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많은 섬
갈치를 말리고 있는 일등횟집 쥔장
신선바위 꼭대기에 올라간 관광객들의 모습이 아슬아슬해 보인다.
거문도 최대 다운타운가 고도
현지인들에겐 거문리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고도는 많은 주민이 관광서비스업에 종사한다. 서도 주민들은 농업, 어업, 서비스업이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배를 타고건너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한 동도는농업의 비중이 가장 높아 세 섬이 서로 뚜렷한 특징을 보이고있다. 동도와 서도는 크기가 작은 고도를 전라도식 표현을 빌자면 ‘옴싹이’감싸고 있는데, 마치 보물을 감싼 듯 에워싸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런 지형은 한눈에도 천혜의 피항지로 보이는데, 특히 세 섬 사이의 바다는정말 잔잔하여 육지의 호수를 연상시킬 정도이다. 쾌속선이 선착장에 닿을 때마다 사람 수보다 많은 짐 보따리들이 움직인다. 개중에는 주인이 동행하지 않는 보따리도 상당수다. 육지로 보내는 거문도의정(情)과 육지에서 온 생필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보따리와 더불어 입에서 입으로육지 소식, 거문도 소식이 오가기도 한다. 그래서 여객선을 연락선이라고도 했다. 오죽하면배 이름이‘오가고 호’일까. 거문도는 그 이름만큼이나 사연이 많은 섬이다. 거문도란 이름이 널리 통용되기 전에는 ‘삼도(三島)’로 불리었다. 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말해주듯 조선 후기에는 일본인들이 많
이 몰려들어‘왜섬’이라고도 했고, 영국군이 처음 거문도에 발을 내디딜 때엔 당시 영국의 차관 이름을 따‘해밀턴 항(Port Hamilton)’이라고 명명되어 외국에까지 소개되었다. 지금의 ‘거문(巨文)’이란 이름은 청나라 제독이 이 고장 사람 김류(1814~1887)와 필담으로 대화를나누다 그 유식함에 탄복하였고 이를 조정에 건의하여 이름 붙여지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거문도는 청나라뿐만 아니라 영국을 시발로 하여 러시아, 일본 등 열강들의 각축장이었다. 지금도 고도 뒷산에는 당시 2년 넘도록 거문도를 무단 점거했던 영국인들의 흔적이‘영국군묘’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거문도의 역사를 조금만 뒤져보면 참 사연 많은 섬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거문도의 자연을 접하면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섬이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 갖게 되니 거문도사람들의 사연과 한, 눈물이 한겨울의 핏빛 동백꽃이 되고 깎아지른 기암이 되고 짙푸른 바다가 되었으리라 추리해본다.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는 고도에서 거문도 등대까지이르는 산길 트레킹이다. 거문도에는 대중교통이 없다. 승합차2대가 택시 영업을 하고 있고 오토바이 수리점에서 오토바이를실비에 빌려주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거문도 등대 가는 길의 진면목이 산길 트레킹에 있어 굳이 바퀴달린 차가 필요할까 싶다.산은 높지 않고 길은 잘 닦여 있다. 고도와 서도를 이어주는 삼호교를 지나 유림해수욕장에서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뒷길로 오르는 지점이 거문도 등대 코스의 시작점이다. 트레킹 중에 만나는 돌담 두른 무덤을 보면‘제주도와 참 닮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지리적으로 거문도는 여수와 제주도의 중간 지점에위치하고 있어 사회∙문화적 영향이 서로 없진 않았을 것이다.
양식장에서 조업중인 어선 위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거문도 제일의 조망 포인트
신선바위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이내 비교적 평평한 산등성마루를 만날 수 있다. 기와집 용마루란 뜻의‘기와집몰랑’이다.이곳에선 마치 기와집 지붕 위에 올라 선 듯 서도의 해안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오니, 가까운 길로 간답시고 잘 닦인 해안도로를 통해 거문도 등대까지 가는 사람들은 결코 볼 수 없는 거문도의 제일경이다. 서도의 해안 절경도 압권이거니와 삼호교를중심으로 한 서도, 동도, 고도의 모습 또한 한눈에 들어와 거문도 제일의 조망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기와집몰랑 끝으로 내려서면 바닷가에 우뚝 솟은 높이 50m 가량의 기암이 보인다. 신선들이 바둑을 두며 놀았다는 신선바위다. 바둑판을 닮았다는 정상만 평평할 뿐 사방이 깎아지른 듯해서 암벽등반이나 해야 올라 갈 것 같은데 어느새 아이 둘 둔 한 가족이 정상까지 올라간 모습이 보인다.
