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李洋義 국가기술자문회의 위원장은 金泳三 대통령에 대한 월례보고회에서 “홍행의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6,500만달러를 들여 만든 영화 쥬라기공원의 한해 흥행수입이 8억 5천만달러에 이른다.”며 “이는 국내 자동 차업계가 2년간 150만대를 수출에서 얻은 판매수익과 같다.”고 말해 장안의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다. 이같은 李위원장의 지적은 21세기 멀티미디어시대 최대의 황금산업으로 등장하고 있는 전자영상오락산업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고, 정부내에서도 이에 대한 활발한 진흥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컴퓨터게임 · 공상과학영화 등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영상오락산업은 美 애플社의 前 회장인 존스 컬리의 언급처럼 2000년에 3조 3천억달러에 달하는 황금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유망산업. 고도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 개발이 필수적인 전자영상오락산업은 국방 · 산업 · 교육 등 타산업과의 연계 효과도 높아 황금알을 낳는 고부가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전자영상오락산업 중 첨단 컴퓨터기술이 가장 신속하게 응용되는 컴퓨터게임은 수익성도 높고 발전 속도가 빨라 가장 유망한 분야로 지적 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전자영상오락산업의 결정체로서 컴퓨터게임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이 달라지면서 컴퓨터게임은 ‘아이들 오락물’에서 21세기의 첨단산업으로 점차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의 움직임
이제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국내와는 달리 美 · 日 등 선진국에서는 컴퓨터게임산업이 이미 멀티미디어시대의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세계 컴퓨터게임시장은 한국의 1년 국가 예산과 맞먹는 연 500억달러(40조원)규모이다. 이같은 시장을 놓고 美 IBM 등 실리콘밸리의 컴퓨터업체, 월트디즈니 · 타임워너 등 할리우드의 영화산업 업체들은 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멀티미디어시대에서 뒤쳐진다는 위기감을 갖고 치열한 격돌을 벌이고 있다. 실례로 컴퓨터 업계의 공룡 IBM은 최근 영화 「터미네이터」를 제작한 제임스 카메룬 감독과 손을 잡고 할리우드에 게임 제작 스튜디오인 「디지털 도메인」을 설립, 게임사업에 뛰어들었다. 또 월트디즈니社는 美 지역전화회사인 벨사우스와 함께 「비디오 벤처」라는 게임업체를, 「스타워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 감독도 게임전문업체 루카스필름을 설립하는 등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의 유명 업체들이 게임산업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CD롬게임
이들 업체는 할리우드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실리콘 밸리의 첨단 컴퓨터기술을 결합해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첨단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PC용 CD롬타이틀게임. 직경 12cm 크기의 원반형 디스켓에 A4 용지 30만장의 정보를 수록하는 대용량 기록매체인 CD롬에 레이저디스크(LD)에 버금가는 영상과 컴팩트디스크(CD) 수준의 스테레오 효과음향을 담은 CD롬게임은 기존 플로피디스켓 PC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스펙터클한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美 컴퓨터게임업체 오리진社가 지난 11월에 출시한「윙커맨드 3」는 영화 제작비와 맞먹는 500만달러(40억원)를 투입하는 게임 제작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영화 화질을 능가하는 2시간 이상의 동화상을 CD롬에 담은 이 게임은 스타워즈의 