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나들이 중 일민미술관
<애니미즘 ANIMISM> 2014년 3월 2일까지. 일민미술관 1, 2, 3 전시실
<애니미즘ANIMISM> 전시가 열리고 있는 광화문 사거리에 위치한 일민미술관.
<애니미즘>은 2010년 벨기에 앤트워프 엑스트라시티에서 시작되어 베른, 베를린, 뉴욕, 중국 선전 등 여러 나라의 주요 미술관에서 개최되었었다. 이번 한국 전시는 큐레이터 안젤름 프랑케와 협업과 지역 리서치를 통해 다수의 국내 작가를 비롯해 동아일보의 20세기 초 신문자료, 일민시각문화총서를 통해 축적한 시각문화 기록자료 일부 또한 선보이며 지역 내 맥락과 함께 더욱 역동적으로 확장되었다.
‘애니미즘’은 사물에 영혼이나 주체적인 성격이 있다는 믿음을 일컫는 말인데,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미신이라고 무시되어 온 경향이 없지 않았다. 전시는 ‘애니미즘’ 주제를 현대예술까지 아우르면서 독특하게 구성되었다. 단순히 그림과 조각, 영상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잡지,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영화와 고서(古書), 철학책까지 아우르면서 상호참조적인 전시다. 봐야 할 것도 많고, 읽어야 할 것도 많은 한마디로, 시간을 꽤 많이 들여야 하는 전시다. 전시장에는 대여섯 명의 관객들이 있었다. 전시된 자료 하나하나, 영상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시간과 공을 들여 보고 읽고 있었다. 그렇게 집중에서 전시를 보면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많은 전시들이 혼자 보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보는 것이 좋지만, 이런 전시라면 혼자 보는 것도 좋겠다. 팍팍한 일상에 치이는 날 호젓하게 혼자 전시장에 들어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작품과 전시를 감상하는 호사를 한번쯤 누려보는 것도 좋을 테니까. 전시를 보고 나서 일민미술관 카페 이마로 발걸음을 옮겨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전시도록을 보며 다시 한번 전시를 되새겨 본다. 어느새 해가 저물고 마음에는 여유가 생긴다.
관람시간
+화요일~일요일 오전 11:00 ~ 오후 7:00금요일 오전 11:00 ~ 오후 8:00
월요일 휴관. 설·추석연휴 휴관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1 동아일보사.
02-2020-2050
직장인 점심시간 무료관람
+ 수요일 오전 11:30 ~ 오후 1:30 명함과 신분증을 지참
부부의 이태원 나들이에 삼성미술관 리움
히로시 스기모토 <사유하는 사진>
2014년 3월 23일까지
전시설명 평일 오전 11:00, 오후 1:00, 2:00 / 주말 오후 2:00(영어)
삼성미술관 리움에서는 현대 사진의 거장 ‘히로시 스키모토’ 전시가 한창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스기모토의 개인전으로, 7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대표적 사진 연작들과 설치, 영상을 아우르는 확장된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디오라마, 극장, 바다풍경, 초상 등 주요 흑백사진 연작들을 전시하는 그라운드 갤러리에서는 각 작품에 담긴 복잡다단한 시간의 층위를 추적하고, 미술, 역사, 과학, 종교, 동서양 철학을 넘나드는 작가의 폭넓은 관심과 사유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다. 블랙박스에서는 가속하는 불상 연작을 통해 소멸을 향해 가속해가는 현대문명에 대한 반성과 이를 통한 깨달음에 도달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스스로를 시대착오주의자라 부르는 스키모토. 그러나 그는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내면을 들여다볼 귀한 시간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스기모토의 작품은 다분히 명상적이다. 스펙타클한 볼거리보다는 자기도 모르게 사진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느낌이 무엇보다 압권이다. 아이들과 함께 봐도 좋겠지만, 오랜만에 부부가 손을 잡고 함께 가보면 좋을 것 같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리움의 소장품 전시까지 한번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관람시간
+ 화요일~ 일요일 오전 10:30 ~ 오후 6:00 월요일 휴관. 설·추석연휴 휴관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55길 60-1. 02-2014-6900
상황(Situations) - 한중일 젊은 작가展2014년 1월 31일까지
이태원의 또 다른 전시공간 아마도예술공간
이태원 하면 삼성미술관 리움이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지난해 예술공간연구소로 타이틀을 달고 오픈한 ‘아마도예술공간’도 들러볼 만하다. 리움이 이미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잘 만들어진 전시를 보는 공간이라면, 아마도예술공간은 앞으로 미술계에서 자주 만나게 될 젊은 작가와 큐레이터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아마도에서는 한중일의 젊은 작가들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대표국가인 한국과 중국, 일본. 가까운 듯 멀고, 친한 듯 경계하는 이 세 나라의 젊은 작가들은 지금 이 시대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상상하면서 작품을 본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아마도예술공간은 일반적인 전시공간과는 달리 거칠고 실험적이다. 아마도예술공간으로 바뀌고 나서는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비평과 담론이 오가는 젊은 공간으로 다양한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 전시공간이 그리 크지 않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친구나 연인과 함께 잠시 들러도 좋겠다. 젊은 작가들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아 운이 좋다면 작가들과의 허물없는 만남도 기대해 볼만 한 곳이다.