거문도 등대는‘목넘어’를 지나야 만날 수 있다. 거문도 등대가 있는 곳은 이곳 목넘어로 서도와 이어져 있는데 마치 간신히섬을 면한 듯한 형국이다. 목넘어란 밀물 때에도 물에 잠기진않지만 태풍이나 파도가 높으면 물이 넘나든다고 하여 붙여진이름이다. 목넘어를 지났다면 눈을 벌겋게 만드는 동백나무 터널과 거문도 등대, 맑은 날엔 백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는 관백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뿐 아니라 거문도에는 동백나무가 지천이다. 사실 거문도에는 큰 나무가 많지 않다. 대부분 관목이주를 이루고 있어 옛날에는 집 짓는 나무를 구하기 위해 울릉도까지 갔다 오곤 했다고 한다. 울릉도의 초대 감독관으로 거문도서도 사람이 되었을 정도로 거문도 주민들이 초기 울릉도를 개척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거문도 등대는 등탑이 두 개다. 하나는 1905년에 세운 키 작은 등대로 남해안에선 첫 번째, 우리나라에선 인천 팔미도 등대에 이어 두 번째로 일찍 생긴 등대다. 2006년 1월 1일부터는 새롭게 건립된 키다리 등탑이 늙은 등대를 대신하여 거문도의 바다를 밝히고 있다. 나란한 두기의 등탑 옆에 작은 정자가 이색적이다. 관백정. 백도를 조망하기 위해 세운 곳이다. 맑은날에는 백도가 눈에 들어오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대삼부도, 소삼부도 정도만 조망하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 만선이 되어 돌아오는 고깃배 뒤로 펼쳐진 대삼부도와 소삼부도… 이곳역시 쓰라린 상처를 안고 있다. 거문도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예로부터 이곳엔 많이 배운 사람이 많았었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 될 줄이야. 1948년 10월 19일. 여수를 중심으로 여수∙순천사건이 발생하였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거문도의 많은 젊은이가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죄로 체포되었다. 그 중 많은 숫자가 소삼부도에서 즉결 처형되어 바다에 수장되었다고하니 아직도 그 바다에선 한 맺힌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 뒤로 거문도에선 공부하는학생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얘야, 절대 나서지 말거라!”
서도해안 절경
소박한 정이 오고 가는 선착장
낚시꾼들의 천국
대삼부도에도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있으니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독재정권 시절의고문경관이 이곳에서 장기 은둔생활을 했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전언이다. 현대사의 쓰라린상처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 곳 일대는 지금 낚시꾼들의 천국으로 변했다.
삼호교에서 기와집몰랑을 지나 거문도 등대를 둘러보고 잘 닦인 해안 도로로 돌아오는데 4시간 남짓 걸린다. 트레킹을 마치면 피로가 몰려오니 서도 북단은 다음날로 미루고 남은 시간은 백도 유람이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백도는 거문도에서 약 28㎞ 떨어져 있는데 조물주가 솜씨라도 뽐낼 양으로 빚어놓은 기암괴석이 줄줄이 섬이 되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39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크게는 상백도와 하백도로 구분하기도 한다.
녹산 등대가 있는 서도 북단은 걸어서 가기엔 먼 거리다. 택시를 이용해 서도분교까지 가서 녹산 등대와 거문도 뱃노래 전수관, 용이 승천한 전설을 지닌 용냉이 등을 둘러보고 다시택시를 불러서 타고 돌아와야 한다. 특히 녹산 등대 가는 길의 서도분교는 1905년, 낙도임에도 불구하고 전라도에서 세 번째로 세워진 근대식 학교로 거문도의 높은 교육열을 읽을 수있는 명소다. 거문도 등대 가는 길이 동백으로 인해 아름답다면 녹산 등대 가는 길은 민둥산특유의 분위기로 인해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녹산 등대 앞에서 서쪽을 바라보면신지께와 코바위가 있는데 황홀한 낙조 포인트이기도 하다. 특히 신지께는 인어가 출몰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녹산 등대에 서면 눈을 크게 떠야 한다. 혹여 희끗희끗한 것이 헤엄치고 있다면 거문도 전설 속 인어일지 모르니 카메라부터 들어야 할 것이다.
여행 쪽지
지역번호 061 공통
찾아가는 길
거문도는 전남 여수에서 출발하고 고흥(녹동항)에서도 출발한다. 여수의 경우 2개 선사가 번갈아 가며 취항을 하는데 청해진해운의 오가고호가 다도해를 조망하기 좋은 갑판을 가지고 있다. 약 2시간 20분 소요. 차량 도선은 불가능하다. 동절기에는 하루 2편으로 운항 횟수가 줄어든다. 서울에서 기차로 내려갈 경우 막차를 타고 내려가 새벽에 도착한 후 역 근처에서 간단하게 사우나한 후 여객터미널(역에서 기본요금)로 옮겨 아침 배(07:40)를 타고 가거나, 아침 첫 차를 타고 내려가 오후 배(13:00)로 입도하는 방법이 좋다. 청해진해운(663-2824), 오션호프해운(662-1144). 백도는 거문도에서 부정기적으로 유람선이 출항을 하는데 최소 20명은되어야 운항을 하므로 동절기에는 운항이 취소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거문도, 백도 및 여수 관광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려면 여수 전문여행사 남해안투어(665-7788)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업소 추천
숙박과 식당 모두 고도에 밀집되어 있는데 시랜드횟집∙모텔(665-1126)은 숙박도 깨끗하고 음식도 맛깔스럽다. 그 외에 패밀리모텔(666-2333), 강동횟집(666-0034) 등이 추천할 만하다. 거문도의 대표적 향토음식은 갈치 요리. 그 중에서도 갈치조림은모든 식당들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자신 있어 하는 거문도의 대표 향토음식이다.
낚시 문의는 영진낚시(666-8175), 돌핀낚시(665-7543).
오토바이 대여는 현대오토바이(666-2732, 하루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