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없는 것은 하지 않는다
리처드 브랜슨은 1950년 영국 태생으로 선천성 난독증(難讀症)에 시달리는 학습 부진아로 고교를 중퇴한 평범 이하의 소년이었다. 다행히 축구, 럭비, 크리켓 등 운동에는 소질이 있었으나 축구를 하다가 무릎을 다쳐서 운동선수의 길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리처드 브랜슨에게는 어머니에게 배운 ‘자립심’이라는 큰 자산이 있었다. 유명한 일화에서 그의 어머니는 그가 네 살 때 집에서 몇 마일 떨어진 곳에 아들을 내리게 한 뒤 혼자서 집에 찾아오도록 했다고 한다.고교를 중퇴한 리처드 브랜슨은 17세에 학생들을 위해 라는 잡지를 창간해, 남다른 스케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거물급의 인물을 인터뷰하기 위해 직접 수백 통의 편지와 전화를 하여 결국 당대 최고 작가이자 노벨상을 거부한 작가로 유명한 장 폴 사르트르, 비틀즈의 존 레논, 롤링스톤즈의 믹 재거 등을 인터뷰해 유명해졌다.
20세에는 잡지 흥행의 힘을 입어 음반 주문을 받아 배송하는 사업을 시작하였고,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 컬쳐 클럽Culture Club 등을 유명 스타로 만들면서 순식간에 유명세를 타게 된다. 지금의 버진Virgin 제국의 시작이다. 회사 이름이 버진이 된 이유는 당시 모든 직원들이 처음 일하는 사람들이라 초짜들이 모였다는 뜻에서 지었다고 하며, 지금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의미의 브랜드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이 겁 없는 사업가는 34세에 여행 중비행기 결항으로 공항에 발이 묶이자 2,000달러에 비행기를 전세 내고 본래 요금의 1/4수준으로 본인과 승객을 모두 무사히 이동시켰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저비용 항공사를 설립했다. 그는 현재 항공·철도·영화관·음반매장·호텔·휴대폰·복권·화장품·콜라·피임기구·금융· 피트니스센터 등에서 민간 우주여행사까지 끝없는 사업 확장으로 전세계에 400여 개의 계열사와 5만 명이 넘는 직원을 둔 영국 최고의 기업가다. 사업에 대하여 “나는 여러 가지 사업을 하면서 살아왔지만, 한 번도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한 적은 없었다….사업에서 재미를 발견하며 즐겁게 하다 보면 돈은 자연히 따라왔다.”고 말하는 리처드 브랜슨. 그의 철학은 기업이란,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인 집단’이라는 독특한 관점을 제공해 준다.
교과서에 없는 대담하고 발칙한 경영
버진의 문어발식 확장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관점에서도, 브랜드 확장 관점에서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교과서에서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는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브랜드는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확장을 하라고 하는데 콘돔에서 우주사업까지…일관성이 없고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무차별적으로 보이는 그의 사업 확장에도 중요한 원칙이 있다. 바로 ‘펀Fun’이다. 펀은 즐거움과 유머를 뜻한다. 버진은 이질적인 사업에서 동일한 브랜드 명과 정체성을 활용해서 고객에게 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리처드 브랜슨은 “버진은 즐거움을 파는 회사다. 전세계 사람들이 즐거움을 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우리를 찾아오며 우리는 브랜드 벤처캐피털 업체다.”라고 강조하며, 그의 경영 철학을 인생에서도 그대로 실천한다.
수 차례의 시도 끝에 열기구로 대서양을 횡단하고, 항공사업을 하면서 본인의 사업이 반환경산업이라며 항공사업 수익의 상당액을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해 사용한다. 또 자신의 모바일 서비스에는 숨은 비용이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직접 누드광고를 하고, 콜라사업을 시작할 땐 ‘미국의 상징인 코카콜라를 제압하겠다’며 뉴욕 한복판에 탱크를 타고 코카콜라 간판에 대포를 쏘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에 대해 지는 리처드 브랜슨을 “이미지의 마법사”로, 마케팅 구루인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이 시대 최고의 브랜드 메이커”라고 극찬한다. 그가 자신의 독특한 퍼스널리티(마치 엔터테이너와 같은 재미·유쾌함·신선함·흥겨움)를 완벽하게 기업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전이·일체화시켜 버진 브랜드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높은 충성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정도 되면 리더십의 GE회장 잭웰치, 혁신의 애플CEO 스티브잡스, 일본 경영의 신 파나소닉 회장 마쓰시다 고노쓰케(松下幸之助)와 같이 그럴싸한 애칭을 얻을 만한데 그는 여전히 ‘괴짜 경영자’로 불린다.