주인공이었던 마크 해밀을 직접 게임 캐릭터로 등장시키는 것을 비롯 서라운드 돌비시스템 음향과 함께 다양한 컴퓨터그래픽을 사용, 영화 이상의 현실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美 브라더번스社의 게임인 「미스트」는 컴퓨터게임의 질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비의 섬 미스트에서 섬의 파멸을 구하는 주인공이 돼서 펼치는 어드벤처물인 이 게임은 환상적인 사운드와 실물에 가까운 컴퓨터그래픽으로 마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또 이 게임은 폭력이 난무하는 기존의 게임과 달리 상상력과 추리력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는 차원 높은 구성을 보여주고 있어 성인용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제시해 주고 있다. 이 게임은 지난 해 美 컴퓨터 전문잡지인 「맥월드」가 선정한 올 해의 베스트 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현재 속편을 제작중이다. 이외에도 美 버진社가 200만 달러를 들여 제작중인 게임 「탐욕」은 종래의 애니메이션 기법을 탈피, 영화 「배트맨」의 스턴트맨 등의 실제 인물을 게임에 등장시킬 것으로 알려져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멀티미디어 PC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CD롬 PC게임은 할리우드 영상산업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의 급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디오게임
게임 전용 단말기를 TV 모니터와 연결해 즐기는 비디오게임도 기존의 2차원 위주의 컴퓨터 게임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아이들 오락기’로만 여겼던 비디오게임기가 최근 컴퓨터에 버금가는 고성능화가 이뤄지면서 3차원 영화를 방불케 하는 입체 비디오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같은 3차원 입체 게임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게임기가 32비트 화상처리 고성능 칩과 CD롬 타이틀을 장착, 멀티미디어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3년말 美전신 전화(AT&T) · 마쓰시타 등이 공동 설립한 3 DO社가 32비트 칩을 탑재한 게임기「3 DO」를 선보여 게임기 고성능화 경쟁에 불을 붙인 후 세계 제2의 게임업체인 日 세가社가 지난달 게임기 「새턴」을 출시했다. 이어 소니 · NEC · 닌텐도 등이 잇달아 32비트 첨단 게임기를 선보이면서 차세대 게임시장을 놓고 치열한 한판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 고성능 게임기는 기존 16비트 게임기가 정보처리 능력의 한계로 단순한 영상만을 제공한데 반해 기능별 복수 칩과 CD롬 등 대용량 기억장치를 사용, 3차원 동화상 이미지를 1,600만 가지 자연색 컬러로 생생히 재현하고 있다.
이들 고성능 게임기 출시와 함께 세계 유명 게임업체들은 입체영화를 방불케 하는 3차원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세가는 지난 11월 2개의 32비트 고속 화상 전용 처리 칩을 내장한 32비트 게임기 「새턴」을 선보이면서 입체영상 격투게임 「버추얼 파이터」를 출시했다. 20명의 연구팀이 1년여 개발 끝에 모습을 드러낸 이 게임은 영상을 입체화하기 위해 「폴리곤」이라는 컴퓨터그래픽 기법을 사용, 마치 가상현실 속에서 입체 인형이 움직이는 것 같은 사실감을 주고 있다. 이에 맞서 세계 게임업계의 제왕 日 닌텐도社도 역시 3차원 게임인「슈퍼 동키 콩」을 발표했다. 킹콩을 주인공으로 해서 악당 악어를 물리치는 어드벤처물인 이 게임은 사실감 넘치는 3차원 영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버추얼 파이터와 수퍼동키 콩의 격돌은 1980년말 이후 비디오게임 업계의 양대 산맥인 닌텐도社의「슈퍼마리오」와 세가社 의 「소닉」의 격돌은 1980년말 이후 업계 최대의 승부전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日 소니 社도 최근 32비트 게임기「플레이 스테이션」을 출시하면서 입체 영상으로 자동차경주를 즐길 수 있는 3차원 게임인 「리지 레이서」를 출시하는 등 멀티미디어 최대 승부처로 등장한 비디오게임시장을 놓고 세계 비디오게임 업체들이 전면전에 들어가고 있다.
