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가족들의 더 큰 비전이야기
강원체신청 원주우편집중국 지원과
허승석
딩동. ‘안녕하십니까? 해제 되었습니다.’ 밤새 무단 침입자는 없었는지 성실히 임무 완수 하고 아침 인사를 건네는 구내식당 세콤이 해제되는 소리입니다. 딸랑딸랑. 출입문에 매달아 놓은 방울이 흔들립니다. 그리고 식탁, 의자 등에게 밤새 안부를 전합니다.적당히 눅눅히 습한 공기를 익숙하게 느끼며 들어서는 곳, 뽀얗게 새하얀 행주들이 건조대 위에서 눈부시고 다 마르지 않은 타일이 반짝 빛을 냅니다. 하루의 양식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식재료로 가득 채워진 커다란 냉장고의 은색 문이 빛을 내며 반기고 쉴 새 없이 음식을 담아내는 대형 무쇠솥이 눈에 들어옵니다.
소독기의 소음이 잠시 시끄럽게 느껴지는 곳, 몇 백 명분의 설거지도 거뜬하게 문제없이 처리해 주는 세척기에게도 아침을 전합니다. 가지런히 쌓아놓은 채소바구니들, 빨강색 모자를 쓰고 얌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일곱 쌍둥이 양념통에게도 아침 인사를 건넵니다.
매일 아침 똑같은 모습으로 만나다보니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늘 변화된 모습으로 근무하고자 노력하는 곳, 이곳이 나의 일터입니다.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원초적 힘을 얻을 수 있고 정체성과 정서적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곳입니다. 도전의식이 없었다면 전 아마도 이런 만남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서른이 훨씬 넘은 나이에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체신가족의 일원이 되었다는 사실이 희망이 꿈에 머물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가달라고 재촉할 일도 없고, 떠나달라고 말 한 적도 없는데 달랑 한 장 남은 달력 위에 자꾸만 시선이 머뭅니다.
아무리 무뎌도 이쯤 되면 뭔가 허망하고 무언가 모를 슬픔을 느끼며 계획뿐이었던 한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아쉬움과 새해엔 기필코 이루어 보겠노라 또 다른 목표를 세우고 의지를 다져 보기도 합니다.
자신이 받은 유산 중 가장 확실한 것은 시간이라고 합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직 젊기 때문입니다. 자신감과 도전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세상에 하지 못 할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12번의 도전 끝에 대형버스 면허를 취득하던 날, 주위의 핀잔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는 또 다른 꿈과 열정으로 만원인 희망버스를 운전하며 새로운 해를 향해 달렸습니다. 새해에도 매일매일 건강한 날 보내세요. ![](/upload/post_content_logo[307].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