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의 영웅
홀로 사시는 시골 할머니를 돕는 봉사활동 날. 아침부터 날씨가 어둑어둑하며 을씨년스럽다.
“할머니, 저희들 왔어요.”
“콜록 콜록~ 어여덜 들어와. 방이 좀 추운데… 콜록 콜록~”
회사 여직원 6명이 승용차 두 대로 휭 하니 달려갔더니 할머니는 안색도 안 좋고 얼굴이 핼쑥하시다.혹시나 싶어 방에 들어가 봤더니, 방바닥은 냉골이고 형광등은 불도 들어오지 않았다. 전기장판을 만져보니 얼음장이었다. 며칠 전부터 전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셨다. 하지만 할머니는 사람을 부르자니 출장비를 비싸게 달랄까봐 그냥 참고 지내시고 있다는 게 아닌가. 그것도 보름째란다.
안되겠다 싶어 얼른 읍내 전파사를 찾아 연락을 했더니 오늘은 토요일이라 근무를 안 한다며 월요일에 다시 전화를 달라는 게 아닌가. 하지만 말이 봄이지 여전히 추운데 하물며 할머니가 이틀이나 더 냉골에서 지내시다가 변고라도 생기면 어쩌나 싶어 전파사 아저씨한테 사정 얘기를 했다. 다행히 그분이잠시 머뭇거리다가 우리의 위치를 물었다.
거의 1시간 만에 달려온 그는 이곳저곳 살피다가 누전 차단기 쪽에 퓨즈가 나갔고 형광등은 안정기가망가져서 그렇다며 통째로 갈아줬다. 30여분 만에 전기도 들어오고 전기장판이 따뜻이 데워지자 할머니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지는 것을 보고 안도감이 들었다.
전파사 아저씨에게 출장비와 수리비를 물었더니 오히려 우리더러“좋은 일 하시는 것 같은데, 그것도모른 채 월요일에 오겠다고 해서 미안합니다.”며 한사코 돈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는 할머니와 우리에게 명함을 주며“여기는 시골이라 전파사도 없는데 혹시 또 전기에 문제가 생기면 연락 주세요. 무료로도와드릴게요.”라며 총총히 떠난다.
전파사가 있는 읍내까지의 거리는 승용차로 무려 1시간. 쉬는 날, 그 먼데를 자동차 기름 소모하면서한걸음에 달려와 짜증도 안내고 수리를 해주고는 비용은 받지도 않으면서 다음에 또 연락하라는 그 아저씨가 진정한 사랑의 실천자였다.
할머니 역시 어둠을 밝히는 전깃불과 방을 따스하게 데울 전기장판의 열기보다 훨씬 더 환하고 뜨거운 사람의 냄새를 맡으셨다. 우리도 그 날, 소중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진정한 영웅을 만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