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만나는 우리 감성 興과 恨 / 전통 탈
‘탈’의 사전적 의미는 얼굴을 감추거나 달리 꾸미기 위하여 나무, 종이, 흙 따위로 만들어 얼굴에 쓰는 물건 또는 속뜻을 감추고 겉으로 거짓을 꾸미는 의뭉스러운 얼굴이나 그런 태도나 모습이다. 또 탈이란 ‘탈나다’의 말에서처럼 뜻밖에 일어난 궂은 일, 몸에 생긴 병을 뜻하기도 한다. 탈은 본디 얼굴과는 다른 형상의 ‘얼굴가리개’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저 제 얼굴을 가리는 데 그치는 것만이 아니었다. 탈을 씀으로써 얼굴과는 다른 인물이나 동물 또는 초자연적인 존재로까지 변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탈은 사람에게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격이나 신격을 획득하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 동시에 탈은 갑작스러운 사고나 병 등의 재앙을 물리치는 수단으로도 사용되었다.
탈을 사용한 것은 원시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수렵생활을 하던 원시인들이 수렵 대상물인 동물에게 접근하기 위한 위장면(僞裝面)으로, 뒤에는 살상한 동물의 영혼을 위로하며 또한 그 주술력을 몸에 지니기 위한 주술적 목적에서 비롯하여 점차 종교적 의식용으로, 나아가 연극적 수단으로 변모, 발전되었던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탈은 부산의 동삼동에서 출토된 패면(貝面)과 강원도 양구에서 출토된 토면(土面) 등으로 보아 신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동기시대의 암각화에도 탈로 추정되는 그림이 있다. 탈의 형태를 갖춘 최초의 유물로는 신라시대의 ‘목심칠면’을 들 수 있다. 1946년 경주 호우총에서 출토된 이 탈은 눈알은 유리로 되어 있고 두 눈에는 황금환(環)이 그려져 있다. 6세기경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탈은 죽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방상시’ 탈로 보인다. 그밖에 덕물산(德物山) 가면과 국보 제121호로 지정된 하회탈 및 병산탈 등이 전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탈은 ‘신앙벽사(信仰壁邪)탈’과 ‘예능(藝能)탈’로 나누어진다. 신앙벽사탈이란 어떤 소망을 기원하기도 하고 지킴이로서 받들기도 하는 것인데, 대개의 경우 일정한 장소에 모셔둔다. 신앙 벽사탈 가운데는 귀신을 쫓는 의식에서 쓰는 구나면(購儺面)처럼 사람이 얼굴에 쓰는 탈도 있다. 예능탈은 주로 춤추고 굿(연극)하고 놀이할 때 얼굴에 쓰는 것으로 종류가 다양하다. 놀이탈은 ‘양반광대놀이’, ‘비비새놀이’, ‘소놀이굿’, ‘거북놀이’ 등에서 보이듯 즉흥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 탈은 여러 가지 성격이나 기능을 복합적으로 지닌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처용탈은 귀신을 쫓는 기능을 하면서 ‘춤탈’로 분류되기도 한다. 또한 ‘소놀이굿’ ‘거북놀이’ ‘범굿’ 등에 등장하는 소, 거북, 범 같은 탈은 신앙성을 지니면서 동시에 놀이, 춤, 음악 등 연희성을 함께하는 복합성을 이루고 있다.우리의 전통 탈은 탈춤이 궁궐 밖으로 나와 전국 각지에 퍼진 이유로 전국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종류의 탈이 전해지지 않은 것은 각종 의식에 사용되었던 탈들을 모두 태워 없앴기 때문. 앞서 밝혔듯이 탈은 인격, 신격을 대변했던 도구였기에 의식 후에는 불에 태워버리고 집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마을 행사에 사용하는 탈은 당집을 지어 따로 보관해 왔다.
선인들은 탈을 통해 죽은이를 기념하거나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풍요를 기원했다. 기도와 염원, 풍자와 해학이 담겨 있었던 탈은 민중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다시금 민중의 얼굴, 탈을 통해 우리의 과거와 오늘과 내일을 투영해본다. ![](/upload/logo_r[670][565].png)
고성탈박물관
고성탈박물관에서는 전국 탈놀이에 쓰이는 탈뿐만 아니라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이 탈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고대 탈부터 최근의 민속탈까지 관람할 수 있으
며 탈을 직접 만들어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체험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경상남도 고성군 고성읍 율대2길 23. / 055-670-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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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청사자놀음 사자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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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오광대 할미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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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야류 양반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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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야류 모양반탈
예로부터 내려오는 탈은 신앙탈, 예능탈로 분류된다. 그것들은 각각 민중 삶을 대변했던 것으로 오락적, 제의적 뜻을 담고 있다. 기도와 염원, 풍자와 해악이 담겨 있는 탈은 민중의 또 다른 얼굴이자, 삶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