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전화가 왔어요. 아버님이 기력이 쇠하여 쓰러지셨다는…. 지난 5월 당신 생신 때 다녀온 지 한 달도 안됐는데 아침 일찍 전화상으로 전해오는 말을 들은 얼마 후, 늦둥이라며 막내인 저를 그토록 예뻐해 주시고 사랑하셨던 당신은 결국 불초한 아들의 작별 인사조차 받지 못하신 채 가셨어요.
시골에서 소 먹일 꼴을 베다가 아들에게 주시겠다며 산딸기를 따다가는 독사에게 물려 죽을 고비를 넘긴 일. 밭일을 하다가 막내아들과 들판에서 급하게‘방뇨’할때, “녀석 고추도 많이 영글었구나.”하셨던 아련한 추억. 전과를 사주겠다며 장터까지 6㎞를 걸어서 다녀오신 지극정성과 사랑.
저는 아직 그런 당신을 떠나보낼 맘의 준비를 하나도 안했는데 이렇게 일찍 가시다니요. 먼저 오셨다고 먼저 가셨습니까? 생활이라는 고뇌 앞에서 당신의 어눌한 모습 드러내시며 부모라는 이름만으로도 그토록 희생하셨는데.
아버님 떠나신 후 화분에 국화를 길렀어요. 따스해진 볕을 받아 잎이 돋고 꽃이 피었네요. 일요일 낮, 쪼그리고 앉아국화꽃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가슴을 밀고 들어오는 뭉클한 그리움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네요. 머리에서 시작한 울림들이 가슴을 지나 점점 더 절박한 진동수를 갖기 시작할 무렵, 차츰 행복했던 지난날을 더 되새겨 봅니다.
늘 가까이 있음에도 그리운 것은 무슨 까닭인가요. 사람이 그리워서 떠올리고 찾아도 보지만 당신이 곁에 아니 계시니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는지요. 그저 한때 꽃 피우고 시들었다하여 구석에 버려두었던 화분에 국화를 심고 가꾸고꽃을 피워 보니 그동안 제가 드린 효도가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알 수 있는 듯했습니다.
마치 잠시 출타하신 것처럼, 지난날 아버님께서 쓰셨던 물건들을 뒤적이기도 하고 낙서가 든 수첩을 열어도 봅니다. 몇 년 전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당신과 제가 참으로 행복했음을 봅니다. 크게 말하거나 드러내지 않았어도 먼저가신 어머님, 그리고 우리 5남매 모두가 진정 행복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살고 있었음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그리운 아버지, 돌아오는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선산으로 찾아가 다시 뵙고 싶습니다. ![](/upload/post_content_logo[169].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