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CEO, 왜 사표를 냈을까?
레이쥔은 1992년 킹소프트(金山)라는 소프트웨어 전문 벤처기업에 프로그래머로 합류해 입사 6년 만에 CEO가 된다. 그리고 그가 CEO가 된 지 10년여 만인 2007년 다섯 번의 시도 끝에 킹소프트를 홍콩 증시에 상장시킨다. 그런데 상장 후 돌연 사표를 제출한다. 중국 IT의 대표기업이자 중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맞서 대적해온 기업을, 그것도 증시 상장을 통해 자금의 여유를 확보하자마자 그가 선택한 것은 휴식이었다. 그는 더 큰 꿈이 있었기에 사표를 쓰고 6개월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2007년 레이쥔은 아이폰이라는 제품에 충격을 받았고, 앞으로 모바일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는 엔젤투자자로 변신해 250여 개 스타트업들의 창업을 지원했고, 결국 2010년 샤오미를 창업했다.
샤오미의 운영체제인 ‘MIUI’는 안드로이드를 커스터마이징하고 애플의 iOS의 장점도 일부 받아들여 만든 독자적인 운영체제다. 샤오미의 운영체제는 샤오미의 스마트폰과 타블렛PC를 비롯해, 스마트TV 등에 기본으로 장착되어 보급되면서 사용자가 1억 명을 넘는다. 생태계 기반을 확실하게 구축한 셈이다. MIUI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주기가 거의 매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사용자들의 의견이 신속하게 반영되면서 Mi-Fan이란 샤오미 팬클럽까지 생겼다.
하드웨어는 카피캣이라고 지적 당하지만, 그 속엔 아주 무섭고 강력한 소프트웨어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레이쥔에게 애플 베끼기는 하나의 전략이었을 뿐, 그의 목표는 더 원대했다.
성공의 비결은 사람에 있다
샤오미를 창업할 때 레이쥔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사람이었다. 레이쥔은 전문기술, 협조 능력, 책임감을 갖춘 파트너를 찾기 위해 새벽 1~2시까지 인터뷰를 진행해 우수 인재들을 끌어들였다고 한다. 핵심 인물 8명은 킹소프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로라 출신으로 레이쥔의 비전을 믿고 따라준 이러한 핵심인력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샤오미가 존재할 수 있었다. 2013년에는 구글의 부사장이던 휴고 바라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력을 바탕으로 레이쥔은 샤오미를 ‘철인 3종 회사’로 키워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인터넷 서비스를 모두 갖췄다는 의미다. 처음부터 이 세 가지에 집중한 덕분에 하드웨어에선 꽤 괜찮은 제품을 경쟁사보다 훨씬 싼값에 팔 수 있었고, 소프트웨어에선 MIUI라는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구축했으며, 인터넷서비스에선 온라인 판매를 향상시키고 샤오미 팬덤까지 구축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직원이 14명에서 현재 2,000여 명으로 늘어나면서 조직 관리에 대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샤오미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지향하는데, 직원 누구나 언제든 CEO 레이쥔에게 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내 직접적인 소통을 하고 있을 정도다. 직급도 CEO 아래 팀장과 엔지니어만 있을 뿐, 그 외 직급은 없다. 심지어 엄격한 출퇴근 관리나 복장 규정도 없다. 자유롭게 일하며 창조적, 혁신적 아이디어를 펼치라는 게 회사의 주문이다.
샤오미는 그들의 고객들도 적극 관리한다. 2~3주에 한번씩 중국 전역에서 고객을 위한 파티를 개최한다. 팬덤의 중심엔 MIUI를 테스트한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샤오미 팬클럽이 있다. 자발적으로 테스트에 참여한 고객들이 운영체제에 새로운 의견을 계속 개진하기도 한다. 이런 충성도 높은 자원봉사자들을 VIP 대접을 하고, 다양한 선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고객으로 하여금 샤오미를 자신이 키운 회사나 브랜드로 인식할 수 있게 하고 샤오미에 대한 자부심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샤오미의 웨이보 팔로워 숫자는 1,070만 명에 달하는데, 이는 거대한 중국이라는 확실한 내수시장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인의 사랑을 계속 받는다면 이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좁쌀에서 시작한 거대한 꿈
샤오미는 2010년 4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에서 시작되었다. 이들이 함께 중국 서민들의 소박한 한끼 식사인 좁쌀죽을 먹으며 미래를 논의한 것이 샤오미의 초석이 되었다. 샤오미는 중국말로 좁쌀을 뜻한다. 보잘것없는 좁쌀을사명으로 쓴 이 회사는 불과 5년 만에 <월스트리트저널>이 평가한 기업가치 460억 달러(약 50조 6,000억 원)에 이르는 회사가 되었다.
샤오미는 2014년 스마트폰 판매대수 6,112만 개(전년 대비 227% 증가), 매출액 743억 위안(약 13조 원, 전년 대비 135% 증가)를 달성했다. 2014년 3분기 중국 휴대폰 시장의 점유율 14.8%를 차지하며, 중국에서 삼성전자를 끌어내리고 1위를 차지했다. 세계시장에서도 점유율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샤오미의 2015년 목표는 1억대 판매에 매출액만 1,000억 위안이다. 해외 시장에선 다소 열세를 보이는 상황이나 적어도 휴대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대적할 가장 강력한 주자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여전히 레이쥔은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린다고 한다. 매주 현장 일선의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프로젝트 매니저와 이야기하며 제품의 디테일에 몰입하려 애쓴다. 조직이 커질 수록 CEO는 직원들과 간극이 커지기 마련인데, 레이쥔은 여전히 초심을 유지하고, 여전히 직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지키고 있다. 이건 우리 기업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잘 들어주고, 잘 소통하고, 사람을 잘 이끌고, 그들의 꿈을 잘 키워주는 게 혁신을 원하는 모든 기업의 미덕이기 때문이다. 또한 샤오미는 현재 가장 도전적인 IT기업이다. 이 또한 우리 기업에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한번 해보기나 했어?”라고 말하던 현대의 고 정주영 회장의 말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