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적 꿈은 CEO
지금이야 공직이 천직일 것 같은 모습이지만, 남궁 민 본부장의 어릴 적 꿈은 회사를 경영하는‘사장’이되는것이었다.“ 모두들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에 저도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회사를 차려 돈을 벌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해 상대를 가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법 공부보다는 오히려 경영학 수업이 더 재밌었다는 그는 법학공부를 하는 틈틈이 경영·경제 공부를 놓지 않았다고 대학시절을 추억했다.
30여 년의 공직생활 끝에 매출액 11조 9,000억여 원(2008년 기준), 기업순위 20위권 안에 드는 거대한 우정조직의 책임자가 된 남궁 민 본부장. 드디어 어릴 적 꿈을 이루게 된 셈이라며, 소탈하게 웃음지어 보였다.
남궁 민 우정사업본부장
꿈은 이루어진다 나만 포기 하지 않으면
남궁 민 본부장은 2남 3녀 중 장남이다. 집안의 모든 기대가 그에게 쏠릴 법도 했던 상황이지만,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철학은 조금 독특했다.“ 여자든 남자든 실력이 있는 사람이 더 배워야 한다고 하셨어요. 물론 저도 공부를 못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누님은 전교 3등 안에 드는 그야말로 수재였거든요.”
집안 형편상, 한 사람만 학업을 이을 수 있는 상황. 그도 나름 전교 30등 안에 드는 우등생이었지만“누나를 계속 공부시켜야 하니 학교를 그만두고, 대신 일을 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떨어졌다. 지금의 남궁 민 본부장이 존재하지 못할 수도 있었던 인생의 갈림길이었지만 담임선생님의 적극적인 만류와 그의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학업을 겨우 이어갈 수 있었다.
내가 꿈꿀 수 있었던 이유, 아버지
“하지만 고생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면서 남궁 민 본부장은 힘들었던 학창시절을 풀어냈다. 등록금을 낼 형편이 못됐던 그는 남의 집에 얹혀살면서 또래 아이들의 공부를봐주는생활을시작했다.“ 일주일만에 집이 그리워서 찾아갔는데, 아버님이 남자가 집을 나갔으면 뜻을 이루고 올 것이지, 그냥 집에 왔다고 쫓아내셨어요. 그래서 그 후로 고등학교 입학 때까지 한 2년간 집에 못 갔습니다.”
신념이 확고하신 아버지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며, 부모님에게 모든 공을 돌리는 남궁 민 본부장. 제천우체국장, 강원체신청장, 그리고 우정사업본부장까지 취임식 자리마다 부모님을 모시는 그의 효심은 매스컴을 통해 여러 번 소개되었을 만큼 유명하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직원들이 부모님의 은혜를 한번 더 생각했으면 하는 것이 남궁 민 본부장의 작은 바람이다.
남궁 민 본부장(가운데)과 우체국금융 3기 직원 모델들이 대화를 나누며 청계천을 함께 걷고 있다. 왼쪽부터 서귀포우체국 김윤진, 영덕우체국 정현주, 남궁 민 본부장, 수원우체국 한지수, 광주비 아동우체국 심로사.
모두 같은 꿈을 꾸게 하라
남궁 민 본부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같이 일하고 싶은 상사를 꼽으라고 할 때면 늘 1, 2위를 다퉜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90년대 초반당시 신설된 정보통신국으로 발령받았을 때 직원들은 모두 처음 맡은 업무를 처리하느라 밤 12시가 넘어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밤늦게 업무가 끝나면 경기도 시흥에 사는 여직원까지 직접 바래다주고 나서야 자택인 염창동으로 귀가했던 일화는 아직도 직원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다. 직원간의 끈끈한 정과 희생정신 가득한 우정가족의 전통을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워하는 남궁 민 본부장. 그가 서로 배려하는 가족같은 직장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데는 이유가 있다. 직원들이‘우정조직의 발전’이라는 목적과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한마음 한뜻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오랜 지론이기 때문이다.
꿈꾸는 직원이 많은 조직을 꿈꾼다
하지만 요즘 젊은 직원들을 볼 때면 남궁 민 본부장은 반가움보다는 안타까움이 먼저 든다. 갈수록 높아지는 취업 연령에 고질적인 인사적체까지 겹쳐 조직 내에서 꿈을 이루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꿈을 꾸라고 말을 하는 것보다, 꿈을 꿀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지금 젊은 직원들에게 꿈을 꾸라고 하기엔 미안할 정도로, 예전에 비해 경제사정이나 조직 내 여건이 나빠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수한 인재들이 자신의 뜻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예정입니다. 노력한 만큼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신상필벌의 원칙을 준수하고, 인사 청탁에 대해서는 확실히 불이익을 주어 신바람 나는 직장을 만들겠습니다.”
현재(present)는 선물(present)이다
현재에 충실하다보면 어느 새 꿈이 이뤄진다고 말하는 남궁 민 본부장. 그는 현재 꿈이 없다. 앞으로 1년 후 혹은 공직생활이 끝난 다음 무엇을 이루고 싶다는, 그런 계획을 지금 당장은 갖고 있지 않다.
우정사업본부라는 조직을 운영하는 CEO가 된 지금, 그의 오랜 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앞으로의 계획은 공직생활이 끝나고 나서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 “사람의 기대수명을 100년 정도로 보면, 공직생활을 마치고도 저에게 약 50여 년의 시간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오더라고요. 앞으로의 계획은 그때 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든 직원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다른 부처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와서 일하고 싶을 정도로, 한가족처럼 일하는 우정사업본부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꿈이 이뤄지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본부장께 묻습니다
Q. 경기침체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신가요?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우편물량이 5월까지 작년에 비해 2.5% 정도 감소했지만, 반면에 사업비용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보여 우편사업 수지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요불급한 경비는 최대한 줄이고, 자동화 혹은 IT기술을 통해 인건비 절감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 고객 수요를 파악해 맞춤상품 개발 등 다양한 수익구조를 창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1년 연속흑자를 이뤘는데, 올해도 흑자를 내서 12년 연속 흑자경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습니다.
Q. 우정사업본부 출범 9주년을 맞아 녹색우정 선포식을 가졌는데, 앞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어떻게 펼칠 계획이신가요?
앞으로 60년간의 국가비전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CO2 배출량을 20% 감축하고 662억 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Green Post 2020’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지열냉난방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적용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녹색우체국을 짓고, 2011년부터는 신·개축 우체국에 LED조명을 30% 이상 설치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약 6,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500억 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우편차량을 경차나 LPG 등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하고 매연저감장치의 부착도 확대해서 CO2 배출을 최대한 줄일 것입니다. 아울러 전국
의 우체국에서 나무심기운동도 전개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은 생활 속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직원 모두가 종이 한 장 아껴쓰고 전등 한등도 아껴주길 당부 드립니다.
Q. 지난 4월, 보이스피싱과 전쟁을 선포하셨는데, 피해예방활동을 어떻게 펼치고 있으시며,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체국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기 때문에 4만 3,000여 직원이 전국에서 총력으로 피해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매월 둘째 주 월요일을‘보이스피싱 피해예방의 날’로 정해 가두 캠페인을 활발히 펼치고, 노인정이나 마을회관을 방문해 경고 포스터를 붙이는 한편 피해사례를 중심으로 위험성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또 우편차량과 소포용 상자, 우체통 등에 경고 문구를 붙이는 등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같은 노력으로 피해민원 건수가 한 달
에 2만여 건 정도 되던 것이 6월 들어 1만여 건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전화사기의 뿌리를 뽑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예방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