 고독한 바이올린을 휘감는다. 철저한 어쿠스틱 악기들로만 테크노와 전자음악의 효과를 뛰어넘는 이들의 연주는 감각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놀랍고 비범하며 독창적인 음악이다. 생경하지만 익숙한 많은 것을 미니멀리스틱하고 차분하게 풀어 넣는다. 프리페어드 피아노의 기계적인 악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인간과 자연을 연상시킨다. 낯선 여행지에서 지평선의 일몰을 바라보던 것 같은 인상적인 기억을 부드럽게 끄집어낸다. 올여름엔 가기 힘든 ‘실프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여권도 항공권도 필요 없다. 음반을 넣고 플레이 버튼만 누르면 된다.
이달의
신작
books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인문학적인 기반은 폭넓게 생각하는 방법과 세상을 읽고 예측하는 능력을 갖게 해 준다. 인문학적 소양을 기반으로 사람들과 사회의 결핍을 파악했다면 그 다음은 감성을 채워주워야 한다. 감성능력은 균형 잡힌 통합을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우리 시대 가장 혁신적인 기업가로 추앙받는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과 ‘감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스티브 잡스뿐 아니라 21세기, IT 시대의 이름난 기업가들과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끈 과학자와 예술가, 역사를 바꾼 위대한 정치가들 역시 어릴 적부터 몸에 익혀온 인문학적 교양과 감성능력이 그 밑바탕에서 작용했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를 이끈 그들을 만들어낸 근간은 잡혔으나 ‘인문학’과 ‘감성’이라 이름 하는 그 근간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하는 맥은 여전히 잡히지 않는다.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는 인문학적 교양과 감성능력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역설하며, 그것을 토대로 혁신을 이루고 세상이 주목하는 리더가 된 사람들을 세밀히 분석한다. 또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문학적 교양과 감성능력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소와 구체적인 방법을 차근차근 일러준다.
조윤제/ 작은씨앗
movie
더 트리
the tree
“나무에서 아빠 목소리가 들려요, 나무가 우리를 지켜줄 거예요” 호주 출신 여류 작가 ‘주디 파스코’가 2002년에 발표한 환상적인 이야기 <나무 속의 우리 아버지 Our Father Who Art in the Tree>가 프랑스 출신의 여성 감독 ‘줄리 베르투첼리’를 만나 영화로 탄생했다. 행복했던 한 가족이 아버지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혼란을 겪지만, 집 앞의 커다란 나무에 아버지의 영혼이 깃들면서 가족들과 함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가는 모습이 환상적이고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더 트리>에는 주목할 만한 신예가 등장한다. 영화가 처음인 8살 아역배우 몰가나 데이비스다. 몰가나 데이비스는 데뷔작에서 주연급의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내는 천재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과 환타지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아역배우의 능력은 <더 트리>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볼수록 빨려 들어가는 이야기와 세계적인 배우들의 열연이 만들어 낸 영화는 제63회 칸느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영화 <더 트리>는 8월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 줄 예정이다.
8월 중 개봉 / 12세 관람가 /
감독, 줄리 베르투첼리. 출연, 샤를로트 갱스부르 몰가나 데이비스
play
무적의
삼총사
극단 학전이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 무대 <무적의 삼총사>를 올린다. 무적의 삼총사는 독일 원작 <벨라, 보스, 불리>를 김민기 대표가 번안, 연출한 작품이다. 엄마의 이혼과 함께 미국에서 한국의 소도시로 이사를 온 초등학교 4학년생 써니는 갑작스러운 이사가 싫기만 하다. 이사 온 날 써니는 학교 앞에서 자가용을 기다리고 있던 부잣집 영재와, 영재를 협박하며 돈을 달라고 하는 (허)풍이를 만나고, 동시에 풍이가 중학생 갈구에게 돈을 가져오라는 협박을 당하는 모습을 본다. 써니가 전학하고 등교한 첫날, 써니 엄마는 써니와 같은 반인 영재와 풍이를 집에 놀러오라 하며 떠나고, 영재와 풍이는 그날 당장 써니의 집을 방문해 써니와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한다. 영재와 풍이가 갈구로부터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하자, 이에 아이들은 함께 갈구를 물리칠 꾀를 내는 것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학전은 공연 작품에서는 드물게 학교폭력에 대해 현실적이고 진지하게 보여주려 한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학전블루 소극장 / 02-763-8233
7. 26.~9. 2. 월요일 쉼
classic
서울바로크챔버홀
고음악 시리즈
바로크 음악전문 연주홀인 서울바로크챔버홀이 지난 2011년 4월 개관하였다. 203석 규모로 최고의 음향과 시설을 갖춘 서울바로크챔버홀은 2011년 4월 제1회 고음악 페스티발을 기획,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올해는 4월 25일부터 8월 26일까지 제2회 서울바로크챔버홀 고음악 시리즈를 개최한다. 고음악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이른 일본의 연주자 다케히사 겐조, 기리야마 다케시와 미국의 하프시코디스트 조리 비니쿠어, 국내를 대표하는 바흐 콜레기움 서울을 비롯한 당대 음악 연주단체 4팀을 초청하여 총 8회의 공연을 진행한다. 앞으로 진행될 공연은 8월 10일 이승경 바로크 오보에 독주회, 8월 19일 손경민 바로크 바이올린 독주회, 8월 26일 라이네-마리 페르하헨 & 권민석 리코더듀오 연주회(바흐를 위하여)가 열릴 예정이다. 아울러 차세대 고음악계의 유망연주자 6명을 선정하여 국내 데뷔무대를 제공하는 데뷔콘서트를 기획하였다. 이번 서울바로크챔버홀의 고음악 시리즈로 고음악의 매력을 느낌과 동시에 고음악의 활성화를 기대해본다.
~8. 26. / 서울바로크챔버홀 / 02-3473-2500
festival
제8회
태백해바라기 축제(축전)①
태백시 구와마을에 노란바다가 펼쳐졌다. 고원자생식물원 김남표 대표가 7년 전부터 12만 평 부지에 100만 송이 해바라기를 심으면서부터 고랭지배추밭이었던 이곳에서 노란 물결 해바라기축제가 열리기 시작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했다. 올해는 특히, 해바라기 꽃과 함께 광산 문화도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으며, 야간에도 꽃밭과 구와우 해바라기 동산을 즐길 수 있도록 야간 개장을 실시한다. 해바라기뿐만 아니라 백두대간 해발 900m에서 자생하는 300여 종의 야생화도 관람할 수 있다. 또, 사진, 그림, 조각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와 4인조 클래식, 서울뮤지컬아트센터 등의 공연도 마련된다. 그 외 식물관찰(수박, 참외 등), 동물 먹이 주기(토끼, 병아리, 한우), 해바라기 씨앗 까먹기, 열기구 타기(예정) 등의 체험행사와 해바라기문화재단과 함께 하는 해바라기 씨앗 무료나눔 환경캠페인도 진행될 예정이다.
7. 27.~ 8. 19. / 033-553-9707 / sunflowerfestival.co.kr
축전 : 축제의 순화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