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생, 언제부터? 무엇을 위해?
직장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한 번쯤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그 시기와 바람은 직장인마다 다르다는 사실. 많은 직장인들은 어떤 시기, 어떤 형태의 제2의 인생을 꿈꿀까.
1 바로 다음 세대가 제2의 인생 시작점?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제2의 인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꽤 재미있다. 직장인교육 전문기업 휴넷www.hunet.co.kr)이 직장인 503명을 대상으로 제2의 인생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5.3%가 60대를 제2의 인생 시작점으로 꼽았다. 이어 50대 29.2%, 40대 19.3%, 30대 5.8%, 20대 0.4% 순이었다. 그런데 설문조사 연령층을 주목해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30대는 40대를, 40대는 50대를 제2의 인생 시작점으로 꼽았다는 점.
이는 많은 직장인들이 바로 다음 세대를 ‘제2의 인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시작점은 다음 세대이되, ‘제2의 인생을 언제부터 준비해야 하나’를 묻는 질문에는 40대부터 해야 한다는 의견이 41.2%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30대 28.4%, 50대 18.9%, 20대 8.9%, 60대 이후 2.6%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시기가 되도록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요즘 직장인들의 심리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불안정한 국가경제와 불황, 높은 실업률, 갈수록 심화되는 기업의 구조조정 등이 직장인에게 제2의 인생에 대해 빠른 결단력을 요구하고 있다.
2 제2의 인생, 무엇이 필요한가?
같은 기관의 설문조사에서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묻자, 절반 수준인 49.9%가 뽑은 것은 역시 ‘경제력’이었다. 35.2%는 ‘건강’을 선택했으며, 인적네트워크 8.3%, 시간적 여유 2.4%, 가족의 지원 2.4%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20대~40대는 ‘경제력’을 1위로 들었으나 50대~60대는 ‘건강’이 1위를 차지해, 연령대가 높을수록 경제력보다는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2의 인생을 위해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것(복수응답)’ 역시 건강 관리(55.5%)와 경제력 관리(46.9%)를 가장 많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학위 및 자격 취득 등 관련 분야 공부(30.8%), 인맥 관리(16.9%), 창업(6.4%), 이직 및 전직(5.0%)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특이한 점은 20대와 30대 응답자는 ‘관련 분야 공부를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는 이직 및 전직 등을 위한 커리어 계발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세대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제력과 건강, 이는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직장인에게 있어 핵심 조건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 조건들이 반드시 제2의 인생에만 필요한 것일까.
이 조건들이 현재의 삶에서도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결국, 직장인들은 형태만 다를 뿐, 제2의 인생에서도 안정되고 건강한 생활을 향유하고 싶다는 기본적인 바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위해서는?
먼 미래일수록 막연한 상상을 동반한다. 다소 낭만적인 바람이 가미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마냥 녹록하지 않다.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바라는 핵심을 놓치지 않을 때, 제2의 인생은 마침내 현실이 될 수 있다.
1 소박한 행복을 추구하라
‘제2의 인생’이 막 시작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많은 이들이 꿈꾸는 것은 바로 ‘여행’이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44.1%의 응답자가 여행을 꼽은 것. 다음으로 취미생활이 31.0%를 차지했다. 이어서 새로운 직업 28.8%, 봉사 24.5%, 개인사업 21.1%, 공부 19.5%, 귀농 10.1% 순이었다. 특이하게도 60대 응답자는 절반인 50.0%가 ‘봉사활동’을 1위로 꼽았고, 30대는 1위 ‘여행’에 이어 ‘새로운 직업’을 2위로 꼽아 연령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이는 ‘행복’에 대한 세대 간의 격차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많은 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도서관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는 것과 같은 일상의 소소한 경험으로부터 얻는 행복의 정도가 해외여행을 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경험에서 얻는 행복만큼 크다고 한다. 젊은 시절에는 여행처럼 자기만족이 극대화된 경험으로 행복을 느끼지만, 나이가 지긋해질수록 화단을 가꾼다거나, 집 근처를 산책하는 등의 소소한 일과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는 60대 이상의 직장인이 제2의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로 왜 봉사활동을 꼽았는지를 반증해준다.
2 남의 성공을 탐하지 말 것
누구누구가 창업으로 성공했다느니, 어떤 연예인이 시작한 사업이 대박이 났다느니 하는 소식은 직장인에게 직업적 일탈을 부추긴다. 그러나 세상은 성공담만 부각시키는 법.
성급한 판단은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세종사이버대학교에서 30대 직장인 423명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 같은 젊은 직장인들의 마음을 오롯이 반영하고 있다.
‘공부를 시작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조사자의 대부분인 68%(305명)가 전업(轉業)을 향한 인생 2막을 위해 공부하고 싶다고 대답한 것. 이는 직장 생활에 대한 불만족과 불황으로 인한 불안감, 성공에 대한 열망이 만든 결과이다. 이에 반해 공부하고자 하는 이유를 자기계발이라고 한 응답자는 10%(42명), 인사고과라는 대답은 8%(34명)에 그쳤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현업에 필요한 업무 능력을 개발하고 승진 시험을 위해 점심시간이면 직장 근처 학원으로 뛰어가던 젊은 직장인들이 이제는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생 2막의 시기는 언제로 생각하는가’를 묻는 질문에서는 놀랍게도 응답자 절반 이상인 52%(221명)가 5년 이내라고 응답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조직생활은 직장인들을 불안으로 내몬다. 그러나 현실은 좀 더 이성적인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위해서는 경제적인 성공에 대해 막연한 꿈을 꾸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또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우리의 자세
지금의 직장에서 오래 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흥미가 떨어지면서 생기는 지루함, 뭔가 다른 인생을 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 등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이유는 다채롭다.
그러나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직장인이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일’에 대한 애정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는 많은 이들에게 ‘일’이 주는 행복 자체를 앗아가고 있다.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고령 인구의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이미 활발하다. 이는 젊은 세대에서도 마찬가지. 많은 젊은이들이 ‘일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쁨’을 점점 망각하고 있다. 인생의 어느 때이든, 어떤 형태로든 ‘일’을 함으로써 인생의 행복을 찾겠다는 자세만 있다면 일확천금을 꿈꾸거나 마냥 놀고먹자는 식의 발상은 제2의 인생 계획에서 더 이상 고려되지 않을 것이다.
더 오래, 더 행복하게 일하기
나이가 들수록 노동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편견은 모든 세대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고령층에는 지위와 직급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심어주고, 젊은 세대에는 자신도 언젠가 조직에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심어준다. 그리고 이는 지금의 현실을 부정한 채, ‘제2의 인생’을 계획하겠다는 일탈로 이어진다. 많은 회사들이 젊은조직을 꿈꾸고 있지만, 최근 조직의 평균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그 조직의 혁신성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스웨스턴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25세 직원보다 55세나 65세의 직원이 훨씬 더 큰 혁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점점 많은 연구들이 청년층과 노년층은 서로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나이를 떠나 서로 어우러지며 오래, 행복하게 일하는 것이야말로 직장인이 꿈꾸는 삶일 것이다. 또 이러한 조직 문화가 자리 잡혀야 많은 직장인들이 보다 견고한 제2의 인생을 계획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