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아, 그리고 다운아. 열차가 거친 숨을 토해내며 새벽 들판을 가로질러 힘차게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고 있단다.엄마와 너희들 아름이, 다운이를 집에 두고 이 아빠 혼자서 직장으로 내려가는 일요일 밤은 그야말로‘헤어지기 싫음’그건데, 우리 딸들은 오죽하겠니?
아빠가 직장 때문에 주말 부부(아니 주말 아빠) 생활을 한 지도 벌써 일 년이 다 되었구나. 오늘 마음먹고 열차 안에서 사랑하는 딸들에게 노트북을 들고 편지를 써본다.
아름이 네가 한 살을 겨우 넘겼을 때쯤 다운이가 태어났지. 그때 모든 게 서툴렀던 엄마, 아빠라 넌 어릴 때부터 응석 한 번 제대로 부리지 못했지. 한 살 터울의 동생에게 엄마 사랑을 모두 빼앗기고도 투정도 별로 안하던 널 보며 큰딸은 큰딸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지금도집에 가면 네 일을 일찌감치 끝내놓고 너보다 더 큰 동생까지 챙겨주며 아빠 일까지 도와준다고 할 때 아빠는 감동의 물결 위에 떠있는 기분이야.
아름아. 그런데 아빠가 막상 편지를 쓰려니 미안하다는 말하고 고맙다는 말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집에서 뒷바라지 해주던 엄마가 회사를 다니면서 너희를 제대로 돌봐주지도 못했는데, 오히려 엄마를 대신해 동생까지 돌봐주니 고맙고 미안할 수밖에.
다운이가 그러더구나. “눈높이 과외선생님보다 언니가 가르쳐주는 게 더 쉽다.”고. 시험 기간에는 네가 공부할 시간도 부족할 텐데, 다운이가 모르는 걸 몇 번이나 물어봐도 짜증 한 번내지 않고 가르쳐준다고 네 동생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넌 빼앗긴 시간을 보충한다고 늘 새벽이 돼서야 잠자리에 든다며 엄마의 걱정이 크더라. 아빠에게 아름이, 다운이는 세상에 둘도 없는 보배란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우리 딸들에게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좀 보내 보려고 회사 여직원들한테 그 요령을 배웠단다. 아빠의 노력이가상하지?
사랑하는 내 딸들아. 남녘으로 향하는 한밤의 열차 안에는 이미 내일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의 피곤
한 일상이 잔잔하게 퍼져있다. 그 안에 아빠도 있단다. 아빠는 우리 딸에게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가치를 기쁨과 행복으로 바꾸어 네 목에 걸어주고 싶구나.
딸들아, 사랑한다. ![](/upload/post_content_logo[177].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