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시대가 되면서 요즈음 우리나라가 상당히 뒤숭숭하다. 어찌 보면 2〜3년 전부터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꼴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반드시 극복할 것이다. 경제개발을 처음 시작할 때 우리는 하루 세끼 밥을 먹지 못했었다. 그러한 나라를 세계 11대 경제 대국으로 만든 것이 바로 우리가 아닌가. 잠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 민족의 노력이 방향성을 가지고 결집된다면(이미 그렇게 진행되고 있음) 우리 경제는 2〜3 년내에 보라는 듯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러나 경제 회생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열심히」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전략적」마인드를 가지고「효과적」으로「열심히」노력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효과적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이번호에는「리엔지니어링」에 대해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지난 몇년 동안 리엔지니어링만큼 큰 관심을 끌었던 경영 혁신 아이디어는 없었을 것이다. 또한 리엔지니어링만큼 조직원들에게 거부감을 주었던 혁신 아이디어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높은 인기와 강한 거부감 사이에는 상호 연관성도 있겠지만, 약간의 오해도 없지 않았었다. 이제 우리도 많은 리엔지니어링 경험을 축적하였고, 차분히 그것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단계가 된 것 같다. 특히 요즈음 같은 IMF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법으로 반드시 또다시 재론될 경영 혁신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토론해 보는 것이 가치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리엔지니어링 탄생의 배경
지금까지 기업을 경영하던 방식은 그 기업이 자본주의하의 기업이든 공산주의하의 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소기업이든, 과거 두 사람의 위대한 천재가 만든 논리에 의해 운영 되어 왔다. 그 두 사람은 바로「국부론」으로 유명한 아담 스미스와 GM의 초대 회장인 알프레드 슬로안이다.
아담 스미스는 그 유명한 국부론에서「보이지 않는 손」과 함께「분업론」을 주창하였다. 핀 공장을 예로 들어 그는 분업을 시행함으로써 핀을 만드는 생산성이 거의 수백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여러분들이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가정해 보자, 생산성을 수십 퍼센트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수만 퍼센트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연히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그 방법을 시행할 것이다. 아담 스미스의 분업론은 순식간에 지금까지 가내수공업의 생산방식을 변화 시켜 버렸다. 더욱이 때마침 발명된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은 인류 역사 이래 최초로 인간으로 하여금 컨트롤할 수 있는 무한에 가까운 힘을 제공하였다. 생산성을 엄청나게 올릴 수 있는 아담 스미스의 「분업이론」과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물리적 파워를 제공하는 제임스와트의 증기기관은 공장제 수공업에서 공장제 기계공업으로 생산방식을 바꾸었고, 영국을 세계의 공장,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드는데 결정적 공헌을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공장제 기계공업 생산방식은 「5월의 꽃(Mayflower)」호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인들의 합리주의와 결합됨으로써 다시 한번 꽃을 피우게 되었다. 미국에서 탄생한 중요한 생산성 배가운동은 곧 포드의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대표되는「과학적 관리기법」이다. 이 과학적 관리기법은 미국으로 하여금 전세계의 공장이 되게 만들었고, 「팍스 아메리카나」를 형성하는데 결정적 공헌을 하였다. 이러한 팍스 아메리카나는 단순히 미국만을 살찌우지 않고, 전세계인들이 가난을 몰아 내고 인간다운 삶을 사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는 면에서 대단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과학적 관리기법은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들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담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과학적 관리기법이 가져온 생산성의 향상, 바로 그것이었다. 즉, 엄청나게 늘어난 생산성은 기업의 크기를 엄청나게 크게 만들었고, 이처럼 엄청나게 커져버린 기업들은 이제 종전까지의 관리기법으로는 도저히 관리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GM처럼 여러 자동차 회사가 합병하여 탄생한 기업에게는 더욱 큰 부담이 되었다. 