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한 사람
내겐 뇌출혈로 쓰러져 왼쪽 몸을 쓰지 못하는 엄마가 있다. 티격태격하다가도 웃음 짓고 눈물 흘리기를 4년. 4년 전 엄마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엄마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리라는 의사의 선고가 내려졌을때, 결혼한 형제들이 각자 가정을 꾸려가느라 여력이 없어 서른의 미혼인 나와 예순 중반의 아버지가 엄마 병간호에 매달려야 했을 때, 난 어둡고 아득한 터널 한 가운데에 놓여진 기분이었다.
엄마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밤에 몇 번씩 깨어 확인해야 했던 약병의 눈금과 엄마의 숨소리, 힘겨운 날들에 지쳐갈 때 쯤 찾아온 기적. 엄마가 깨어났고 일어섰으며 걸었다. 몇 달 사이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엄마의 어눌하고 아주 느린 걸음걸이에도 우린 살아갈 힘을 얻곤 했다. 아버진 엄마를 위해 휠체어와 지팡이를 샀고, 퇴원 후 엄마의 손이 닿을 많은 곳에 잡고 다닐 것을 설치하셨다.
엄마가 퇴원하고 통원치료를 받으며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 아버지가 담관암 선고를 받으셨다. 그리고 아버진 2개월 후 내게 엄마와 집안일을 부탁하며 세상을 떠나셨다. 너무도 갑작스런 죽음 앞에 가족의 슬픔은 컸다. 45년 지난 세월을 함께 했던 엄마는 어눌한 몸짓으로 하염없이 우셨다.
그리고 또 1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너무도 컸고 엄마의 슬픔도 깊었다. 그래도 엄마와 난 견뎌냈고, 견뎌내고 있다. 솔직히 때로는 현실을 벗어나고픈 생각이 들기고 한다. 그럴 땐 엄마를 바라본다. 그러면 외출한 내가 돌아와야만 편히 잠드는 엄마가, 오랜만의 외출에도 서둘러 귀가하고는 잠든 엄마의 숨소리에 엷은 웃음 짓는 내가 떠오른다. 그렇게 현실의 삶은 계속된다.
내겐 바람이 있다. 내게는 엄마가, 엄마에겐 내가 곁에 머물러 힘이 되어주었던 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 엄마의 생이, 나의 생이 다하는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