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단의 소래가 포구의 면모를 갖추기 그시작한 것은 한국전쟁 이후이다. 피난살이 온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목선을 만들고 그 배를 타고 나가 잡아온 해산물을 내다 팔면서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후로 소래 포구는 번창 일로를 걸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소래 포구는 표나게 변하는 주변 환경과 맞물려 옛 정취를 많이 잃어버렸다. 포구다운 멋이 사라졌다는 말이다. 하지만 소래 포구를 찾는 사람들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소래 포구 전경
'꼬마열차'가 낭만을 싣고 달리던 곳
흔히들 소래 하면 협궤열차의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그 시절, 협궤열차에 대한 기억을 하나쯤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소래 포구는 각별하게 다가오리라. 소래 포구는 수도권에서 가까운 관계로 주말이면 많은 도시민들이 찾아온다. 예전에 '꼬마열차'가 낭만을 싣고 달리던 곳. 그대, 새 단장을 마친 소래철교 위에 올라가 보시라. 물큰한 바닷바람을 마시는 순간 일상의 묵은 때가 말끔히 씻겨 나갈 것이다.
소래 포구는 원래 염전이 있던 곳이다. 서해안 일대에서 나는 소금을 실어나르기 위해 수인선이 개설되었고, 소래에 역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폭 75cm의 협궤철도는 숱한 사연을 남긴 채 기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흔적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
뒤뚱뒤뚱 다가오던 협궤열차의 정경은 한 폭의 수채화였다. 소설가 윤후명 선생은 「협궤열차」란 소설에서 그 당시 열차의 특징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보통 철길을 걸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두 줄의 평행선 사이를 뛰어본다. 분명히, 뛰어야만 다른 쪽 레일 위에 올라설 수 있다. 이것이 광궤의 레일이다. 그런데, 협궤의 레일은 거의 평상의 걸음걸이로 다른 쪽 레일을 딛을 수 있다. 그만큼 좁은 폭이다. 협궤열차란 그 좁은 궤도를 달리는작은 열차이다.”
협궤열차는 그 당시 젊은이들에게 사랑과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협궤열차를타고 데이트를 즐기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협궤열차가 다시 복원된다는 소식이다. 인도교로 변해버린 소래철교도 다시 기찻길로 제 모습을 되찾게 된다. 옛것이 하나 둘 사라지는 터에 소래 철교의 복원은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인정과 갯내음이 물신 풍기는 어시장
소래 포구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변한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포구 사람들의 소탈한 인정과 갯내음 물씬 풍기는 포구 안쪽의 어시장일 것이다.
이곳에 늘어서 있는 횟집은 모두 50여 곳, 섬마을횟집, 왕소라횟집, 호남횟집, 옹진횟집, 바다횟 집, 형제횟집, 만리포횟집, 자갈치횟집, 황해횟집... 한 점포당 면적이 두 평 남짓 하건만 소래 포구 사람들에게는 든든한 생활 터전이다.
횟집마다 우럭 · 광어 · 놀래미 · 농어 등 싱싱한 횟감을 준비하고 있다. 가격은 우럭 · 농어 · 도미 · 숭어가 1kg에 4만~5만원에 거래되고 자연산 놀래미는 1kg에 4만원 선이다.
이곳의 횟집들은 산낙지 · 해삼 · 멍게 · 왕새우· 석화 · 장어구이 등 10여 가지의 기본 밑반찬을 내놓고 있다. 회를 먹고 나면 매운탕은 무료로 끓여 준다.
시장 한가운데에 들어선 물량장은 횟감과 해산 물을 사거나 더 싼 값에 회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늘 사람들로 붐빈다. 활어 · 선어 · 건어물을 파는 좌판들이 일렬로 들어차 있다.
활어 코너에서는 요즘 꽃게철을 맞아 살이 알 찬 암꽃게가 1kg에 1만~1만 5천원, 수꽃게는 1만원에 팔리고 있다. 낙지는 4마리에 1만원. 손님이 원하면 무료로 회를 떠 주고 포장도 해준다. 즉석에서 회를 먹을 경우 따로 양념만 파는 집에서 고추장, 쌈장, 상추 등을 3인 기준으로 3천원에 판다.
선어물 코너에서는 어패류와 갈치 · 고등어 등을 비교적 싼 값에 살 수 있다. 서해안 근해에서 잡히는 싱싱한 골뱅이 · 꼬막 · 바지락 · 멍게 등을 1kg에 2천~5 천원에 판다. 건어물 코너에서는 참조기 · 가자미 · 장대 · 박대 · 가오리 등을 판매한다.
소래 포구는 젓갈시장도 가볼 만하다. 어패류 시장과 붙어 있어 한번에 둘러볼 수 있다. 막 도착한 배에서 내려져 펄펄 뛰는 싱싱한 젓갈용 새우를 싼 값에 살 수 있다.
새우 가격은 질에 따라 1말(5kg)에 2만~3만 원 선이다. 물때와 조황에 따라 가격이 제각각이지만 보통 10월~11월 사이가 가장 싸다고 한다. 새우를 사면 즉석에서 소금에 절여주기도 한다. 새우는 크기가 작고 통통하며 수염이 긴 것을 골라야 맛이 고소하다. 전체적으로 크기가 고르고 색깔은 백색이라야 좋다고 한다.
새우젓을 사려는 사람들은 소래어촌계 (032433-6887)에 전화로 그 날의 조황과 물때를 물어배가 들어오는 시각에 맞춰 가야 싱싱한 새우를 살 수 있다고 시장 상인들은 말한다.
가는 길
동인천역이나 주안역, 남동구청 앞에서 21번 · 38번 버스를 타면 된다. 인천종합터미널에서 택시를 타면 5,000원 정도, 승용차로는 경인고속도로를 탈 경우 연안부두에서 좌회전, 송도를 지나 해안도로를 탄다.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월곶나들목을 지나 부천 가는 고가도로 밑으로 좌회 전, 남동구청 앞을 지나 들어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