하지만 무모한 도전으로 ‘회사를 책임지는 수장이 저래도 되나’라는 의문과 불안을 갖게 하고, 재무제표를 읽을 줄 몰라 최근까지 순이익과 총이익의 차이를몰랐다는 고백으로 그룹 총수에 대한 불신을 야기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여전히 대중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직원들은 그를 따른다. 바로 그의 사업에 대한 철학과 태도 때문이다. 모든 기업이 ‘고객만족’이 그들의 최고 가치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매출액 1위, 순이익 1위, 업계 1위’를 목표로 다른 기업을 이기는 것을 우선순위로 한다. 그러나, 리처드 브랜슨은 “나에게는 무엇보다 직원이 최우선이고, 두 번째가 고객이며, 세 번째가 주주다”라고 공언한다. ‘재미는 급여보다 더 큰 충성 요인’이라며 주말에는 전 직원과 함께 호텔에서 야영을 하면서 즐기는 그는 “우리는 인생의 80%를 일하며 보낸다. 집에서 재미를 찾으려 하는데 왜 직장에서 재미있으면 안 되는가?”라며 반문한다. 그는 “경영은 알맞은 인재들을 찾고, 그 사람들을 북돋아주고 최선을 다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오래 사랑 받는 방법
일부에서는 ‘인기몰이를 위한 기행을 일삼는 약삭빠른 마케터’라며 그를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어떻게 오랜 세월 대중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얻을 수 있었을까?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노블레스 오블리주1)’를 실천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리처드 브랜슨은 원칙상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며 사회적 책임을 질 의무는 없지만, 기업 또한 사회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이기 때문에 사회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자본주의는 효율적인 시스템이나 극도의 부가 몇몇 사람에게 집중되는 맹점이 있기 때문에, 부자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더 큰 배와 더 큰 차를 갖기 위해 경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 대신에 그 돈으로 일자리를 만들거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써야 한다.”며 ‘ 자본가 자선’에 대하여 강조한다. 더불어 그는 버진그린펀드와 버진유나이트를 설립해 환경문제와 자선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2007년에는 넬슨 만델라, 코피 아난, 아웅산 수 치 등과 함께 국경을 초월한 세계 지도자 모임인 ‘원로회Council of Elders’를 조직하고 환경을 위한 글로벌기업 정상회의인 ‘비포이 글로벌 서밋B4E Global Summit’에서 주요 연사로 활동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가로서 적극 앞장서고 있다. 지구 온난화 극복을 위해 포럼을 개최하고, 아프리카에서의 전쟁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나아가 우주 산업에 진출하여 과학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니, 지가 ‘지구를 구할 영웅’이라고 할 만도 하다.
성공의 반대는 도전하지 않는 것
지금, 대한민국은 꿈이 없어 보인다. 자신의 꿈을 향해 즐겁게 도전하고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많은 나라들이 경제의 핵심동력원인 중산층의 어려움을 국가의 위기로 진단하고 그 해법을 모색하는데 반해, 대한민국의 중산층은 IMF 이후 몰락하여2) 신(新)빈곤층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그 어려움이 개인의 몫으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이동3)인데 개인의 노력으로 상승 이동이 불가능해 보이는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는 꿈이 자포자기로 바뀌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구조를 만들고 좌절감과 분노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사회에 도전정신의 아이콘 리처드 브랜슨은 꿈과 영감을 준다.
“사업은 재미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오래할 수 있고, 오래할 수 있으면 잘 할 수 있다”는 그의 경영철학에서 일에 대한 방향을, “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통계자료보다 직관에 더 많이 의존한다. 젊은이여, 도전하고 도전하라.”는 인생철학에서 모험을 배울 수 있다. “용감한 사람은 영원히 살지 못한다. 그러나 조심하는 사람은 사는 것처럼 살지 못한다” 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는, 도전을 망설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사람은 걷는 규칙을 배워서 걷지 않는다. 걸음을 시도하고, 넘어지면서 배운다.”라고.
1) Noblesse Oblige: 사회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2) 2010년 OECD 평균 중산층 비중 63.2%를 밑도는 수준 58.9%(최하위권)을 기록한 바 있다.
3) 사회구성원이 일정한 사회적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옮겨가는 현상으로 수직 이동이 일어난 양상을 통해 그 사회의 개방성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