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에 가면 우리들 삶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일에 쫓겨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좀처럼 찾기 어려운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고 보면 잠시나마 몸과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유난히 무덥고 길었던 여름도 꼬리를 감추고 가을로 접어든 이즈음, 서울 근교에 있는 포구로 떠나보자.
어디든 다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포구에는 갯것들의 싱싱함과 자란거리는 바다가 있어 즐거움을 더해 준다. 거기에다 역사 유적지까지 겸비하고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대명리 포구와 지척에 있는 덕포진
한강 • 임진강이 합쳐 바다로 흘러들어오는 입구
서울 근교에 그런 곳이 있다. 강화도를 지척에 둔 대명리 포구. 사람들이 많이 꾀는 강화도와는 달리 이곳은 아직까지 때가 덜 묻은 청정지역에 속한다. 경기도 김포군 대곶면에 자리한 대명포구는 일반인들이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곳이다. 강화도와는 달리 교통편이 그다지 수월하지 않을 뿐더러 군사보호지역인 관계로 늘 긴장감이 흐른다. 포구를 찾은 사람들은 올올이 쳐진 철조망 너머로 드러나는 전경(全景)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호젓한 바닷가 정취를 만끽하러 찾아온 이들이 실망하고 돌아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어서 빨리 긴장 상태가 풀려 포구 출입이 자유로워지기를 바라고 있다. 사진 한 컷도 마음대로 찍을 수 없는 포구라니, 분단국가의 현실은 이토록 암담하면서도 우울하다.
대명포구는 강화도 전등사 쪽과 마주하는 바닷가. 예전에는 한정나루로 불리던 곳으로 양곡 사거리에서 8km 정도 떨어져 있다. 한강 • 임진강이 합쳐 바다로 흘러들어오는 입구에 위치한 관계로 자연산 어종이 풍부하다.
물때를 맞춰 배가 들어오는 시간에 가면 싱싱 한 생선을 구경할 수 있다. 초소 입구의 물량장에서 어부들이 직접 횟감용 물고기를 판매하고 있는데, 망둥이 3천~4천원, 도다리 3만 5천~4만원, 쭈꾸미 1만원, 바닷가재 5천원, 생새우 7천원, 황복 3만~4만원, 간재미 1만 5천원~2만원, 삼식이 1만원선에 거래된다.
현재 대명포구 물량장에서 거래되는 생선은 자연산인 관계로 가격이 비싼 편이다. 물량장 입구에는 동네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직접 재배한 채소를 팔고 있다.
대명포구에 모여 있는 횟집은 모두 30여 곳, 포구 바깥쪽의 삭막함과는 달리 안쪽에 늘어서 있는 횟집들은 저마다 독특한 외관으로 도시 분위기를 풍긴다.
서해 연근해에서 많이 잡히는 일명 '해병대 고기'로 불리는 '삼식이'는 매운탕감으로 그만이다. 어느 횟집에 들어가더라도 입에 착착 달라붙는 자연산 회 맛을 즐길 수 있다.
대명포구 못미쳐 길가에 자리한 수협가공공장에 가면 생선을 저렴한 값에 살 수 있다. 거대한 냉동 냉장 시설을 갖추고 수도권에 있는 백화점, 수산시장 등에 많은 양의 수산물을 공급해주는 곳이다.
온천욕도 즐길 수 있어
한편, 대명포구에서 덕포진 방면으로 오다 보면 우측으로 약암온천이 나타난다. 1996년 개장한 약암온천은 지하 400~500m 암반에서 용출되는 천연 미네랄 리듐천과 광염천이 자랑거리.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다. 한 곳에서 두 가지 성분의 온천을 즐길 수 있다. 미네랄 리듐천은 순환 및 소화 기능을 향상시키고 체질을 중성으로 변화시켜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 붉은 색으로 변해 홍염천 수로도 불리는 광염천수는 염분이 바닷물의 10분 1 정도로 바닷물을 이용하는 해수탕과는 다르다. 각종 철분과 무기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피부미용과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약암온천과 가깝게 있는 덕포진은 역사 유적지로, 특히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신미양요(1871년)로 유명한 강화도 초지진을 맞대고 있는데, 차로 5분 정도 떨어져 있다. 사적지 제292호로 지정 돼 있다.
이밖에 김포시가 자연학습장으로 지정한 근처 농장을 찾아가면 사슴과 곰 • 오리 등을 볼 수 있고, 간단한 캠핑도 즐길 수 있다. 갈대, 잔디밭이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좋다.
대명리 포구와 덕포진을 둘러보았다면 이번에는 김포읍내로 들어가 보자. 어느 도시나 그렇지 만 이곳 김포읍도 변화의 물결에서 예외일 수 없다. 비까번쩍한 건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고 대단위 고층 아파트들이 밀집돼 있다.
김포읍의 볼거리는 단연 김포 5일장.
김포 5일장은 끝자리 날짜 2일과 7일에 열리는 김포읍 시장, 1.6일에 열리는 양곡시장과 하성시장, 3 • 8일에 열리는 마송장으로 나뉘어 있다. 가장 성시를 이루는 장은 김포장과 마송장으로 수확철인 요즘 지역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지인들로 거리 곳곳이 왁자해진다.
김포장의 명물은 임금의 수라상에 올렸다는 김포쌀. 가마당 16만 5천원 정도로 서울보다 2~3% 싼 수준. 이외에도 포도 • 새우 • 인삼 등도 이곳의 특산물이다.
장터는 물건을 사고 파는 곳만이 아니다. 배가 출출할 때 맛난 음식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니다 보면 김포의 향토음식인 올방개묵을 파는 집이 눈에 띈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과 잘 어울리는 올방개묵은 논에 기생하는 구근류 잡초로 만든 묵이다.
포구와 역사 유적지, 그리고 5일장까지 두루 살 펴볼 수 있는 곳이라면 나들이 코스로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