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우리나라 언론에서 재미삼아 거짓말을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무리 악의 없는 거짓말이라 해도 우리 국민들은 독자를 데리고 장난 하냐며 분기탱천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라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하지만 선진국인영국의 언론들은 만우절에 사람의 의표를 찌르는 거짓말 보도를 곧잘 한다. 그 내용이 어찌 되었건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점에 대해 영국인들은“허허”하고 웃고 만다. 거짓말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있는 것이다.
2003년으로 기억한다. 영국 국영 방송인 BBC에서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를 보도하던 중“최근 히말라야 오지에서 인간에 아주유사한 유인원을 발견했는데 전설의 눈사람(雪男)으로 보인다. 운 좋게 포획해 현재 런던 동물원에 이송되어 왔다”고 보도했다.그리고는 이 유인원의 사진까지 그럴싸하게 공개했다.
히말라야에서 유인원이 발견됐다며 사진까지 나왔으니 사람들은 그 유인원을 가둬놨다는 동물원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건 거짓 보도였고 사람들은 허탕을 쳤다.
이러한‘에이프릴 풀(4월 바보)’을 동물원 직원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고 한다. ‘피해자’들 역시“속았네. 후훗”하며 편하게 웃으며 돌아갔다고 들었다.
영국의 신문 더 타임스도 언젠가 만우절 때 영국 국회의사당 시계탑이 디지털 시계로 바뀔 거라고 보도했다. 국민들 모두 들고일어나 디지털 시계로의 교체를 반대하는 투서가 산더미처럼 쏟아져 들어왔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공익과 신뢰를 자랑하는 세계 일류 언론사가 이런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는 점과, 그 어디에도 이 기사가 거짓이라는 뉘앙스를 전혀 풍기지 않은 채 감쪽같이 국민들을 속여 준다는 점이다. 역시 우리네의 고지식하고 항시 근엄한정서와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그런 거짓말을 할 줄 아는 언론사, 그것에 속으면서도 화내기보다는 웃어줄 줄 아는 국민들의 마음의 여유, 그것이 부러운 이유는 우리 삶이 너무 각박해서가 아닌가 한다.
언젠가 스위스에서 스파게티가 되는 나무를 재배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영국 국민들이 그것을 살 수 있는 방법이 뭐냐는 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우리 언론사도 이번 만우절 때는“자동차 기름 값에 붙는 세금을 90% 인하한다”는 기사를 한번쯤 실어주기를 고대해보면 안될까. 나중에 거짓말이었다 해도 국민들은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큰 환희에 젖어볼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