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 우체국
지구상 가장 작은 나라의 우체국
19세기,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게 된 교황청은 가스파리 추기경이 이탈리아 수상 무솔리니와의 라테란 조약을 체결하여 비로소 독립했다. 이로써 바티칸 시국은 이탈리아 로마시에 둘러싸인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내륙 국가가 되었다.
성 베드로 광장 옆 바티칸 우체국
바티칸은 종교수장인 교황을 국가 원수로 하는 신정제 국가로, 전체 면적이 0.44㎢에 불과하다. 이는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에버랜드 면적보다 작고, 인구수 또한 800여 명 남짓이다. 그럼에도 바티칸은 세계 최대의 미술관을 비롯해 3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광장과 방송국, 은행, 철도역, 우체국 등 국가로서 갖춰야 할 모든 시설이 있다.
그중에서도 바티칸 박물관 내에 있는 바티칸 우체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우편이 배송된다고 알려져 있다. 바티칸 우체국 앞 노란 우체통 근처는 엽서를 보내려는 현지인과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붉은 우체통과 다른 노란색의 바티칸 우체통
바티칸 모습의 기념 소인이 담긴 엽서
바티칸 우체국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바티칸 박물관 안에 들어가 내부를 둘러본 후 출구를 따라 나오면 된다. 박물관 입구에 놓인 최후의 만찬 그림을 지나 다양한 고대 로마의 흔적을 감상하며 내부 구경을 마친 후 오른쪽으로 꺾으면 노란 우체통이 놓인 바티칸 우체국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산 피에르도 대성당의 왼쪽으로 이동하면 쉽게 바티칸 우체국을 만날 수 있다. 바티칸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에서 엽서를 구매해 가장 소중한 사람이나 스스로에게 편지를 쓴다.
엽서 가격은 0.5~2유로 전후이며, 우표 가격은 대륙에 따라 다르다. 보통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경우 2.4유로 정도다. 이곳에서 엽서를 쓴 후 봉투에 담으면 바티칸 모습이 담긴 기념 소인도 찍어주기 때문에 엽서를 받는 이들은 잠시나마 바티칸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낼 수 있다.
성 베드로 광장 안에 위치한 간이 우체국
관광객들의 편의를 고려한 간이 우체국
이곳의 특이한 점은 바티칸 우체국이 아니더라도, 바티칸 엽서를 보낼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더 있다는 것이다.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안의 출입구 반대편에는 흰색 컨테이너 건물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바티칸 간이 우체국이다. 이곳은 바티칸 우체국과 동일한 엽서, 엽서 봉투, 우표,볼펜 등을 판매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엽서를 구매하여 작성을 마치고간이 우체국에 상주하는 직원에게 보낼 주소를 말하면, 그 지역까지 갈수 있을 만큼의 가격이 매겨진 우표를 봉투에 붙여주고 바티칸 우체국과 동일하게 바티칸 소인을 찍어준다.
한쪽 벽면에는 엽서 봉투에 주소를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적혀 있어 엽서를 작성하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의 고민을 덜어준다. 벽에 적힌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주소를 기재한 후 간이 우체국 오른쪽에 놓인 노란 우체통에 엽서를 넣으면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3주 안으로 보낸 이의 주소로 잘 전달된다고.
올 한 해, 고대 로마의 흔적이 가득 담긴 이탈리아 여행 계획이 있는 이들이 있다면, 바티칸 우체국에 들러 소중한 이에게 엽서 한 통을 보내보면어떨까. 차마 말로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머나먼 타국에서 엽서로 대신한다면, 그 안에 한 자 한 자 담은 진심이 여느 때와 다르게 뜻깊은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