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무예로서의 정통성
택견은 씨름, 국궁과 함께 우리나라 고유의 민족무예다. 그중 유일하게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택견은 그 역사성과 술기성에서 특별함을 지닌다. 원시투기가 선조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맨몸, 맨손무예로 전해져 내려온 것 중 한 갈래가 택견이다. 제도적으로 전수되어온 것이 아닌 까닭에 정확한 근거를 찾기 어려웠었다. 그러나 조선 정조 때 발간된 <재물보(才物譜)>에서 ‘탁견’에 관한 기록을 발견, 택견의 어원과 근원을 찾을 수 있었다. 또한, 18세기 궁중화원 신윤복의 그림에 씨름하는 사람, 두루마기 입고 버선발로 경기하는 사람이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택견이 씨름과 함께 일상생활의 놀이로는 물론 전통성을 지닌 무예로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민족무예로 전해 내려오던 택견이 수난을 맞게 된 것은 일제시대. 일본은 택견이 미풍양속을 해친다고 하여 택견판을 열지 못하게 하였다. 심지어 아이들이 장난삼아 하는 택견마저 순사들이 채찍을 휘두르며 쫓아다니면서 말렸다고 한다. 그렇게 택견은 사라지는 듯 했으나 해방 뒤 故송덕기 선생에 의해 다시 부활하기 시작했다. 이후, 택견은 1983년 무형문화재로 공인, 2003년 대한체육회에 가맹단체로 채택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무예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후 전국택견연합회 산하 전국 250여 곳의 전수관이 생겨날 정도로 택견은 전통성 있는 우리나라 전통무예로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다.
![](/upload/k201104-3-4.jpg)
이기고 지는 무술이기에 앞서 상대를 배려하는 무예이자 무도인 택견. 원시시대부터 민족고유의 맨손무예로 전해져 온 택견은 강-약의 부드럽고 조화로운 움직임으로 속근육을 단련시키는데 효과적이다.
부드럽고 강한 울림
3박자의 리듬을 타는 택견은 탈춤, 민요, 판소리, 농악의 리듬과 흡사하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던 생활동작들이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택견은 얼핏 보면 부드러운 동작만이 전부인 것 같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그 어떤 무예에 뒤지지 않는 강열함이 내재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3박자 리듬을 타는 동작에 상대를 직접적으로 해치는 동작이 아니기 때문에 태권도처럼 강렬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부드럽게 몸 전체를 단련할 수 있지요. 그렇다고 해서 강렬한 동작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곧은발질’, ‘무릎걸이’ 같은 동작은 상대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지요. 하지만 택견은 기본적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동작들이 중심이기에 우리 선조들의 전통적 가치관을 가장 잘 이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강덕(6단) 선생이 부드럽고 강한 동작을 차례로 선보인다. 공격 시 상대에게 한쪽 발을 내어주는 자세, 공격자가 주먹 등 강한 신체 부위를 사용하지 않고 발바닥 등 부드러운 부분으로 공격하는 것, 상대의 급소를 피해 이마, 장딴지, 어깨 등 위험성이 적은 신체부위를 공격하는, 다른 무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상대를 배려하는 기술과 정신이 그가 20년 가까이 택견에 매료되어 있는 이유라고. 그와 함께 대련하는 함진석(4단) 씨도 ‘예의를 갖추고 상대를 배려하는 점’이 가장 와 닿았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태권도, 합기도 등 여러 가지 운동을 해봤는데요, 택견이 저하고 제일 맞았고, 무엇보다 어른들과 운동하면서 예의를 갖춤과 동시에 전통문화에 대해 접근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상대를 해하지 않는다는 점, 혼자서도 무예를 연마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10년간 택견을 연마해 온, 올해 22살인 그는 요즘 대학생 같지 않게 차분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의 깊이감이 느껴졌다.
손질, 발질로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것으로 승부를 결정하는 택견은 원칙적으로 상대에게 타격을 가하거나 옷을 잡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상대를 해하지 않는 배려의 마음이 조화를 이루어 택견은 평등과 경쟁의 원리, 상생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수백 년 택견이 사랑받아 온 이유도 바로 이점일 것이다.
![](/upload/k201104-3-5.jpg)
폼밟기, 는지르기
서 있는 동안에도 몸을 쉬이지 않고 ‘이크 에크’ 소리를 내며 품밟기를 하는 두 사람. 택견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보법이라고. 그냥 보면 별 의미 없는 보법이지만 품밟기는 균형성과 안정성, 민첩성 등의 기술을 발휘하는 데 기본이 되는 자세이다. 품밟기는 하체의 힘을 모으고 들숨과 날숨으로 호흡을 하면서 괄약근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해 내장기관과 허리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동작이다. 품밟기는 택견의 핵심구성 요소인 대접의 규칙과 상대방의 안전을 고려하여 개발된 ‘는지르기’ 기법과 필연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강제성은 없지만 품밟기를 바탕으로 택견의 기술이 형성되므로 일종의 규칙처럼 그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품밟기와 함께 기본이 되는 동작이 ‘는지르기’다. ‘굼실굼실, 능청능청, 우쭐우쭐, 으쓱으쓱’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는지르기는 발질이나 손질을 할 때 ‘무르고 느리게’ 또는 ‘조금 낮추어서’ 한다는 뜻이다. 는지르기에 배치되는 ‘곧은 발질’이 있으나 이것은 경기에서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택견에는 안전장비가 없습니다. 는지르기가 일종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안전장치적 기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를 해할 수 있기 때문에 곧은 발질, 곧은 손질은 안 되는 거죠.” 직접 시범을 선보이는 이강덕 선생, 그러고 보니 장비라고는 입고 있는 대련복이 전부다. 택견의 는지르기는 다른 격투기 종목이 기술을 제한하거나 장비를 착용하여 직접 인체를 가격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하나의 안전장치의 기능을 한다고. 또한, 이 는지르기는 택견을 부드러운 몸짓에 격렬한 격투기의 모습을 유지하게 하는 요소로, 오랜시간 대중경기로 사랑받게 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부드럽지만 강한 몸놀림, 상대에 대한 배려로 완성되는 한국 전통무예 택견. 우리 민족이 개발한 최고의 무예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봄 햇살 눈부신 마당 한가운데, 으쓱으쓱, 굼실굼실 춤인 듯 아닌 듯 몸을 놀리는 그들에게서 상대를 헤아리는 마음을 읽는다. ![](/upload/logo_r[670][605].png)
(자료참고 : 택견코리아 taekkyon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