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그늘
아버지라는 이름은 버팀목이고 그늘이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아버지가 있었다. 어느날 착한 아들이 흡연하는 것을 목격하고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자신도 담배를 피우면서 어찌 아들을 나무랄 수 있을까. 내색하지 않고 그날부터 6개월동안 금단의 고통을 참아가며 금연했다. 담배를 끊을 수 있음을 확인하고아들을 불렀다.
“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네가 흡연하는 것을 본날부터 담배를 끊었다. 너도 끊을 수 있겠지?”
“아버지 죄송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앞으로 피우지 않겠습니다.”
그때부터 두 부자는 담배에서 해방되었다.
백 번 교훈적인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아버지는 한 가정의 권위다. 권위가 구겨지거나 강행되면 존경도 버팀목도 위력을 잃는다. 자식이 넘어질 때 버팀목이 되고,땡볕에서 땀 흘릴 때 그늘이 되어주는 것이 아버지의 모습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버지가 쌓아온 명성이나 인격의 그늘에서자식은 힘을 얻기도 하고 힘을 잃기도 하는 반사작용이 아버지의 소임이다. 나는 명성이나 인격으로는 훌륭한 아버지라고할 수 없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여느 아버지와 다르지않다.
딸이 결혼할 무렵이다. 사랑하는 딸에게 평생 마음에 지닐 금언(金言)은 없을까. 교훈적인 말보다 삶의 표상이 될 상징물을손수 만들어줄 수는 없을까. 많은 생각 끝에 수석장(壽石欌)에서 석질이 강하고 공처럼 둥글고, 수마(水磨)가 잘된 돌 한 점을꺼냈다. 정성들여 돌의 받침대(座臺)를 직접 깎아 의미 있는 수석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다. 오랜만에 조각칼을 들었다. 널빤지를 돌 체형에 맞게 잘랐다. 서툰 솜씨지만 부정(父情)의 혼을 심어 며칠 밤잠을 설치며 좌대를 깎고 다듬었다. 아마추어 냄새가풍겼지만 당당한 한 점의 수석으로 탄생시킨 감회는 벅찼다.
내가 이 둥근 수석을 딸에게 주는 의미는 이렇다. 첫째, 돌처럼 변하지 말고 초심을 계속 간직하라는 메시지다. 누구나 세월따라 환경 따라 변화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삶의 기본인 사랑, 믿음, 희망의 원형(原形)이 수석의 내면처럼 잃지 말라는 뜻을 담았다. 둘째, 모나지 말고 둥글게 처신하라는 메시지다. 원(圓)처럼 교만이나 독선, 편견으로 저울추가 한쪽으로 치우침없이 중용(中庸)의 덕목을 지녔으면 하는 마음이다. 셋째, 인내의 의미를 담은 메시지다. 오돌토돌 석질이 단단한 돌이, 깎아놓은 대리석처럼 반들반들하게 수마되기까지는 하루 이틀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 수석이 단순한 장식품을 넘어서 평생의 생활교육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은 더위를 식히는 ,버팀목이 되는, 후광을 비춰주는 그늘이 되어주고 싶은 참 마음은 한결같다. 내 그늘에 벤치라도 하나 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