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온 아침이면 고향의 나무는 커간다
당선 소감
내가 처음 비행기를 타게 된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었다. 한 20분쯤 되었을까? 먹구름을 뚫고 서서히 제 궤도로 들어서자 깨끗하기 그 지없는 파란 하늘에 부시시 햇살까지…. 마지막 기차를 놓치고 날씨만큼이 나 우울한 마음을 짊어지고 올랐는데. 그 하늘의 청량함을 느끼는 순간 의욕이 생기고 괜히 마음이 환해졌다.
이 글이 당선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던 그 날도 그랬었다. 갑자기 업무가 바뀌면서 마음도 무겁고 실수도 많아 그 어느 때보다도 우울했던 요즘. 당선의 반가운 소식은 내 마음을 얼마나 화창한 날로 바꿔 놓았는지 모른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게 괜찮은 위안이 되었고 좋아하는 일이지만. 어디에다 심사를 받기 위해 내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엉성하고 서툰 모습 투성이인 이 글에 의욕을 잃지 말라고, 그리고 무덤덤한 일상들에 묻혀 버린 꿈을 잊어 버리지 말라는 심사위원님의 적극적인 격려에 너무도 감사하며, 잊지 못할 기회를 만들어 준「정보와 통신」지에도 감사 드린다. 그리고 요즘 들어 고생 아닌 고생을 함께 해주는 부산강동우체국 가족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김미애
· 경남 밀양 출생(1973년생)
· 부산전문대 인쇄출판학과 졸업(교지 편집실에서 기획 및 편집 디자인 활동)
· 현재 부산강동우체국 근무
눈 온 아침이면 고향의 나무는 커간다 - 김미애
고향의 아침에 눈이 내린다.
엉성엉성한 기와 지붕에
한가한 논두렁에
흙 냄새 진득한 뒷산 언덕에도 산짐승의 발자욱을 남기고 온 가득 마을은 정겹다.
옥색 저고리는 눈 온 아침을 기다린 듯 할아버지는 싸리비를 들고 넉넉한 마음으로
세월을 쓸어 모은다.
꼬마는 조심스레
백설기 같은 눈길을 밟으며 나무로 뛰어간다.
도시 숱한 사람들의 아리한 그리움과 향수로 살아온 고향의 나무는 이 아침에도 꼬마의 가지를 추스리며 하늘을 닮아 간다.
지붕마다 푸근한 온기가 피어나고 그래서 나무는 연륜을 더해 가고
꼬마는 어른이 되려나보다.
눈 오는 아침이면 다시 그리워 할 나무와 함께
세월과 함께 눈은 내리고
나무는 높았다.
그냥 그대로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