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가족들의 감사의 선물이야기
남울산우체국 우편물류과
박영식
누군가에게 마음을 담아 보냄으로써 행복을 느끼게 되는 선물. 불현듯 받아든 그 무엇으로 인해 오래오래 따뜻함을 안을 수 있는 고마움.
보내는 이와 받는 이 모두가 부담 없이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선물은 진정한 의미가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선물을 받는다.
나 역시 세월의 흐름 속에 누군가에게 무엇을 언제 받았는지 일일이 기억하기는 힘들지만, 아직도
마음을 설레게 하고 아련한 추억으로 이끄는 귀한 선물, 군복무 중에받아든 한통의편지가있다.
“호랑이 호랑이! 여기는 독수리 오버!”“독수리 수신양호!”후방 포진지와 최전방 관측소간에 숨 가쁘게 표적물 좌표가 송신되고, 연이어 하늘을 찢어놓는 굉음과 함께 쉴 새 없이 날아드는 포탄이 실전을 방불케 하는 사단합동작전훈련. 그 진중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주경계를 하고 있으려니 어디서 구겨진 신문지 한장이 휘익 참호 속으로 날아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휴식시간을 틈타 구문을 순식간에 읽어 내려가다 한 인터뷰 기사를 보고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연시(戀詩)가 있다니. 아니 한정된 긴장의 시간이 주어진 백일장에서 이만큼 오색영롱한 무지갯빛 시를 그려 낼 수 있다니.
그날 밤 나는 두 자 남짓한 야전텐트 흙바닥에 배를 깔고 전우가 잠든 사이, 최대한 빛이 밖으로 새지 않게 조심하며 단숨에 장문의 편지를 썼다. ‘죄송스런 부탁입니다만 꼭 영예의 장원작 全文을 육필로 받고 싶습니다’라는 글도 덧붙였다. 편지를썼다는기억이희미해질무렵,‘ 하늘과 땅/ 너무 아득하여라/ 한 송이 풀꽃처럼/ 나에게 던져진 約束의 그날/ 나는 永遠의 거리에/ 늘/혼자 있었네’로 시작하는 전국주부백일장 장원 당선작 시‘七夕’전문이 육필로 쓰인 편지 한통을 받았다.
‘박영식 상병님 보십시오. 여기 부탁하신 저의 拙詩〈七夕〉을 보내드리오니 받아 주십시오.
이 작은 편지 한장을 쓰기 위한 유예기간이 너무 길었던 것에 대하여 용서를 請합니다. 과찬이라 믿어지는 글들입니다. 좀 더 먼 후일에 참말 詩다운번쩍임을보여드릴수있을때,〈 친애하는 나의 讀者에게 〉라고 부끄러움 없이 쓸 수 있을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아닙니다. 詩人이. 구태여 詩人이나 小說家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친애하는 나의 독자 〉가 자꾸 나타나 준다면 文學에의 執念을 결코 쉽사리 포기하진 않을 것입니다. 부디 안녕하시길 빕니다. 서울 신림동에서 柳英鎭드림’
군 입대 전부터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이 한통의 편지로 인해 꼭 시인이 되어야겠다는 포부를 가졌고, 정말 좋은 시를 써서 온통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싶었다. 벌써 35년 전 일이다. ![](/upload/post_content_logo[280].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