관람시간
+ 화요일 ~ 일요일 오전 10:00 ~ 오후 7:00 월요일 휴관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54길 8. 02-790-1178
전시 관람에 정답은 없다
미술관은 누구랑 가도 상관없다. 혼자 가면 혼자 가는 대로 작품에 집중할 수 있으니 좋고, 함께 가면 함께 본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으니 좋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친구나 연인과 함께, 혹은 아이의 손을 잡고, 부부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가도 좋다. 작가가 펼쳐 놓은 또 다른 세상을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독일의 한 미술관에서 노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작품 앞에 서서 제대로 보지도 않고 그냥 훑고 지나는 것 같았다. 그냥 들른 사람들인가 보다 하고 있는데, 전시장을 한 바퀴 다 둘러 본 노부부가 서로 귓속말을 하더니 어떤 비디오 작품 앞에 앉았다. 전체 길이가 50여 분 정도 되는 장편 영상이었다. 무려 세 시간가량 작품 앞에 앉아서 몇 번이고 계속 보는 것이었다. 나중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전시가 아니면 못 보는 작품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시간이 되는대로 보는 것이라며 수줍게 답했다. 자기 작업에 반해 그 앞에 세 시간씩 앉아 있던 관객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작가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물론 모든 작품을 그렇게 꼼꼼히 보라는 것도 아니고, 전시를 보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마음에 닿는 작품이 없었다면 쉽게 발길을 돌릴 수도 있고, 마음에 꽂히는 작품이 있다면 하염없이 그 앞에 멈춰 서도 좋다. 작품과 전시를 즐기는 자기만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미술관을 가는 마음이다. 가끔 왜 미술관에 왔는지를 모르겠는 관객들이 있다. 작품은 보지 않고 그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데 급급한가 하면, 전시장 안에서 함께 온 연인이나 친구들과 시끄럽게 떠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전시장에 뛰어다녀도, 만지면 안 되는 작품들을 만져도 부모들은 나무라지 않는다. 미술관에 간다는 것은 작품과 만나러 간다는 것이다. 전시를 통해 작가가 펼쳐 보이는 세상을 만나는 것이다. 작가의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는다면 좀 더 들으려고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평생 마음에 담을 작품이나 작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만 있다면 어떤 미술작품이라도 어려움 없이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미술관
성곡미술관
서울 신문로 한적한 골목길에 자리한 성곡미술관은 전시관람은 물론 숲이 우거진 조각공원과 여유로운 카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작품감상, 운치 있는 산책, 여유롭게 차 한잔까지. 나른한 주말을 성곡미술관에서 즐겨보길. + 서울시 종로구 경희궁길42 / 02-737-7650
서울시립미술관
정동길 옛 대법원 터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 열린 문화공간으로 예술적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곳이다. 70여 년을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를 한 공간에 보듬어 안은 다양한 매력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미술관 관람 후 정동길을 걷는 것도 마음에 여유를 준다.
+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61 / 02-2124-8800
토탈미술관
미술관과 갤러리는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문화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이다. 현대미술 기획전시를 기반으로 음악회, 이벤트, 강연, 세미나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문화를 수용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 서울시 종로구 평창32길 8 / 02-379-3994
송은아트스페이스
송은미술대상과 송은아트큐브(舊 송은갤러리)의 전시 지원사업 등을 통해 신진 작가들을 발굴 후원하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 활발히 운영 중이다. +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75길 6 / 02-3448-0100
덕수궁미술관
소복이 눈이 쌓인 고궁의 운치를 즐기러 덕수궁에 들렀다면 덕수궁미술관도 들러봄직하다. 고궁의 기품에 맞게 주로 근대작가들의 전시가 많이 열리는데, 일반 전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작품들이 간간히 나들이 나온다.
스페이스 C
코리아나 화장품에서 운영하는 스페이스 C. 도산공원 맞은편에 위치한 강남에서 몇 안 되는 사립미술관 중에 하나다. 모기업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뛰어난 기획력으로 매번 흥미로운 전시를 보여준다. 미술관의 전시가 없을 때에는 같은 건물에 있는 화장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827. 02-547-9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