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말이 없었고, 하늘은 굵은 빗방울을 떨구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칠순을 훌쩍 넘긴 아버지는 오늘도벌름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검게 물들어버린 바다를 하릴없이 바라만보고 계신답니다. “저게 뭔 죄가 있어? 이게 뭔 꼴이여…”갯바위에 생명줄을 달고 긴 세월 이어오며 어민들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 주었던 굴이며 조개며 주꾸미들이 시커먼 기름덩이의 습격으로 숨도 못 쉰 채 죽고 썩어 나가자 평생을 바닷사람으로 살아오신 아버지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고야말았습니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늘 하시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나는 어부의 아들여. 바다가 우리 가족덜 멕여 살리잖여! ”그렇게 70평생을 그곳에서 한 발짝도 떠나지 않은 채 서해를 지켜오신 당신이기에 바다는 아버지의 아버지였습니다. 갯것을 채취해 5남매를 육지로 유학을 보낸 부모님은 지금 바다에 쏟아진 시커먼 기름덩이 때문에 잠을 설치며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자식을 키우고 출가시킨 경우는 좀 낫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려는젊은 부부들, 빚내서 어선 사들이고 펜션 짓고 식당 지은 사람들… 이분들은 어쩌랍니까?
아버지가 계신 서해의 작은 섬마을은 천혜의 어장입니다. 해삼과 전복 양식장이 널려 있고, 김과 미역 등 해조류도 풍부합니다. 새우도 있고 낙지도 있고 주꾸미와 광어, 우럭도 많이 잡힙니다. 청정 서해의 모든 것을 안고 있던 삶의 터전이 기름범벅이 됐으니 아버지의 가슴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계십니다. 서해안이울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후 자원봉사자들이 물밀듯이 찾아와서해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고 어루만져 주었기 때문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1시간 넘는 뱃길에도 불구하고 하루 1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섬마을을 찾아 방제작업을 벌여줬습니다. 한나절을 차타고 달려온 대학생들, 전날 미리 내려와 근처에서 하룻밤자고 들어왔다는 노부부, 멀리 강원도 강릉∙삼척에서 불원천리 달려오신 신혼부부들은 아버지에게 또 다른 눈물을 쏟게 해주셨습니다.
섬마을이 자원봉사자들을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평생 이런 손님들을 맞을 일이라고는 상상조차 안 해본 서해 섬마을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따스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물길이 닫히고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야 하는 저녁시간이 되면 고맙다는 말 표현조차 수줍어하는 순박한 섬마을 사람들은 촉촉히 젖은 눈시울로 감사의 인사를 대신합니다.
태안에서는 올해 태안 살리기 행사도 많이 연다고 합니다. 관광마라톤대회, 서해안살리기자선콘서트, 열린음악회, 태안백합축제, 육쪽마늘요리축제, 서해어살문화축제, 국제낚시엑스포,바다낚시대회, 오징어축제, 영목항수산물축제도 선보입니다.태안 고유의 문화 생태 관광자원을 활용해서 피폐해진 지역경제를 되살리려는 의지와 몸부림입니다.
절망의 섬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고 다시 한 번 일어서보자는 의지를 키워주는 희망의 샘물이었던 모든 자원봉사자와이웃들. 그 아름다운 마음과 사랑이 우리 가슴을 따스하게 적셔주었습니다.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