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우체국에서 무자년 첫 해오름을 맞을 요량으로 정갈한 몸과 마음으로 새벽 6시부터 산행을시작했습니다. 여명의 하늘과 매서운 칼바람이 긴장을 더했습니다. 비록 백두대간의 321m 작은봉우리지만 장엄한 일출을 보기에 최적의 장소라기에 설렘이 더했습니다. 1시간여 만에 도착한초록봉은 기대와는 달리 황량하고 초라했습니다. 지난 2000년 초 동해 지역을 휩쓸고 간 화마로고고한 자태를 뽐내던 금강송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이제 새로 심은 소나무들만이 고산지대의 키작은 관목 숲처럼 산을 듬성듬성 감싸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7시 40분쯤 망망한 동해가 농염한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2분 뒤 새해 첫해가 고고한 모습으로 수평선 위로 떠올랐습니다. 빛이 분산되지 않은 첫 오름은 눈부시지 않아 가슴에 살포시 품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탄성을 지루며 환호했습니다. 어떤 이는 소망을 기도드렸고, 또 어떤 이는 감동을 전하기도 했으며, 희망을 분주히 렌즈에 담고도 있었습니다. 산의 얼굴을보았고 바다와 해의 생각을 품으며 내려왔습니다.
오늘 시무식과 새내기들에게 임명장을 주고난 후 이메일이 많이 왔습니다. 한 동료는 3시간의출근길이 20분으로 줄었다고 좋아했고, 한 후배는 6급으로 승진을 했다며 감격했으며, 또 한 직원은 승진을 위한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고 희망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정말 내 일처럼 가슴 벅차고 흐뭇해서 해오름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곳에 내려올 때 어느 분이 편지를 주셨습니다. ‘국장님, 고단한 날개 짓으로 먼 길 떠나는 새들에게 쉼터가 되어 주시고, 찌는 듯한 무더위에 그늘이 되어 주시며, 장대비를 피할 수 있도록 키큰 나무가 되어주세요.’새해 첫날 해맞이를 하면서도, 새내기들에게 임명장을 주면서도, 외근직들과 신년 발대식을 하면서도, 그리고 진실함이 배인 이메일을 보면서도 늘 금과옥조로 생각하겠습니다. 함께 마음 문을 열고 따뜻하고 알찬 직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저의 간절한 꿈이자 소명이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한 배를 타고 가는 한 식구들입니다. 때로는 떠나보냄과 새로 맞음의 미학이 어찌 없으리오마는 짧은 인연들을 긴 여정의 동반자로 소중히 갈무리하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새로운 지혜 보태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