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버스킹의 시대가 도래하다
그대여 우리 이제 손 잡아요
이 거리에 마침 들려오는 사랑 노래 어떤가요.
사랑하는 그대와 단둘이 손잡고 알 수 없는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담담하게 속삭이듯 내뱉는 가사가 귀에 쏙 박히는 ‘버스커 버스커’의 1집 <벚꽃 엔딩>의 노래 구절이다. 봄이면 어김없이 각종 매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듣는 노래이기 보다는 듣는 이들이 공감하며 흥얼거리게 만드는 노래가 아닌가 싶다.
대형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지고 대형 매체를 통해 뿌려지는 노래가 아닌, 생계를 위해 또는 꿈을 위해 담담히 한 길을 걸었던 거리의 뮤지션, 버스커(busker)들만의 철학과 대중의 공감대가 서로 맞닿으며 버스킹에 대한 인기몰이는 계속 되고 있다. 시즌을 더해가며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고 상위권의 성적을 받아드는 이들의 공통점이 바로, 버스킹을 통해 대중과 호흡하고 무대에 대한 애착과 장악력을 몸으로 익힌 이들이라는 점이다.
거리의 소음과 행인들의 냉소를 의식하며 기타를 튕기고 노래를 하며 거리를 헤매고 다녀야 했던 거리의 악사들. 그러나 버스킹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다. 아니, 그들만의 팬층을 다져가는 중이다. 홍대인근이나 대학로, 대구의 동성로, 부산의 해운대에서나 볼 법했던 이들을 이제 사람이 모이는 곳곳에서 쉽사리 만나볼 수 있다.
민관이 함께 만들어 가는 버스킹 문화
사실, 버스킹이 새로운 유형의 문화현상은 아니다.
인적이 많은 곳,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에 버스킹은 언제
나 있었다. 다만, 불특정 다수를 향해 가난한 악사들의 노래가 공허하게 울릴 뿐이었다. 그들에게 더 큰 무대로 진입할 기회나 장치가 없었던 탓이다. 버스커들에게 TV 카메라 앞만이 무대는 아닐 것이다. 대중이 모이는 곳 어디에서라도 자신의 끼와 목소리를 들려 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곧 그들에
겐 값진 무대가 될 것이다.
최근의 유행에 힘입어 버스킹 문화 확산을 위한 각종 시스템이 민관 구분 없이 고안되고 운영 중에 있다. 서울·경기권을 중심으로 뮤지션에게는 장소를, 대중에게는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버스킹TV(대표 남궁요)는 버스킹플레이(www.buskingplay.com)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거리공연에 대한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으며, 무선센서 서비스 전문업체인 비코닉스(대표 최신호)는 IoT(사물인터넷) 기술의 하나인 비콘을 활용하여 공연문화정보 플랫폼(버스킹)을 통해 이용자 주변의 거리공연 장소와 스케줄 등을 모바일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 중에 있다.
또한 관공서의 각종 축제현장에 버스킹 존은 빠지지 않는 단골 콘텐츠가 되었으며, 부산시 해운대구는 ‘거리공연 중심지’를 기치로 해운대해수욕장에 대한 거리공연 육성 및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거리공연 활성화 조례”안을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기성 가수들도 버스킹의 매력에 빠져 들다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있는 그대로의 에너지를 선보일 수 있다는 버스킹의 장점이 기성 가수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신곡 발매 혹은 콘서트를 앞둔 가수들의 홍보 수단으로 버스킹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거미, 바다, 호란, 나윤권 등 이미 탄탄한 팬층을 가지고 있는 가수들은 물론, 달샤벳, EXID, 걸스데이의 민아 등 쟁쟁한 아이돌 스타들도 버스킹에 합류하고 있다. 이러한 가수들의 거리진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중과의 근접한 거리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선물해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이미 유명세를 얻고 있는 이들의 대형자본이나 퍼포먼스가 거리에서 묵묵히 작은 소리로 노래했던 버스커들의 거리무대 마저도 빼앗아 가는 소위 ‘갑질’ 논란이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애초에 버스킹은 나의 재능을 빌어 길거리의 관중에게 사례를 얻어 생계를 해결하고, 공연의 질을 넓혀가는 즉흥공연이었음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버스킹 공연은 우리네 사는 곳 어디에라도 있다. 약방에 감초처럼 흘러나오는 유행곡도 들을 수 있고,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자작곡도 들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나의 사연을 얘기하고 음악을 신청해 들을 수도 있다.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 멀리 있지 않다. 여름밤 초저녁 거리로 나가 감미로운 음악선율과 함께 한낮의 뜨거웠던 시름을 날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