가상현실게임
컴퓨터게임의 백미는 역시 가상현실게임이다.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가상현실에 게임자가 실제로 빨려들어가 五感을 느끼며 모험의 세계를 만끽하는 가상현실게임은 게임을 단지 즐기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 가상현 실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일반 컴퓨터게임과는 달리 첨단 보조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게임자를 가상현실 속에 몰입시키는 입체영상조망장치(HMD ; Head Mounted Display)와 게임자의 움직임이나 감각을 가상현실세계에 전달하기 위한 장갑(데이타 글로브)등이 필요하다. 이런 장비를 통해 게임자는 가상세계와의 몰입과 교감을 통해 가상체험을 할 수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가상게임 전용기와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는 美 버추얼리티 엔터테인먼트社의 「레전드 퀘스트」라는 게임의 경우 입체영상 조망장치를 쓰고 게임을 시작하면 중세 마법의 세계에 들어가 유령과 가상전투를 할 수 있다. 또 美 이웍스 엔터테인먼트社가 선보인「더 로치네스 엑스퍼디션」이라는 게임은 6명의 게임자가 함께 해저 가상현실 속에 들어가 협동을 통해 호수 속의 사악한 괴물과 실제로 싸우는 듯한 체험을 느끼게 한다.
아직까지 가상현실게임은 일반 컴퓨터게임과는 달리 입체영상조망장치 · 위치추적장치 등이 필요 하기 때문에 오락공원(테마파크)등 특정한 장소에 가야만 즐길 수 있는 것이 단점이지만 최근 가상현실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PC를 통해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게임도 곧 등장할 전망이다.
대화형 TV게임
지구촌을 촘촘한 광케이블망으로 연결하는 정보화고속도로를 타고 게임 전송업체가 보내주는 게임을 집에서 TV로 즐길 수 있는 대화형 TV 게임도 멀티미디어시대에서 주목 받는 게임이다. 주문형비디오(VOD), 홈쇼핑, 전자뉴스 등과 함께 21세기 멀티미디어시대를 장식할 대표적 쌍방향 서비스인 대화형게임은 사용자가 원하는 게임을 TV에 연결된 무선리모콘이나 게임단말기를 통해 집에서도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돼있다.
日 세가社는 지난 여름 미국에서 유료 케이블망을 이용한 새가채널이라는 대화형게임을 선보였고 금년 1월부터는 美 플로리다주의 휴양지 올랜도에서 대화형게임이 시범 실시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네트워크게임
컴퓨터통신을 통해 다수의 게임자가 온라인 상태로 함께 즐기는 네트워크게임도 각광받는 첨단 게임. 최근 전세계적으로 고속 모뎀 값이 내리고 게임 전용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서 PC통신서비스를 이용해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게임을 즐기는 네트워크게임이 크게 늘고 있다. 美 · 日의 경우 이미 5천여명이 동시에 접속해서 즐길 수 있는 네트워크게임이 등장했다.
특히 네트워크게임 중 지난 9월 천리안 등 국내 PC통신서비스에도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버드게임은 가상의 세계에서 자신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이용해 상대편과 서로 경쟁 · 협동을 하며 꿈꾸었던 사이버스페이스(가상공간)를 건설하는 창조적인 경험을 할 수 있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국내의 움직임
CD롬게임 · 비디오게임 · 대화형게임 · 네트워크 게임 등 첨단 컴퓨터게임 개발을 둘러싼 선진국들의 발빠른 움직임과 맞물려 국내 컴퓨터게임업계의 행보도 활발해지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상황은 게임 소프트웨어의 9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는 열악한 상태지만 최근 중소 게임업체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게임 제작에 나서고 있고 삼성 등 대기업도 컴퓨터게임산업에 뛰어들면서 다양한 컴퓨터게임들이 하나둘 선보이고 있다.
CD롬게임의 경우 국내 중견 컴퓨터게임업체를 중심으로 3차원 게임 등이 선보이고 있고, 이현세의 공상과학만화 「아마게돈」을 컴퓨터게임화하는 등 세계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게임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1993년 광과민성발작 파동으로 최악의 상황을 겪은 비디오게임은 최근 金星社가 32비트 고성능게임기 3 DO를 시판하고 삼성 전자도 日 세가社의 새턴을 곧 선보일 것으로 보여 게임시장이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네트워크 게임의 경우 100명 이상이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버드게임이 지난 9월부터 천리안 · 하이텔 등 국내 PC통신 서비스를 통해 이미 소개됐다.
고도의 컴퓨터 기술이 필요한 가상현실게임은 아직까지 용인자연농원 등의 게임관을 통해 일부 선보이는데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