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의 영웅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유난히 나의 부러움과 시샘의 눈길을 받는 언니, 오빠들이 있었다. 그들은 외모가 뛰어나거나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들은 아니었다.그러나 공통적으로 보유한 달란트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글을 잘 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각종 백일장 대회에서 상을 탔고 그렇게 수상한 언니, 오빠들의글은 어김없이 조회시간 교장선생님의 칭찬과 함께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직접 우리들에게 낭독되었다. 그들의 글이 주는 여운과 울림이 얼마나 컸던지,그 날 이후 나의 바람도 그들처럼 글을 잘 쓰는 것이 되어 버렸다.
그런 나의 바람이 내 맘 속에 자리 잡은 이후로 교내 도서관은 방과 후 내가꼭 들르는 곳이 되었고, 문예반에도 자청하여 들어가게 만들었다. 그러나 다독을 하고 문예반 활동을 하는 것이 백일장에서 내 글이 뽑히는 것을 의미하는것은 아니었다.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잘 썼다는 인정을 받고 싶던 당시 나에게 아무리 글을 써도 흡족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사실이 스스로를 위축시키고어린 마음에 답답함마저 들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예반 선생님은 평소처럼 나의 습작을 보고 글에 고민한흔적이 보인다며 칭찬해 주시고는, 갑자기“잘 써진 글은 어떤 글인 것 같니? ” 라며 물어 오셨다. 그 질문에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이라답했고, 선생님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러고는“글을 쓰는 사람의 진정성이 묻어나는 솔직한 글이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된 어떤 글보다 더 멋진 글이다.”라고 말하며, 솔직한 글일 때 사람들에게 감동도 줄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나는 아직도 그 날 문예반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을 잊지 못한다. 잘 쓰려는생각으로 글에 힘(?)이 들어가려 할 때마다 사려 깊고 인자하게 말씀하셨던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이후 중학교에 입학하고부터는 글을 쓰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수상을 바라기보다 글의 주제에 몰입해서 스스로에게 솔직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예상치 않은 상들을 받게도 해주었고, 앞으로어떤 직업을 가지든 내 전문 분야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해주었다. 우리 삶에는 분명 영웅이 필요하다. 그들은살아가는 힘의 원천이며 발전하는 자신을 가늠하게 하는 기준이며 잣대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꼭 유명하거나 대단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대상을 통해자신의 영감과 에너지를 살찌울 수 있다면 그는이미 우리 마음속의 영웅이 될 자격이 충분히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그 시절 글 잘 쓰는 언니, 오빠들이나를 성장하게 하는 자극제였다면, 마음속에 바라는 상을 그리며 노력하던 나에게 말 한마디로 깨달음을 주셨던 그때 문예반 선생님은 어린 시절, 아니 지금까지도 내 마음 속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