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전철 안에서 초등학교 1, 2학년쯤 돼 보이는 꼬마 아이가 엄마의 휴대폰을 꺼내 만지작거리며 게임을 하면서 놀았다. 그러던 아이가“엄마, 이 까칠까칠한 점은 뭐야?”라고 묻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기 번호 숫자판‘5’번에 붙은 볼록한 점이 무슨 용도에 쓰이는 거냐고 묻는 말이었다. 그 5번의 볼록점은 시각장애인들이 전화번호 단추를 누르는 데 기준을 잡아주는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이다. 휴대폰 점자 노릇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아이의 질문에 답한 엄마의 대답이 좀 뜻밖이었다. 엄마는“응, 그건? 컴퓨터 자판에도 있는 건데, 그거와 똑같은 거야.”라며 그 이상의 아무 설명도 못했다. 그 볼록점이 컴퓨터 자판에도 붙어있다는 말이 틀린 건 아니었지만, 엄마는 실제로 그 점의 쓰임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 엄마가 모를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장애인을 위한 배려, 그리고 장애인 복지에 대해 너무나 무관심하고 이해심이 부족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시각장애인에게 그 볼록점 하나는 휴대폰 눈의 역할을 하는 절대적인 것이다. 혹시 그 엄마뿐 아니라 우리 일반인들 대부분이 그 점의 용도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장애인을 소외시키는 사회에는 계속해서 장애인이 남아 있게 된다. 하지만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는 더 이상 장애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장애인을 내 친가족처럼 생각하고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준다면 우리 마음속의 장애인은 한 명도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저 휴대폰 자판에 있는 볼록점 하나조차도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중요한 점자라는 것을 알고만 있어도 큰 관심이자 장애인분들을 우리 가족처럼 생각하는 배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