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우표전시회의 시작
광복 이후 최초로 우표를 전시했던 행사는 1950년 1월 30일부터 2월 5일까지 서울 미국문화연구소에서 진행된 만국우편연합(UPU) 가입 50주년 기념 체신문화전람회이지만, 대한민국 우표전시회의 모태로 볼 수 있는 최초의 우표전시회는 1954년 8월 25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미도파 백화점에서 개최된 ‘우표와 우정사업 사진전람회’이다. 이듬해인 1955년에는 동화백화점에서 ‘우정 사진 및 우표전시회’가 열렸는데, 당시 기사를 보면 구한말 우표 55종, 광복 후 우표 189종 및 세계 각국의 1만여 종이 전시되었다고 한다. 1962년에는 전국 우표전시회(이하 전국전)를 겸한 국제우표전시회가 개최됐는데 이때부터 경쟁부문이 생겨 작품 심사 과정을 거친 입상작 시상을 시작했다. 대상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상’으로 당시에는 대통령상에 해당하는 최고상이었으며, 첫 해에는 부산우취회의 전용화 회원이 수상하였다. 이후 점차 전국전 출품 수가 증가함에 따라 1977년부터는 지방 예선전을 거치도록 해 부문과 입상 규모가 확대되었다. 그러나 최근 사회문화적 변화 및 통신기술 발달 등으로 우취 인구 및 출품 작품의 감소 등 우표 문화가 다소 침체되고 있어,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11년 도안별 수집 및 관광통신일부인, 2012년 한국우표 등 새로운 부문을 도입하는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린이들의 우표 수집을 지도하다
1980년대 우표 수집의 열기가 한창 뜨겁던 그 시절, 우표 수집 취미는 어린이들에게도 큰 인기였다. 기념우표가 나오는 날이면 우체국 앞에 길게 늘어선 어린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잘못된 목적으로 우표 수집을 하는 어린이들도 나타나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우취보급협회에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올바른 우표 수집을 지도하고 우표 문화를 독려하기 위해 1981년 4월 22일 체신의 날을 기념하여 제1회 전국소년 우표전시회를 롯데쇼핑센터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전국 어린이들이 소장하고 있던 우표 중 심사를 통해 선정된 1천3백여 리프 1만 7천여 장의 우표가 전시되었으며, 이를 대한민국 어린이 우표전시회의 시초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듬해 진행되지 못하고 단 1회에 그치게 되었으며, 이후 1986년 11월 27일 한벗우취회 주최의 전국어린이 우표전시회로 재탄생하였다. 2005년까지 18회를 이어온 이 전시회는 2006년부터 주최가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로 변경됐으며, 2011년부터는 단체 부문을 도입해 어린이 우취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초의 필라코리아 - 1984년
우표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 우표전시회를 한국에 처음 유치한 것은 1984년이다. 근대 우편제도 시행 100주년을 맞이하여 당시 체신부는 세계 우표전시회를 개최키로 결정하고, 1982년 5월 25일 FIP 제51차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전시회 유치를 교섭했다. 이어 6월 22일 한국 개최와 FIP 후원(auspice)을 공인받게 되었고, 7월 28일에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FIP 총회에서 후원을 주관으로 격상하기로 의결하여 ‘필라 코리아 1984’는 명실상부한 세계 우표전시회가 됐다. 성공적인 필라 코리아 개최를 위해 1982년 3월부터 체신부는 우취 단체들과 협의를 통해 우취단체총연합회를 재구성 및 법인화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해 8월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1984년 10월 22일부터 31일까지 10일간 KOEX(한국종합전시장)에서
개최된 필라 코리아는 총 관람객이 31만 5,000명에 이르렀으며, 68개국의 1,101개 작품, 5,324틀이 접수, 그중 687개
작품, 3,010틀이 전시됐다. 그 이후 우리나라는 2016년까지 FIP(국제우취연맹) 또는 FIAP(아시아우취연맹) 공인 국제 및 세계 규모의 전시회를 6차례 개최했다.
우표전시회가 우취인들의 축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표가 시대를 반영하는 문화적 유산이며, 우표전시회가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투영된 문화축제인 만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갖고 한 번쯤 방문해보고 싶어 하는, 대중적인 우표 문화를 생산해내고 함께 향연할 수 있는 축제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