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에세이 나만의 피서
공원의 아침 공기는 신선하다. 햇살은 투명하고, 푸른 잔디와 싱싱하게 뻗은 나뭇 가지마다 풍성한 잎새들이 피워 올리는 청정한 기운은 정신을 맑고 산뜻하게 하여 절로 심호흡을 하게 한다. 그런 아침, 수원의 효원공원에는 무예24기를 수련하는 이들의 짧고 당찬 기합소리가 힘차게 울린다.
무예에 능하였던 사도세자는 본래부터 전해오던 무예 6기를 고증하고 거기에 본국검, 제독검 등을 포함한 12기를 보태어 〈무예신보〉를 편찬한 후 훈련도감에 나누어주어 익히게 하였다. 그 후에 정조가 기병무예(마상무예) 6기를 더하여 완성하니, 이것이 무예 24기이다.
그러니까 사도세자의 뒤를 이어 정조가 다시 보강하여 편찬한 〈무예도보통지〉에 의해 글과 그림으로 완벽하게 전수된 무예24기는, 정조의 친위부대인 장용영(壯勇營)에서 익히던 조선 전통무예의 24가지 기법인 것이다.
처음, 본국검의 기본기를 배울 때는 생소한 느낌도 들고 망설임도 있었다. 검술이라는 것이 원래 사람을 치고 베고 찌르는 것이니, 상상을 해보면 솔직히 마음이 좀 그렇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차츰 한 가지씩 동작을 익혀가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맺고 끊는 힘찬 동작에 매료되기 시작하였다. 온 몸의 힘과 기를 모아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공격하고 방어하며 심신을 단련하는 이것이야말로 내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동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둘씩 마주하여 격검(무기를 가진 적을 물리치거나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장검을 법도 있게 쓰는 일)을 할 때면 목검으로 하지만 온 몸이 터질 듯 팽팽하게 긴장을 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 상대를 쫓아가며 공격할 때나, 날카로운 상대의 칼끝을 방어하며 뒤로 물러설 때면 아무런 잡념도 끼어들 수가 없다. 그야말로 완벽한 무아의 경지인 것이다.
한바탕 격검을 하고 난 후 잠시 등나무 그늘에 앉아 쉴 때 언뜻 스치는 바람 한 줄기. 그 청량한 느낌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수원에는 조선 22대 임금이셨던 정조가 지극한 효심으로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찾아 행차하실 때마다 머무셨던 행궁이 있다. 이곳에서는 일요일마다 옛 장용영의 복장을 갖춘 무사들이 무예 24기 시연을 보여 주고 있는데, 이제 그곳에서 우리들의 무예를 한번 선보이자는 것이 우리 수련생들의 목표이다. 목표를 정하고 나니 수련이 더욱 활기차다.
출근 전 이른 아침, 구슬땀을 흘리며 한 바탕 검으로 더위를 베고 나면 하루가 가볍고 상쾌하니, 웬만한 더위쯤이야 두려울 것이 없다. 검 한 자루가 올 여름의 무더위를 거뜬히 물리쳐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