왜냐 하면, 지역적으로 여러 장소에 공장과 회사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원래 여러 회사가 합쳐져서 GM이라는 단일 회사를 만들었기 때문)오늘날처럼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사회에서, 각 회사와 공장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관리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바로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한 것이 여러 자동차회사를 설득하여 GM을 탄생시킨 경영의 귀재 알프레드 슬로안이었다. 어찌 보면 그의 방법은 단순한 것이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아담 스미스의 생산에서의 분업이론을 관리 분야에 도입한 것이었다. 즉, 관리업무를 몇개의 특징적인 업무(기능)로 분류해 내고(인사업무 · 생산업무 · 판매업무 등) 조직원들을 각각의 업무(기능)에 특화시킴으로써 관리의 혼란을 막고 관리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이러한 알프레드 슬로안의 경영 관리방식은 기업 규모가 엄청나게 커짐으로 해서 오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해결함으로써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관리 운영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던 것이다. 알프레드 슬로안의 이러한 제창으로 우리가 지금 너무 익숙하게 보는 기능상의 조직부서(인사부 · 생산부 · 영업부 등)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경영 환경의 변화
그러나 알프레드 슬로안이 제창한 기능 위주의 조직 구분은 경영 환경이 변화하면서 점점 부적당한 측면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곧 수요를 초과하는 생산 능력의 증가와 다양하고 빠른 경제 환경의 변화였다. 첫째, 수요를 초과하는 생산 능력의 향상은 기업들에게 만들면 팔리던 시장에서, 이제는 고객의 선호를 만족시키는 제품만이 선택적으로 팔리는 시장으로 전환시켰다. 둘째, 빠르고 다양한 시장 환경의 변화는 기업들로 하여금 시장 환경의 변화에 빠르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능 위주의 부서 배치는 기업들로 하여금 빠르고 탄력적으로 시장에 적응하는 것을 방해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기업 전체를 조화롭게 볼 수 있는 안목을 상실하였다는 것이고, 둘째는 부서간에 변화를 위한 협조를 얻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며, 셋째는 의사 결정의 탄력성과 신속성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의 개념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이란 비용 · 품질 · 서비스 또는 속도 등과 같이 업적을 평가하는데 극히 중요한 요소에서 극적인 업적 향상을 위해 지금까지 기능별로 분권화된 방식으로 처리되던 업무 처리절차(Process)를 본원적으로 다시 생각해보고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행위(M. Hammer)이다.
즉,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이란 지금까지의 업무 수행방식을 조금씩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무시하고 고객에게 가치있는 그 무엇(양질의 품질, 저렴한 가격, 빠른 서비스 등)에 대한 획기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 과거의 업무 수행방식을 접어두고 완전히 새롭게 업무 수행방식을 다시 짜보는 혁신 행위인 것이다.
리엔지니어링의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다. 어찌 보면 리엔지니어링의 가장 고전적이고도 훌륭한 예는 아담 스미스가 보여준 핀 공장의 업무 수행방식이다. 그 전까지 한 사람이 핀 만드는 전과정을 다 하였던 것을 분업이라는 방식을 통해 각 부분에 사람들이 특화하게 함으로써 생산성을 수만 퍼센트(수백배)늘렸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리엔지니어링과 아담 스미스가 행한 리엔지니어링과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즉, 과거의 리엔지니어링은 한 사람이 행했던 여러 가지 기능을 여러 다른 사람들에게 분화(특화)시킴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켰다면 이제부터의 리엔지니어링은 역으로 여러 사람들이 행하고 있는 여러 단위 기능의 일을 합하여 한 사람이 행하게 함으로써 경영 효율을 수십 또는 수백 퍼센트 올리자는 아이디어인 것이다.
리엔지니어링, 다음에 하면 안될까요
자주 듣는 이러한 질문에 뭐라고 답변해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답변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알아서 하시지요.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은 꼭 참고하십시오.”
“미래의 경쟁은 우리끼리의 경쟁이 아닙니다 우리 국내 기업끼리 경쟁한다면, 남이 안하는데 내가 구태여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미래에는 세계 최고 기업과 직접 경쟁하게 됩니다. 아담 스미스의 분업론을 도입한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직접 장사를 하게 될 때, 옛날의 가내수공업을 하던 기업들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소니 TV가 국산보다 더 싸게 수입될 때 그것보다 더 비싼 국산 TV가 어떻게 변화하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